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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학교에 가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애를 진짜 내보내야 하나.' '근데 정말 죽는다면 어떡하지.' '말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거야.'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흘러가는 풍경을 봤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젯밤 은하가 차려준 된장국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미친 거 아니야. 하루 만에 냄새로 남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도 자꾸만 그 국물 맛이 떠올랐다. 교문을 지나 교실로 들어서자, 준서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박준서는 우리 학교 축구부 부장이자 학생회장이었다. 키가 크고, 인기가 많았고, 성격도 밝았다. 나와는 정반대의 인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1학년 때부터 계속 친하게 지내온 사이였다. "이도윤, 얼굴이 왜 그래. 어제 밤새웠어?" "……비슷해." "뭐 때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하면 준서가 믿을까.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으면서도 손이 미묘하게 떨렸다. 결국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집에 처음 보는 여자애가 들어와 있어." 준서의 눈이 커졌다. "뭐? 여자친구 생겼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침입이야. 무단 침입." "……신고했어?" "못 했어." "왜?"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왜 못 했는지, 나 스스로도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준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런 애는 진짜 조심해야 해. 요즘 그런 스토커 뉴스도 많잖아." "알아." "뭘 알아. 안다면서 왜 신고를 안 해." "근데 왜 안 신고했냐니까." "……밥을 해주더라고." 말을 뱉는 순간, 나조차도 스스로의 대답이 어이없게 들렸다. 준서는 잠시 나를 빤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야, 그거 완전 스토커 특징이야. 정보 다 파악하고, 요리로 넘어오는 거. 영화 많이 봤잖아 너, 몰라?" "……" "그리고 딱 그런 애들이 처음엔 착하게 나오다가, 나중에 집 못 나가게 하고 그런다니까. 뉴스에서 봤어." 그 말에 뒷목이 서늘해졌다. 준서의 말이 맞았다. 은하가 하는 행동은 딱 그런 패턴이었다. 밥을 해주고, 다정하게 웃고, 내 걱정을 하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삶 안으로 들어오는 것. '설마, 정말 그런 걸까.' 하지만 은하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 무해한 표정과 예언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이 겹쳐지면서 머릿속이 다시 엉켰다.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칠판의 글씨가 뭉개진 것처럼 보였다. 옆자리 준서가 슬쩍 쪽지를 건넸다. '오늘 진짜 내보낼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적었다. '그래야지.' 쪽지를 다시 접어 넣으면서도 손끝이 차가웠다.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는 길, 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반드시 그 애를 내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제의 기억들이 자꾸 스쳤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던 은하의 옆모습. 핑크색 머리카락이 조명 아래서 반짝이던 순간. "저 오늘부터 여기서 살 거예요."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던 표정까지. '아니, 정신 차려.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나는 억지로 걸음을 재촉했다.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심장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긴장 때문인지,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골목을 돌아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나는 걸음을 멈췄다. 집 앞 가로등 아래, 익숙한 핑크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은하였다. 그것도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그 교복을. 넥타이 색깔부터 마이 배지까지, 낯설 이유가 없는 그 교복.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너 뭐야." 은하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기다렸어요." "교복은 또 뭔데." "저 오늘부터 도윤 씨네 학교 다녀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뭐?" "전입생이요. 2학년 3반. 도윤 씨랑 같은 반."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표정도 그대로였다. 그게 더 이상했다. 이렇게 큰 일을 말하면서도, 마치 오늘 날씨 얘기를 하듯 태연했다. "장난해? 전입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어디 있어." "됐어요. 다 됐어요." "누가, 어떻게." "그건 몰라도 돼요."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머릿속으로 오늘 하루 세운 계획들이 하나씩 무너져 내렸다. 밥을 얻어먹었으니 오늘은 반드시 내보내야 한다는 다짐. 준서의 경고를 떠올리며 신고까지 고민했던 결심. 그 모든 게 순식간에 의미 없어졌다. 어젯밤 신고를 못 한 것도, 오늘 밥을 얻어먹은 것도,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이 애는 단순한 침입자가 아니었다. 이제는 내 학교, 내 생활 전체에 파고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가로등 불빛이 은하의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웃고 있는데도, 그 웃음 안에 뭔가 다른 게 숨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이 모든 것이 그 애가 던진 예언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죽는다는 말. 그 말을 뱉을 때 은하의 눈빛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렇게까지 해서 내 곁에 붙어 있으려 하는 이유. '설마, 정말로 내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건가.'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경고음보다 더 크게 울리는 건, 은하가 나를 보며 짓는 저 표정이었다. 마치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확신에 찬 얼굴. "들어가요, 도윤 씨. 저녁 준비해놨어요." 은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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