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밥상이 조용해졌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마저 사라진 자리에, 묵직한 정적만이 남았다.
소이는 여전히 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젓가락은 아까부터 멈춰 있었다. 국물에 떠 있는 야채 조각을 뒤적이던 손끝조차 굳어 있었다.
나는 서하은의 얼굴을 마주 봤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고, 입술은 몇 번이나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마치 하고 싶은 말과 해서는 안 될 말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것처럼.
"그 일이라니, 어떤—"
"기억 안 나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학회에서, 제가… 그 실험 도중에."
말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뒤에 이어질 문장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었다.
칠 년 전, 서하은은 정령 결합 실험 중 실수를 저질렀다. 실험체였던 하급 정령 하나가 그녀의 미숙한 술식에 반응해 폭주했고, 결국 그녀의 손으로 그것을 소멸시켜야 했다. 학술원에서는 사고로 처리됐지만, 그녀는 그 이후로 몇 달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당시 나는 그녀의 지도교수였고, 매일같이 초췌해지는 제자의 얼굴을 지켜봐야 했다.
"그때, 얼마나 자책했었니."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서하은이 고개를 들었다. 놀란 눈이었다.
"기억하고 계셨네요."
"잊을 리가 있나."
"괜찮다." 나는 그때도 그렇게 말했었다. "실패는 배움의 일부다. 네가 다치지 않았으니 됐다."
그 말이 그녀에게 위로가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는 그 후로 미친 듯이 연구에 매달렸고, 결국 '생명연성학의 어머니'라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학계에서는 그녀의 성취를 두고 천재의 재능이라 평했지만, 나는 그것이 재능이 아니라 죄책감의 발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람은 때로 상처를 갈아서 무기로 만든다.
'그런데 왜 지금.'
칠 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가 뭘까.
이미 다 아물었어야 할 상처였다. 그녀는 그 사고 이후로 단 한 번도 그 일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학회에서도, 사적인 자리에서도. 그런데 지금, 내 집 밥상에서, 뜬금없이.
"미안하다, 정확히 어떤 일을 말하는 건지." 나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정확히 무슨 의도로 그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냈는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
서하은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었다. 부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은 여전히 붉었다.
"아니에요. 그냥, 요즘 그때 일이 자꾸 떠올라서요. 별거 아니에요."
"별거 아니라기엔—"
"정말 별거 아니에요, 스승님."
단호한 어조였다. 더 캐물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선이 명확하게 그어져 있었다.
대화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표정에서 뭔가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저건 별거 아닌 얼굴이 아니다.'
오랜 교육자 생활에서 익힌 감각이 있다면, 그건 학생의 표정 아래 숨은 문제를 읽는 것이었다. 수십 년 동안 수백 명의 제자를 봐왔다. 시험 전날 태연한 척하다가 결국 눈물을 터뜨리는 아이, 실패를 숨기려다 더 큰 실수를 저지르는 아이. 서하은의 얼굴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그게 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밥상을 치우는 동안에도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이는 평소보다 말이 없었고, 서하은은 자꾸 창밖을 힐끔거렸다.
'둘 다 이상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어긋나 있다는 감각만은 선명했다.
그날 밤,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부엌에서 물을 마시다가 소이와 마주쳤다. 달빛이 창을 통해 부엌 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안 자니?"
"목이 말라서요."
소이는 컵에 물을 따르며 나를 힐끗 봤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스승님, 저 선생님 언제까지 있어요?"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나는 그 질문에서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글쎄, 아직 물어보지 않았다."
"오래 있으면 안 좋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니?"
소이는 대답 대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컵 너머로 보이는 눈이 나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그저 어린아이의 낯가림이라고 넘겼다.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손님이잖니."
"네."
소이는 대답 없이 물을 다 마시고 컵을 내려놨다. 그 손짓이 너무 조용하고, 너무 정확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연습해 온 동작처럼.
"방에 들어가서 자."
"네."
짧은 대답이었다. 방으로 돌아가는 소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아이의 뒷모습이 아이답지 않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걸음걸이도, 어깨의 각도도, 평소와 다를 게 없었는데도.
나는 컵을 씻고 불을 끄고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서하은의 붉어진 눈가와, 소이의 정확한 손짓이 자꾸 겹쳐 떠올랐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그렇게 결론짓고 잠을 청했지만, 새벽 무렵까지 얕은 잠만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부엌 창문 너머로 서하은이 마당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마당은 푸르스름한 빛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작은 유리병이었다. 병 안에는 옅은 청록색 빛이 일고 있었다.
'저건 뭐지.'
정령석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순도가 높은. 저 정도 색과 광량이라면 최소 중급 이상, 어쩌면 상급에 가까운 순도였다. 학술원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서하은이 그 병을 꽉 쥔 채, 마당 한구석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은 다름 아닌, 소이가 매일 아침 물을 주는 화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