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창고 안의 정적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먼지 낀 공기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목함 위에 옅게 내려앉았고, 한서령은 그 안의 서찰들을 하나씩 집어 살피며 미간을 좁혔다.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유일한 움직임처럼 창고를 채웠고, 소연은 그 손끝의 움직임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서찰의 내용이 궁금해 입이 절로 벌어졌지만, 한서령은 결국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소매 안에 갈무리해버렸다.
'궁금한 게 많은데.' 소연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묻지 않은 것은 입 밖에 내지 말 것—처음 그 규칙을 들었을 때는 자신을 지키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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