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도 어느새 여덟 달이 지났는데, 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알람을 세 번씩 미루다가 겨우 몸을 일으키는 삶을 살고 있었다. 처음 알람이 울릴 때는 대충 손으로 더듬어서 끄고, 두 번째 알람에는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이며 오 분만 더를 되뇌고, 세 번째 알람이 울릴 때쯤에야 겨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딱히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매일이 재방송처럼 흘러가는 기분이었고, 반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한 위치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성적은 중간, 인간관계는 무난, 특기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 그야말로 평범함의 표본 같은 삶이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창문 너머로 마당에서 콩이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이불 속에서 눈만 슬쩍 뜬 채로 '또 옆집 고양이 왔나 보네' 하고 넘겨버렸다. 그 고양이는 종종 우리 집 화단을 넘어 다니는 녀석이었는데, 콩이가 그 냄새만 맡아도 저렇게 반응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콩이는 우리 집 시바견인데, 사료값이 꽤 나가서 아빠가 종종 투덜대긴 해도 실제로는 온 가족이 다 아끼는 존재였다. 평소엔 배 문지르면 발라당 눕는 애교둥이인데, 오늘은 좀 달랐다. 마당 구석, 화단 옆쪽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계속 낑낑거리는 게, 마치 뭔가 보이지 않는 걸 노려보는 것 같았다.
나는 세수를 하다가 창밖으로 그 모습을 한 번 더 봤는데, 콩이가 평소와 다르게 꼬리를 바짝 세우고 있는 걸 보고 살짝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까지 경계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잠깐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콩이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향해 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학교 갈 준비를 하며 '개들은 원래 가끔 저러잖아, 벌레라도 봤나 보지' 하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아침밥은 대충 토스트 하나로 때우고 나와서 버스를 탔는데, 그마저도 한 정거장을 놓쳐서 지각 직전까지 뛰어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느끼며 교문을 통과했을 때는 정말이지 오늘 하루도 순탄치 않겠구나 싶었다.
1교시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이 뭘 설명하는지도 모른 채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고, 칠판에 뭔가 적히는 소리와 분필 부딪는 소리만 귓가에 스치듯 지나갔다. 쉬는 시간이 되자 친구 재현이가 다가와서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야, 강도윤. 너 요즘 뭐 좋은 일 있냐? 표정이 죽상이던 게 좀 나아진 것 같은데 ㅋㅋ"
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좋은 일이 뭐 있겠냐, 그냥 오늘도 똑같은 날이지."
재현이는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차더니,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거 봤냐? 던파헌터 이번에도 대박 캤대."
"던파헌터가 누군데."
"야, 너 진짜 관심 없구나. 던전 탐험가들 사이에서 완전 유명한 사람이야. 이번에 캔 마보석이 손바닥만 하다니까?"
나는 별 흥미 없이 스마트폰을 슬쩍 넘겨봤는데, 화면 속에는 레게머리를 한 남자가 카메라 앞에서 손바닥만 한 돌덩이 같은 걸 자랑스럽게 들이밀고 있었다. 색깔이 묘하게 푸른빛을 띠는 게, 저게 뭐라고 저렇게까지 흥분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게 그렇게 비싸?"
"비싸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저거 하나면 우리 학교 십 년치 등록금도 나올걸."
나는 그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창에 '던파헌터'라고 쳐봤는데, 그게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 결정인지는 그때는 전혀 몰랐다.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 정도로 여기며 몇 개의 영상을 훑어봤을 뿐이었다.
수업이 다시 시작되자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시 창밖을 봤는데,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흐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싶었지만, 그 생각도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수업의 지루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집에 돌아온 건 오후 4시쯤이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콩이가 반갑게 달려오긴 했는데, 그 눈빛이 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품고 있어서 나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닿는 털의 감촉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드러웠지만, 콩이가 자꾸 마당 쪽을 힐끔거리는 게 신경 쓰였다.
"왜, 뭐 있어?"
콩이는 대답 대신 낑낑거리며 내 손을 핥았다.
마당 쪽을 다시 슬쩍 바라봤을 때, 화단 옆 흙바닥이 어딘가 미묘하게 색이 달라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그 자리는 갈색 흙빛이었는데, 지금은 살짝 거무스름한 빛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해가 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충 결론을 내리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방을 던져놓고 침대에 몸을 눕히니, 하루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부모님은 회사와 마트 얘기만 할 뿐, 마당의 변화 같은 건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아빠는 요즘 콩이 사료값이 또 올랐다고 투덜거렸고, 엄마는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 얘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듣는 시늉을 했는데, 사실 머릿속에는 낮에 봤던 마보석 영상이 계속 떠올랐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문득 아까 봤던 던파헌터의 영상을 떠올렸다. 레게머리를 휘날리며 손바닥만 한 마보석을 화면 가득 들이대던 그 남자의 표정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저런 걸 하나만 캐도 인생이 바뀔 텐데, 나 같은 평범한 고등학생한테는 그런 일이 평생 일어날 리 없겠지 싶었다.
'저런 걸 하나만 캐도 인생이 바뀔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콩이는 유난히 오랫동안 마당 쪽을 향해 짖었다고, 나중에 아빠가 투덜거리며 말해줬다.
"아니 저놈이 밤새 짖어대서 잠을 설쳤잖아. 도대체 뭘 보고 그러는 건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는데, 그때는 정말로 알지 못했다. 콩이가 그렇게 밤새 짖어대던 그 화단 아래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아주 천천히 자라나고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