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전하, 오늘 밤 끝내드릴게요

5화

쥐돌이는 소이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앉았다. 마치 방금 유령을 본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 "뭐야, 갑자기. 여긴 왜 왔어." "물어볼 게 있어서." 소이는 맞은편에 앉으며 짧게 답했다. 술집 안은 저녁답게 시끄러웠다. 누군가는 이미 취해서 탁자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누군가는 카드놀이에 판돈을 걸며 목청을 높였다. 그 소란 속에서 쥐돌이만 유독 조용했다. 쥐돌이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뭘 물으려고. 요즘 시녀 노릇 하고 산다는 소문은 들었다만." "이헌 왕자." 그 이름을 꺼내는 순간, 쥐돌이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술잔을 들고 있던 손이 그대로 멈췄다. 술이 잔 끝에서 넘칠 듯 말 듯 떨렸다. 옆 테이블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남자들의 목소리조차 갑자기 멀게 느껴질 정도로, 쥐돌이의 정지 상태는 부자연스러웠다. "...조용히 말해." 그가 소이의 손목을 붙잡아 가까이 끌어당겼다.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너 미쳤냐. 그 이름을 여기서 왜 불러." "이름 하나 불렀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쥐돌이는 주변 테이블을 다시 한번 훑었다. 아무도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렸다. *** 소이는 눈을 깜박였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반응은 아니었다. '그냥 소문 많은 망나니 왕자인 줄 알았는데.' "뭘 알고 있으면 말해줘. 돈은 넉넉히 준비했으니까." 소이가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슬쩍 내밀었다. 주머니 속에서 동전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평소라면 쥐돌이가 눈을 반짝이며 냉큼 낚아챘을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조차 쳐다보지 않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야."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문 쪽을 힐끗 살폈다. 아무도 없는데도 마치 누가 엿듣기라도 할까 겁내는 얼굴이었다. 심지어 창문 밖 지나가는 행인의 그림자에도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이 도시에서 정보 팔아먹고 사는 놈들 사이에서, 그 이름은 금기어야. 왜 그런지 알아?" "모르니까 묻잖아." 쥐돌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목소리를 아까보다 더 낮췄다. "작년에 그 사람 뒷조사하겠다고 나선 정보상이 셋 있었어." 그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말을 이었다. "하나는 실종. 하나는 강에서 시체로 발견. 마지막 하나는……" 말을 멈춘 쥐돌이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보일 정도였다. "정신이 완전히 나가서 지금도 정신병원에 있어. 자기 이름도 기억 못 해." 소이는 그 말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문보다 훨씬 심하네.' 단순한 문제아 왕자가 아니라는 건 이미 예지몽으로 확인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하는 조직이라는 건, 예상 이상이었다. "그 셋이 다 개인적으로 조사했던 거야? 아니면 누가 시켜서?" "몰라. 그것까지 캐물으면 나도 그 꼴 나." 쥐돌이는 진짜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야말로 별명이 아깝지 않은 반응이었다. *** "그러니까 나한테 물어볼 것도 없다는 거야." 쥐돌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 이 도시 뜰 거다. 너도 조용히 살아. 알았지? 그 이름 다시 입에 올리지 말고." "어디로 갈 건데?" "그건 알려주면 안 되지. 너도 알잖냐, 이 바닥에서 목숨 부지하려면 뭘 감춰야 하는지." 그러고는 정말로 뒷문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술집 안에 남은 소이는 텅 빈 잔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머니 속 동전은 여전히 소이의 손에 들려 있었다. 팔 사람도 없이 갈 곳 잃은 돈이었다.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뜻이군.' 예지몽도, 소문도, 정보상마저도 이헌이라는 존재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세 명의 정보상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직접 들었으니, 다른 곳에서 같은 질문을 던져봐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 *** 골목을 나서며, 소이는 걸음을 멈추고 낡은 담벼락을 바라봤다. 저녁 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예전 기억 속 한 장소가 떠올랐다. 이 근처, 지금은 버려진 것으로 알려진 창고. 소이가 지금의 삶을 살기 전, 잠시 발을 들였던 조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아직 남아 있을까.' 몇 년이나 지났는지 헤아려보다가, 소이는 그만두었다. 세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오래전이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인 벽 뒤로 좁은 문이 하나 있었다. 덩굴 잎을 손으로 걷어내자 오래된 나무 문이 드러났다. 자물쇠는 오래전 그대로였고, 열쇠는 아직도 소이의 목걸이 안쪽에 매달려 있었다. 목걸이를 벗어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끼워 넣는 손끝이 살짝 떨렸다. 끼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곰팡이 냄새와 함께 어둠이 밀려나왔다. 그 안쪽, 낡은 천으로 덮인 상자들 사이에 지도 한 장이 벽에 붙어 있었다. 도성 전체를 표시한 지도였는데, 몇몇 지점에 붉은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근위대 창고, 남작가 별저, 그리고 왕궁 뒤편의 작은 별채. 소이는 손끝으로 지도를 쓸었다. 종이는 삭아서 만지는 것만으로도 부스러질 듯했다. 오래전 이 거점을 정리하며 흩어진 인맥과 자료들이 아직 여기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소이는 낡은 상자를 열었다. 나무 뚜껑이 삐걱대며 열리자 먼지가 뭉텅 솟아올랐다. 기침을 참으며 안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 손때 묻은 수첩 한 권이 툭 떨어졌다. 표지에는 낯익은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절대 혼자 열지 말 것.' 소이의 손이 그 위에서 멈췄다. '누구 필체지, 이거.' 낯설지 않다는 게 더 불안했다. 분명 아는 손이었는데, 누구의 것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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