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이 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5화

다음 날 아침, 나는 조회를 위해 5반 교실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공기가 어제와 달랐다. 야유도 없었고, 종이비행기도 날아오지 않았다. 교실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평소라면 누군가 낄낄거리며 내 이름을 부르고, 누군가는 책상 위에 발을 올린 채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시선들이 전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윤서아는 자리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턱을 괸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라면 나를 향해 던지던 장난기 어린 말 한마디도 없었다. 교탁 앞에 서서 출석부를 펼치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윤서아, 괜찮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가 그제야 나를 힐끗 올려다봤다. 눈 밑이 어딘가 부어 있었다. 밤새 뭘 했는지 짐작이 갔다. "...네, 괜찮아요." 대답이 짧고 힘없었다. 나는 더 캐묻지 않고 출석을 시작했다. "1번, 강하늬." 또 대답이 없었다. 빈자리를 향해 시선이 잠깐 멈췄다. 책상 위엔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학생들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뭔가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팔을 툭 치고, 그 애는 다시 다른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쳤다. 교실 안에 무언의 신호가 오가고 있었다. 나는 그 흐름을 다 읽을 수는 없었지만,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오늘도 결석이네요." 정다은이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조심스러움이 오히려 이상했다. 평소 정다은은 강하늬 얘기가 나오면 눈을 굴리며 비아냥거리기 바빴다. 그런데 오늘은 목소리가 낮았고,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나는 출석부를 덮으며 아이들을 한 번 더 훑어봤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전부 각자의 책상 위, 혹은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무언가가 이 교실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 쉬는 시간, 나는 교무실로 향하다 복도에서 소율과 루나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두 사람은 계단 옆 구석에 몸을 붙이고 서 있었다. "서아 어제 하늬한테 문자 받았대." 루나가 목소리를 낮췄다. "뭐라고 왔는데?" "공원으로 나오라고. 밤 열 시에." 소율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공원 걔네 아지트 있는 데잖아." 나는 걸음을 멈췄다. 등 뒤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발끝이 그대로 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루나가 먼저 소율의 팔을 잡아끌었다. "...쌤." "방금 무슨 얘기였어요?" 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낮아졌다. 소율과 루나가 서로 눈치를 봤다. 둘 다 입을 열지 못한 채 서로에게 눈짓만 보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하늬 학생 얘기였잖아요. 맞죠?" 두 사람은 대답하지 못했다. 소율의 손끝이 교복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고, 루나는 애꿎은 신발코만 내려다봤다. 나는 그들을 더 압박하지 않았다. 압박한다고 해서 지금 이 순간 진실을 뱉어낼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확신이 생겼다. 윤서아가 강하늬로부터 뭔가 위험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친구 사이의 다툼이 아니라는 것. '공원'이라는 단어와 '아지트'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자꾸 부딪쳤다. - 점심시간, 나는 결국 윤서아를 따로 불렀다. 빈 교실에 마주 앉은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 창밖으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멀게 들렸다. 교실 안의 정적이 그 소리를 더 크게 만들었다. "서아야, 하늬한테 문자 받았어?" 윤서아의 어깨가 순간 떨렸다. 책상 위에 올려둔 손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누가 그래요." "소율이랑 루나가 얘기하는 거 들었어."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빨 사이에서 아랫입술이 하얗게 눌렸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공원으로 나오라는 문자였다며. 밤 열 시에." "...쌤이 상관할 일 아니에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동공이 흔들리는 게 그대로 보였다. "위험한 곳이라면 말해줘야지." "위험한 거 알아요! 그래도 안 가면 하늬가..." 윤서아가 말을 삼켰다. 말을 삼킨 자리에 침묵이 대신 들어앉았다. "하늬가 어떻게 되는데?" "...몰라요." 그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저 그냥 갈게요." "서아야." "쌤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녀가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문이 벽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나는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그 아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예요.〉 한지연 선생님의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렸다. 이건 단순한 결석 문제가 아니었다. 윤서아의 눈빛, 강하늬의 빈자리, 그리고 '아지트'라는 단어까지. 전부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림의 전체가 뭔지는 아직 몰랐지만, 그게 좋은 그림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곧바로 교무실로 뛰어갔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머릿속엔 윤서아의 마지막 표정이 남아 있었다. 한지연 선생님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복도 끝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이도윤 선생님, 잠시 얘기 좀 하시죠." 교감이었다. 표정이 심각했다. 평소 온화하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학부모 민원이 하나 들어왔는데, 선생님이 학생한테 물건을 던졌다는 신고예요."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숨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전자펜 사건이 벌써 이렇게까지 퍼진 건가. 머릿속으로 며칠 전 그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위협을 막으려던 거였다'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교감의 눈빛은 이미 내 해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교감은 그 말만 남기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주머니 속 진동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발신자는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였다. 화면을 켜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화면에 뜬 메시지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강하늬 선생님한테 관심 끄시는 게 좋을 겁니다.〉 숨이 턱 막혔다. 복도의 형광등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렸다.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몇 번을 읽어도 뜻은 하나였다. 누군가 이미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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