5화
‹ ›백현이 다녀간 지 열흘 만에, 나는 완성품을 만들어냈다.
작업실 한쪽에 쌓아뒀던 실패작들이 스무 개는 족히 넘었다.
은사를 너무 가늘게 감으면 소리가 갈라졌고, 너무 굵게 감으면 마력이 새어나가 진동조차 만들지 못했다.
몇 번이나 밤을 새워 회로를 다시 짜고, 몇 번이나 마력석을 깨뜨렸는지 셀 수 없었다.
그리고 열흘째 되는 날, 마침내 완성품이 손안에 놓였다.
손바닥만 한 마력석 목걸이 형태였다.
겉보기엔 평범한 장신구였지만, 안쪽에는 정교한 은사 회로가 겹겹이 감겨 있었다.
담고, 재생하는 기능 모두 완벽하게 작동했다.
시험 삼아 내 목소리를 담아 재생해보았을 때, 그 정밀함에 나조차 놀랐다.
억양, 숨소리, 심지어 목이 살짝 걸리는 습관까지 그대로 살아났다.
나는 그것을 목에 걸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나는 평범한 장신구를 건 귀족 영애의 모습이었다.
누구도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건 기회다.'
기회 없이 꺼내 든 칼은 그저 위험한 장난감일 뿐이었다.
나는 목걸이를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마침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온천 자작가와의 정기 만찬이 잡혀 있었다.
양가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다.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드레스와 식기를 새로 맞추느라 분주했다.
"이번 만찬에서 혼사 이야기를 정식으로 굳힐 생각이란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굳히긴 굳히겠지. 다만 어머니가 상상하는 방향은 아닐 겁니다.'
속으로 그렇게 답했지만, 겉으로는 얌전히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
만찬 당일, 나는 일부러 수수한 색의 드레스를 골랐다.
화려하게 꾸미고 나가서 도현의 시선을 더 끌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얌전하고 순종적인 모습으로 그를 안심시켜야 했다.
목에는 물론 그 목걸이를 걸었다.
식탁에는 도현, 도훈, 그리고 그들의 부모인 송미경 부인과 온천 자작이 앉아 있었다.
식당 안은 은은한 촛불과 값비싼 도자기 그릇으로 채워져 있었고, 창밖으로는 정원의 분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도훈은 평소처럼 조용히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미소에는 늘 그렇듯 어떤 계산도 묻어 있지 않았다.
도현은 나를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
위에서 아래로,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는 시선이었다.
"그 옷은 좀 별로네요. 색이 안 어울려요."
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던진 첫마디였다.
식탁 위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송미경 부인이 아들을 향해 눈치를 줬지만, 도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식사가 시작되고, 그는 계속해서 잔소리를 이어갔다.
포크 잡는 자세, 목소리 톤, 앉은 자세까지.
"손목을 그렇게 꺾으면 천박해 보입니다."
"목소리가 너무 높아요. 좀 더 낮춰서 말씀하세요."
"등을 그렇게 굽히고 앉으면 볼품없어 보입니다."
하나하나가 다 지적거리였다.
나는 그 말들을 들으며 속으로 하나씩 세고 있었다.
'여섯, 일곱, 여덟…….'
정작 겉으로는 고개를 조아리며 "네, 명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식탁 아래로는 손끝이 차갑게 식어갔지만, 얼굴에는 옅은 미소를 유지했다.
나는 조용히 목걸이의 표면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은사 회로가 손끝의 온기에 미세하게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작은 마력을 흘리자, 목걸이에서 낮은 진동이 느껴졌다.
"이런 몸으로 무슨 무도회에 나온답니까."
도현의 목소리가, 정확히 며칠 전의 그 목소리 그대로 흘러나왔다.
억양도, 비웃음이 섞인 어조도, 모두 그날 그대로였다.
식탁 전체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도현이 자기 목소리를 듣고는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
"이, 이게 뭡니까."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제 목걸이입니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속으로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다.
손끝이 살짝 떨렸지만, 식탁 밑이라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물건이더군요. 우연히 만든 게 며칠 전 그날의 목소리와 일치해서 신기했습니다."
일부러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걸 지금 여기서 트는 이유가 뭡니까!"
도현의 목소리가 커졌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배어나고 있었다.
"그저 흥미로운 물건이라 생각해서요."
나는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그날, 마차 안에서 나에게 했던 말을 잊으셨습니까? 저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데요.'
속으로 덧붙인 말은 물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온천 자작이 미간을 찌푸리며 아들을 쳐다보았다.
"도현아, 저게 무슨 소리냐."
목소리에는 이미 의심이 짙게 깔려 있었다.
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입술이 몇 번이나 달싹였지만, 제대로 된 말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당장 그 목걸이 벗어! 어디서 이상한 짓을!"
식탁 위 분위기가 완전히 무너졌다.
접시 위 음식은 차갑게 식어가고, 누구도 다시 포크를 들지 못했다.
송미경 부인은 어쩔 줄 몰라 아들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 손끝이 냅킨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어머니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 만찬을 위해 몇 날 며칠을 준비했던 사람이었기에, 그 충격이 더 컸을 것이다.
아버지는 애써 웃으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자, 자, 다들 진정하고 식사를 계속하지."
하지만 그 웃음은 이미 어색하게 굳어 있었다.
도현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 안에 뭐가 더 들어 있는지 말해!"
그가 식탁을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리쳤다.
식탁 위 유리컵이 그의 손짓에 흔들려 위태롭게 흔들렸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시선을 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무기였다.
'이게 겨우 일부라는 걸 알면, 넌 어떤 얼굴을 할까.'
목걸이 안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더 지독한 말들이 겹겹이 담겨 있었다.
며칠 전 마차 안에서, 그리고 그 이전 몇 번의 자리에서 그가 뱉었던 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새겨져 있었다.
오늘은 그중 가장 짧은 한 문장을 꺼냈을 뿐이었다.
나머지는 아직 그의 상상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도현의 손이 순간 목걸이를 향해 뻗어왔다.
손끝이 거의 목걸이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의자 등받이에 등이 세게 부딪혔지만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손대지 마세요."
내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었다.
정말로 그 손이 닿는 순간, 이 모든 계획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스쳤다.
식탁 위의 촛불이 흔들리며, 모두의 시선이 나와 도현 사이에 팽팽하게 걸렸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온천 자작의 낮은 숨소리와 송미경 부인이 삼키는 침 소리만이 정적을 채웠다.
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나는 두려움 비슷한 표정을 보았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 목걸이 하나로, 나는 이미 그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벼랑 끝에 몰린 짐승이 다음에 어떤 짓을 할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