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똑, 똑.
소리는 규칙적이었다.
한 번, 잠깐 멈추고, 또 한 번.
나는 숨을 죽인 채 렌즈에 눈을 가져갔다.
숨을 쉴 때마다 렌즈 표면에 하얀 김이 서렸다.
나는 손등으로 그것을 닦아내고 다시 눈을 붙였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속에서 울렸다.
복도는 어두웠다.
센서등이 꺼진 지 오래라 형광등 불빛조차 새어 들지 않았다.
문 앞에 뭔가가 서 있는 게 보였지만, 형체가 명확하지 않았다.
나는 문 아래쪽 틈으로 눈을 옮겼다.
그 틈은 겨우 이 센티미터 남짓이었다.
그 좁은 틈으로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발이 보였다.
사람의 발과는 확실히 달랐다.
발가락 대신 검은 갈고리 같은 것이 세 개 나 있었고, 그 발이 문 앞에서 아주 천천히, 좌우로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표면은 딱딱한 각질처럼 보였고,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빛을 반사했다.
'뭔가를 찾고 있는 건가.'
나는 그 발의 움직임을 몇 초간 더 지켜봤다.
방향을 바꾸는 간격이 일정했다.
마치 뭔가를 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눈앞의 창을 열어 확인했다.
[경고: 미확인 개체 접근 중.]
같은 문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래로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해당 개체는 테리토리 경계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단순히 냄새를 맡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이 문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는 뜻처럼 들렸다.
그렇다면 저것은 그냥 배회하는 몬스터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손잡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것이 다시 움직였다.
손잡이 밑, 문틀 이음새 부분을 뭔가로 긁는 소리가 들렸다.
긁, 긁.
나무가 갈리는 소리였다.
얇게, 아주 얇게 뭔가가 벗겨져 나가는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문틀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떠올렸다.
이 도시형생활주택은 지어진 지 벌써 이십이 년이 넘은 건물이었고, 문틀도 처음 시공한 그대로였다.
나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식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그게 아무 소용없다는 건 이미 확인한 사실이었다.
칼날은 이십 센티미터짜리 스테인리스였고, 손잡이 부분에는 지문이 얼룩져 있었다.
그걸로 저 발을 찌른다고 해도, 그 갈고리 같은 발톱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전혀 들지 않았다.
밖에서 낮은 숨소리 같은 게 새어 나왔다.
사람의 숨소리와 비슷했지만, 조금 더 걸걸하고 길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뭔가 끓는 듯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존재는 몇 초간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문틀을 손톱 같은 것으로 두드렸다.
똑, 똑.
마치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리듬이었다.
아니, 확인이 아니라 예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들어가도 되는지 묻는 것처럼, 아니면 안에 있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끄는 것처럼.
'이건 그냥 몬스터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뒷걸음질쳤다.
등이 부엌 쪽 벽에 닿았다.
등에 닿은 벽의 냉기가 셔츠를 뚫고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그 냉기조차 지금은 위안이 됐다.
적어도 벽은, 아직 뭔가가 뚫고 들어오지 않은 곳이었다.
[테리토리 위협 감지 - 대응 필요]
눈앞에 떠오른 문구는 이전과 달리 붉은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글자가 깜빡일 때마다 시야 한쪽이 붉게 물들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그 밑에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손끝으로 눌러봤다.
[대응 방법]이라는 항목이 열렸지만, 안에는 아무 내용도 없었다.
텅 빈 목록 하나뿐이었다.
'대응하라면서 방법은 알려주지도 않는 거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 안쪽에서 피 맛이 살짝 느껴졌지만, 그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나는 몇 번이나 그 항목을 다시 눌러봤다.
바뀌는 건 없었다.
텅 빈 목록, 그것뿐이었다.
'이럴 거면 경고는 왜 띄우는 거야.'
방 안을 둘러봤다.
책상, 캐리어, 서랍장으로 막아둔 현관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책상은 원목 재질이었고, 다리 하나가 이미 살짝 휘어 있었다.
캐리어는 여행 갈 때 쓰려고 사둔 이십사 인치짜리였는데, 그 안에는 아직도 겨울옷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서랍장은 세 칸짜리 플라스틱 제품으로, 원래는 그릇을 정리해두는 용도였다.
그것들을 문 앞에 쌓아둔 지 벌써 며칠째였다.
하지만 저 존재가 정말로 문을 열려고 한다면, 그것들이 얼마나 버텨줄지 알 수 없었다.
플라스틱 서랍장 따위가 저 갈고리 발톱을 막아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조금 벌어줄 뿐이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긁는 소리가 잠시 멈췄다.
나는 그 정적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차라리 긁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게 나았다.
소리가 멈춘다는 건, 저것이 다음 행동을 하기 직전이라는 뜻처럼 느껴졌다.
나는 숨을 참았다.
숨소리조차 저것에게 들릴까 봐 두려웠다.
몇 초, 아니 몇십 초가 그대로 흘러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문 손잡이가 아주 조금씩, 소리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경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손잡이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안에서 걸어둔 잠금장치가 아직 버티고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제발, 제발 버텨줘.'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잠금장치는 문 시공할 때 기본으로 달려 있던 것으로, 특별히 튼튼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저 도어락 하나와, 그 위에 걸어둔 체인 하나가 전부였다.
저 손잡이를 돌리는 힘이 조금만 더 세진다면, 저 체인이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었다.
손잡이는 한계까지 돌아간 듯 잠시 멈췄다.
문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쿵,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미세한, 압력이 실리는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에 몸이 저절로 굳는 걸 느꼈다.
[경고: 테리토리 경계가 침해되기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 문구를 보며, 오늘 밤이 어떻게 끝날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만을 깨달았다.
문 너머에서 다시 낮은 숨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식칼을 쥔 손을 더 세게 움켜쥐며, 벽에 등을 붙인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