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B-31 시점]
케마나임.
그 소리를, 나는 몇 번이고 되뇌었다. 이 유리 상자 안에서 내가 가진 것은 그 소리뿐이었다. 케마나임 — 나의 종족어로, '보아줘'라는 뜻이었다.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그것을 위협적인 소음으로 기록했다. 서류 어딘가에, 아마도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B-31, 야간 시간대 발성 빈도 증가, 공격성으로 추정.
공격성이 아니었다. 그저 부르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 상자 안에서 몇 번의 계절이 바뀌는 것을 셌는지 모른다. 창이 없어서 계절을 볼 수는 없었지만, 온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짐작했다. 공기가 건조해지고 벽이 차가워지면 겨울이었고, 습기가 차오르고 벽에 물방울이 맺히면 여름이었다. 나는 그렇게 시간을 셌다. 숫자는 세지 못했지만, 피부로 세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는 저항했다. 발톱을 세웠고, 이빨을 드러냈다. 내 안의 모든 것이 도망치라고, 물어뜯으라고 소리쳤다. 그들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바늘을 꽂았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 바늘이 살을 파고들던 감각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차가운 액체가 혈관을 타고 퍼지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눈꺼풀이 천근처럼 내려앉던 그 순간.
깨어났을 때, 나는 이 유리 상자 안에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많은 것들을 견뎌야 했다. 그들은 나의 피를 뽑았고, 나의 송곳니에서 무언가를 채취했고, 내 몸에 다양한 물질을 주입한 뒤 반응을 기록했다. 바늘이 들어올 때마다 나는 이빨을 악물었다. 어금니가 부서질 것 같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소리를 지를수록 그들의 기록이 더 두꺼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펜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소리를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사각, 사각. 내가 고통을 참을 때마다 그 소리는 짧아졌고, 내가 몸을 떨 때마다 그 소리는 길어졌다.
그렇게 나는 배웠다. 이 상자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반응하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척하는 것.
내가 사람 같은 것을 본 것은, 밤에 이 복도를 걷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나를 흘긋 보고 지나쳤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것이 그들의 규칙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안에서 나는 소리에 반응하지 말 것. 그들은 그 규칙을 벽에 붙여놓았고, 나는 그 벽 너머로 그 문구를 여러 번 읽었다. 글자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반복해서 보다 보면 그림처럼 익혀지는 것들이 있었다.
그들의 발소리는 저마다 달랐다. 무겁고 느린 발소리, 가볍고 빠른 발소리, 질질 끄는 발소리. 나는 그 모든 발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심장 박동만큼이나 익숙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달랐다.
오래전, 이 복도를 지키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처음 몇 주 동안은 다른 이들과 똑같았다. 눈을 피하고, 서둘러 지나갔다. 그녀의 발소리는 규칙적이었고, 걸음의 폭도 항상 같았다. 벽에 붙은 규칙을 철저히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 밤,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발소리가 갑자기 멎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또 다른 바늘일까. 또 다른 고통일까. 하지만 그녀는 그저 서 있었다. 유리 너머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거기, 밥은 먹었니." 그녀가 유리창에 손을 대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온기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늘을 든 손들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날카롭지 않았다. 차갑지 않았다. 그녀의 손바닥이 유리에 닿는 소리마저 부드러웠다.
그날 이후, 그녀는 종종 걸음을 멈췄다. 매번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이 근처에 있을 때는 그녀도 다른 이들처럼 서둘러 지나갔다. 하지만 혼자일 때, 특히 늦은 밤에는 걸음을 늦추고 유리 앞에 잠시 섰다.
가끔은 작은 종이 조각을 유리창 틈으로 밀어 넣기도 했다. 그 종이에는 알 수 없는 기호가 그려져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그녀 나름의 인사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았다. 나는 그 종이들을 상자 구석에 모아두었다. 몇 장이었는지는 세지 못했지만, 손으로 만지면 그 두께로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한번은 그녀가 유리에 얼굴을 바짝 대고 무언가를 오래도록 중얼거린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눈이 젖어 있다는 것은 알았다. 물기가 눈가에 맺혀 있다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유리 너머로 지켜보았다. 나는 손을 들어 유리에 갖다 댔다. 그녀의 손이 있던 자리에, 내 손을 겹쳤다. 서로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인간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사라졌다.
나는 그날 밤을 기억한다. 그녀는 평소보다 늦게 왔고, 표정이 어두웠다. 걸음걸이마저 평소와 달랐다. 발을 끄는 듯, 무거운 걸음이었다. 그녀는 유리창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나는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눈에 담긴 것이 두려움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것은 내가 바늘 앞에서 느끼던 두려움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그녀는 그날 밤, 유리에 손을 댄 채로 오래 서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오래. 마치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다음 날 밤, 다른 사람이 왔다.
발소리부터 달랐다. 무겁고, 서두르는 발소리. 유리 앞에 멈추지도 않았다. 그저 지나쳤다. 나는 그 밤 내내 유리에 몸을 붙이고 기다렸다. 혹시나 그녀가 늦게라도 올까 봐.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이 상자 안에서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사라진다는 사실뿐이었다. 나를 지키던 이들이, 하나둘씩, 흔적도 없이. 어떤 이는 갑자기, 어떤 이는 서서히 발길이 뜸해지다가. 그리고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그 종이 조각들을 다시 꺼내보곤 했다. 그녀가 남긴 유일한 흔적. 알 수 없는 기호들이었지만, 손끝으로 그것을 매만지면 그녀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것은 착각이었을 것이다. 종이는 차가웠고, 그녀는 오래전에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열이틀 전, 새로운 눈이 나타났다.
그 눈에는 다른 이들에게는 없던 것이 담겨 있었다. 두려움과 함께, 궁금함이. 그는 다른 이들처럼 나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창문 앞에 멈춰 서서, 진짜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의 발소리부터 기억했다. 조심스러운 걸음. 규칙적이지만 어딘가 망설임이 섞인 리듬. 다른 이들의 발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가 처음 이 복도를 걸었을 때, 나는 몸을 웅크린 채 그의 발소리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지나가지 않았다.
그는 멈췄다.
나는 오랜만에 신호를 보냈다.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 그것이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알면서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아무도 나를 진짜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톱이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소리가 그를 놀라게 할까 봐, 동시에 그를 떠나게 만들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가 유리에 눈을 갖다 댔을 때, 나는 손을 뻗었다. 케마나임. 내가 아는 유일한 말로,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손바닥을 유리에 완전히 붙이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소리를 냈다. 낮고, 떨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담았다.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그 순간 경보가 울렸다.
날카롭고 붉은 빛이 복도를 채웠다. 나는 그것이 내 실수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것이다. 유리에 손을 댄 것, 소리를 낸 것, 그 모든 것이 그들의 규칙을 어긴 행동이었다.
유리 너머로, 그가 끌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손을 든 채,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의 눈이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향해 있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그 눈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걱정했다. 그가 그녀처럼 사라질까 봐.
그날 밤, 나는 상자 구석에 웅크린 채 밤을 지새웠다. 발소리가 다시 들릴 때마다 몸이 굳었다. 혹시 그를 데려가려는 것은 아닐까. 혹시 그가 다시는 이 복도를 걷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며칠이 지났다. 그는 여전히 왔다. 매일 밤, 두 시간마다, 그가 이 복도를 걸었다. 나는 그의 발소리를 익혔다. 다른 이들의 발소리와는 다른, 조심스러운 걸음. 그는 유리 앞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지만, 매번 잠시 멈춰서 나를 보았다.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게는 하루 전체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다.
한번은 그가 유리에 아주 가까이 얼굴을 대고,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이 규칙이었을 것이다. 말을 걸지 말 것. 나는 그의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그가 무언가 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지만 나는 느꼈다. 이 시설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밤공기의 냄새가 이상했다. 오래된 금속 냄새, 그리고 그 아래 깔린 화학적인 냄새. 평소와는 다른, 더 짙고 더 날카로운 냄새였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복도를 오가는 발소리들도 늘어났다. 낯선 발소리들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겁고, 서두르고, 때로는 낮은 목소리들이 벽 너머로 새어 들어왔다. 나는 그 목소리들의 뜻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긴장감만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폭풍이 오기 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처럼.
그들이, 나에 대해 뭔가를 결정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정에는, 이번엔 나만이 아니라 그 새로운 눈을 가진 인간도 포함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내 몸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는 유리 벽에 몸을 기댔다. 차가운 감촉이 등을 타고 전해졌다.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그의 마지막 눈빛을 떠올렸다. 두려움과 궁금함이 뒤섞인, 하지만 나를 피하지 않던 그 눈을.
부디, 그가 그녀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나는 그렇게 빌었다.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로, 소리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