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다정함이라는 죄

2화

서하은은 마차에서 짐을 다 내리기도 전에 내 앞으로 걸어와 두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오랜 여행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뵈니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칠 년. 정확히 칠 년이었다. 그녀가 학술원을 떠나던 날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표정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는 모양이 그때와 똑같았다. '저 웃음, 여전하군.' 배우고 배워도 완전히 감춰지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눈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예 교수 위촉 소식은 들었다." 나는 짧게 말했다. "축하한다." "선생님이 알아주셔야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지나치게 정교한 웃음이었다. 나는 그 말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옆에 서 있던 소이를 소개하는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이쪽은 소이다. 삼 년째 같이 살고 있어." 서하은의 시선이 소이에게 옮겨갔다. 그 순간의 시선이 조금 길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마치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듯 훑는 눈길이었다. "안녕, 소이야. 이야기 많이 들었어." 소이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한 번 올려다보고, 다시 서하은을 봤다. 그 눈빛에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냥, 확인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는 소이라고 안 하고 소이라고 해요." 서하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그거잖아." "다른데요." 짧은 대답이었다. 나는 그 대화의 온도가 살짝 낮다는 걸 느꼈지만, 아이들이 낯선 사람 앞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넘겼다. '낯가림이겠지.' 그렇게 결론짓고 나는 마부에게 짐 내리는 걸 도와주라고 손짓했다. 짐을 옮기고 방을 정리하는 사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사립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소문은 발보다 빨랐다. '생명연성학의 어머니'가 청하촌에 왔다는 소식이 벌써 마을을 한 바퀴 돈 모양이었다. "저분이 그 유명한 박사님이래요?" "한 선생님 제자였다며?" "세상에, 나라에서 훈장도 받았다던데." "박사님, 우리 애 재능 좀 봐주실 수 있나요?" 누군가는 아예 아이의 손을 잡고 사립문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나는 그 광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봤다. 서하은은 그 시선들을 익숙하게 받아넘겼다. 겸손한 웃음, 정중한 인사, 짧은 감사의 말. 마치 오랫동안 연습해온 동작 같았다. "나중에 시간 내서 마을 어르신들과도 인사드릴게요." 그 말 한마디에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능숙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능숙함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날이 저물 무렵에야 사람들이 흩어졌다. 나는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밥상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평소라면 소이가 앉는 내 옆자리에 서하은이 앉았다. 특별히 자리를 정한 것도 아닌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 자리로 걸어와 앉았다. 소이는 잠깐 멈춰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반대편 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 잠깐의 정지가, 나는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소이야, 이리 와서 여기 앉을래?" 서하은이 자리를 비켜주려 했지만, 소이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짧은 대답이었다. 서운함도, 화도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뭐라도 한마디 더 했을 텐데.' 소이는 원래 말이 없는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자리, 자기 순서에 대해서는 꽤 분명하게 의견을 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넘어갔다.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밥을 먹는 동안 서하은은 학술원 이야기를 쉼 없이 늘어놓았다. 새로운 연성술 연구, 왕도에서 열린 국제 학회, 자신을 견제하는 동료들 이야기까지. 목소리는 밝았고, 손짓은 컸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 제가 발표할 때만 되면 다들 딴짓을 하다가, 질문 시간엔 또 그렇게 날카롭게 물어보더라고요." 나는 듬성듬성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실은 절반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소이에게 갔다. 소이는 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그런데 숟가락을 쥔 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보였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였다. '왜 저러지.'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서하은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선생님, 사실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방금까지 학술원 이야기를 신나게 하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표정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무슨 얘기냐."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시선이 잠깐 소이에게 갔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뭔가를 재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칠 년 전 그 일요. 아직도 저는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밥상 위, 촛불이 흔들렸다. 나는 순간 숨을 삼켰다. 칠 년 전 그 일이라면,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몇 가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 이 밥상 앞에서, 소이가 앉아 있는 이 자리에서, 서하은이 그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하필 지금.' 숟가락을 내려놓는 소이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소이는 국그릇만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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