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밤이 깊어질수록 개들의 울음소리는 더욱 짙어졌다. 처음에는 멀리서 들리는 듯 희미했던 그 소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담장을 넘어 별채 안까지 스며들 듯 가까워졌다. 청도현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병든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병 때문인지 불길한 예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났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개들이 왜 이 시각에.' 청도현은 창호지를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개는 원래 밤에 짖는 짐승이었으나, 지금 들리는 울음소리는 단순한 야경(夜警)의 소리가 아니었다. 사냥감을 쫓는 짐승 특유의, 낮게 깔린 흥분과 갈증이 섞인 소리였다. 청목세가에서 사냥에 쓰이는 맹견들의 울음소리를 그는 낮 동안 몇 번이나 들은 적이 있었으니, 그 소리와 지금의 소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챘다.
창호지 너머로 스치는 그림자를 발견한 것은 그 직후였다. 하나, 둘, 셋. 그림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청도현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공자님!" 소련이 밖에서 달려오며 문을 벌컥 열었다.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숨은 턱까지 차올라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개들이... 담을 넘어 들어왔습니다. 사냥개들입니다!"
"몇 마리냐." 청도현이 낮게 물었다.
"세, 세 마리입니다. 큰 사냥개들이었습니다. 눈빛이... 눈빛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청도현은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병든 다리가 그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무릎이 꺾이듯 힘을 잃었고, 그 순간의 무력함이 그의 가슴을 더욱 조여왔다. 다급히 소련의 부축을 받으며 방을 나섰을 때, 이미 별채의 앞뜰에는 굶주린 눈빛을 한 대형 사냥개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그들의 눈동자는 짐승 특유의 탐욕으로 번들거렸고, 벌어진 입에서는 하얀 이빨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 뒤로 멀찍이 그늘 속에 숨어 지켜보는 인영이 있었으니, 그 체형과 자세는 낮에 마주쳤던 청랑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어깨의 기울기, 팔을 늘어뜨린 채 서 있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낮에 청도현을 바라보던 그 냉랭한 시선의 잔영이 지금 그림자 속에서도 여전히 느껴졌다.
'청랑, 네놈이…' 청도현의 눈빛이 굳었다. 굶주린 사냥개는 세가에서 짐승 사냥에 쓰이는 맹견들로, 그 이빨의 힘이 어른의 팔뼈를 부러뜨릴 정도라고 들었다. 병든 삼공자가 밤중에 사고로 죽는다면, 그것을 의심할 자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사냥개가 담을 넘어 들어와 병약한 자를 물어 죽이는 일이야, 세가에서는 종종 있어온 불행한 사고로 치부될 것이었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너무나 완벽해서, 청도현은 오히려 그 치밀함에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소련아, 뒤로 물러서라." 청도현이 낮게 명령했다. 소련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공자님을 두고 갈 수 없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으나, 그 눈빛만은 흔들림이 없었다. 자그마한 몸으로 병든 공자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그녀의 전신에서 느껴졌다.
그 순간, 가장 앞선 사냥개가 낮은 울음을 흘리며 몸을 낮췄다. 도약의 전조였다. 근육이 팽창하며 앞다리가 지면을 파고들었고, 그 눈동자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쉬이익-!
개가 허공을 가르며 달려들었다. 청도현은 병든 몸으로 피할 재간이 없었다. 대신 그는 뜰에 놓여 있던 화로의 재를 손에 움켜쥐어 개의 눈을 향해 뿌렸다. 손끝에 닿는 재의 뜨거운 잔열이 살갗을 파고들었으나, 그런 통증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개가 잠시 눈을 못 뜨고 비틀거리는 사이, 소련이 청도현의 팔을 잡아끌어 처소 안으로 몸을 굴렸다.
쾅!
문이 부서질 듯 개의 몸통에 부딪혔다. 나무판이 갈라지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청도현은 벽에 등을 붙인 채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살폈다. 방 안에는 무기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저 낡은 서책과 향로, 그리고 벽에 걸린 몇 가지 약초 주머니뿐. 병든 몸을 다스리기 위한 소소한 살림살이가 전부였다.
'무기가 없다.' 청도현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전생의 백린이라면 방 안의 어떤 물건이든 무기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나, 지금 그의 몸은 그 지식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오직 흐릿한 파편들만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약초.' 청도현의 눈이 번뜩였다. 병든 몸을 위해 소련이 정성으로 말려둔 약초들, 그 중에는 독성이 강한 것들도 섞여 있었다. 전생의 백린이라면 그 냄새만으로도 어떤 약재인지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나, 지금의 그는 그 지식의 파편만을 어렴풋이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의 완전함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문이 다시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개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놈의 눈은 이미 재의 잔재로 인해 붉게 충혈되어 있었으나, 그 흉포함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청도현은 순간 몸을 던지듯 약초 주머니를 낚아채 개의 코앞에 흩뿌렸다. 매운 향과 자극적인 냄새가 공기를 채우자, 개가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며 물러섰다. 짐승의 후각은 인간보다 예민한 법이었으니, 그 자극이 놈에게는 몇 배로 더 견디기 힘든 것이었으리라.
"공자님!" 소련의 비명이 들렸다. 또 다른 개가 창을 부수고 들어온 것이었다. 나무 창살이 산산조각 나며 방 안으로 흩어졌고, 그 파편 사이로 놈의 몸통이 밀려들어왔다. 청도현은 소련을 밀치듯 자신의 뒤로 보내며, 병든 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감당하려 했다.
서걱-!
개의 이빨이 그의 팔뚝을 스치며 살점을 뜯어냈다. 뜨거운 통증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마치 불에 지지는 듯한 격통이었고, 그 통증은 뇌리를 하얗게 만들 정도로 극심했다. 청도현은 이를 악물며 쓰러지듯 바닥을 굴렀다. 피가 방바닥을 붉게 적셨다.
'죽는구나.'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 분노가 먼저 차올랐다. 전생에서 백린은 묵혼문의 종사로서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넘겨왔건만, 이 병든 몸에서는 개 세 마리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스러진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굴욕적이었다. 강호를 종횡하며 수많은 고수를 상대해온 그가, 하필 이런 곳에서 짐승의 이빨에 명을 다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 순간, 그의 가슴 한복판에서 무언가가 뒤틀리듯 움직였다.
뜨거운 열기가 단전에서부터 솟구쳐 올랐다. 마치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용암이 균열을 뚫고 터져 나오는 것처럼, 전신의 혈맥이 타오르는 듯한 격통이 순식간에 그를 휘감았다. 청도현은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몸을 뒤틀었다.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가, 다시 새하얗게 바뀌었다가, 그 사이로 아득한 어둠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 격통 속에서, 잊혔던 기억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묵혼문의 산문, 스승의 얼굴, 독초를 다루던 손끝의 감각, 은침을 던지던 순간의 집중, 그리고 옥천경의 문구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산문 앞에 늘어선 제자들의 모습이, 스승의 엄한 눈빛이, 그리고 그 옆에서 늘어놓던 독초들의 냄새가 하나하나 되살아났다. '독을 다스리는 자는 먼저 자신의 몸을 다스려야 한다.' 옥천경의 첫 구절이 뇌리에 각인되듯 울렸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백린이라는 존재 자체의 근간이었다.
청도현의 눈동자가 순간 붉게 물들었다. 병든 심맥을 타고 흐르던 탁기가, 그 뜨거운 기운에 밀려 서서히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막혀 있던 강물이 갑작스레 물길을 되찾은 것처럼, 전신의 기혈이 요동치며 흐르기 시작했다. 그 흐름은 격렬했으나, 동시에 익숙했다. 마치 오랜 벗을 다시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소련이 다급히 소리쳤으나, 청도현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져만 갔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듯 흐릿해졌고, 오직 그의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기운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다시 달려드는 개의 이빨이 그의 목을 향해 뻗어왔다. 그 순간 청도현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마치 오랜 세월 익혀온 습관처럼, 그의 손끝이 개의 눈과 목 사이의 급소를 정확히 찍었다. 손끝에 실린 힘은 미미했으나, 그 힘이 향한 방향과 지점만은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푸슉-
개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청도현 자신도 그 움직임에 놀랄 지경이었다. 병든 몸이라 믿었던 팔다리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생의 감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손끝에 남은 여운이 마치 그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으나, 동시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의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남은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짐승의 본능이 눈앞의 상대가 더 이상 무력한 먹잇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었다. 놈의 눈동자에서 조금 전의 탐욕이 사라지고, 대신 경계와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그때, 커다란 그림자가 부서진 문틀 사이로 뛰어들었다.
"이놈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거구의 사내가 개의 목덜미를 낚아채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쳤다. 청목세가의 무학 지도교사, 강태산이었다. 후천 팔중(八重)의 경지에 오른 그의 손아귀 힘에, 개는 짧은 신음만을 남기고 축 늘어졌다. 그의 등장은 마치 폭풍우 속에 나타난 거대한 산과 같았으니, 방금까지 방 안을 채웠던 살기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공자님!" 강태산이 황급히 청도현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벌어졌다. 병든 삼공자의 얼굴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서늘하고 정갈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죽음의 위기를 넘긴 자의 안도가 아니었다. 마치 오랜 세월 검을 다루어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정제된 위압감 같은 것이었다.
"...괜찮으신 것입니까?" 강태산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문과 경계가 함께 섞여 있었다. 그가 알던 삼공자는 병약하고 무력한 존재였을 뿐, 지금 눈앞에 있는 이런 존재가 아니었다.
청도현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으나, 그 떨림은 병약함의 떨림이 아니라, 방금 막 눈뜬 새로운 힘에 대한 낯섦의 떨림이었다. 팔뚝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통증은 선명했으나, 이상하게도 그 통증조차 반갑게 느껴졌다. 살아있다는 증거였으니까.
소련은 벽에 붙어 선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안도, 그리고 알 수 없는 경이로움이 함께 담겨 있었다. 방금까지 병들어 스러질 듯했던 공자가, 지금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정적.
밖에서 지켜보던 청랑의 인영이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부서진 창틈으로 어렴풋이 보였다. 그 뒷모습에는 당황과 낭패가 섞여 있었으니, 계획이 실패했음을 직감한 자의 다급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청도현은 그 뒷모습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속으로 나직이 되뇌었다.
'청랑, 네가 나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대로 병든 몸으로 스러졌을 것이다.' 서늘한 웃음이 그의 입가에 걸렸다. '그러니 이건, 네가 나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 되겠구나.'
강태산은 여전히 그를 살피며 다급히 물었다. "출혈이 심하십니다. 당장 의원을 불러야겠습니다."
"괜찮다." 청도현이 낮게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달리 침착했고,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그보다, 이 개들을 세가로 보낸 자가 누구인지, 그것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강태산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역시 이 밤의 사냥개가 우연히 담을 넘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세가 내부의 암투에 함부로 발을 들이는 것은, 그 자신에게도 화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사해보겠습니다." 강태산이 조심스레 답했다.
청도현은 그 대답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몸속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청도현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했다. 옥천경의 구절들이 여전히 머릿속에서 명멸하고 있었으나, 그 전체를 온전히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오직 파편들이, 필요한 순간마다 그를 도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오늘 밤, 그는 더 이상 병든 삼공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청랑을 비롯한 이 세가의 누구도,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부서진 문틀 사이로 스며드는 밤바람이 방 안의 피비린내를 조금씩 흩어놓고 있었으나, 그 바람 속에서도 청도현의 눈빛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눈빛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파란을 예감하듯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