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밥집 주인, 왕궁을 구하다

4화

몇 주가 지났다. 소하와 도현은 온기식당 뒷방에서 지내며 매일 나를 도왔다. 뒷방은 원래 창고로 쓰던 방이었는데, 낡은 이불 두 채와 나무 궤짝 하나를 들여놓으니 그럭저럭 사람이 잠잘 만한 곳이 되었다. 아침이면 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도현은 그 소리를 듣고 눈을 비비며 일어나 물지게를 지고 우물로 향했다. 소하는 몸이 약해 부엌일을 거의 시키지 않았지만, 손님상에 올릴 나물을 다듬는 정도는 곁에서 함께했다. 하루 벌이가 은화 세 닢쯤 될 때도 있었고, 겨우 한 닢 반에 그치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세 사람이 밥은 굶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소하는 마력이 자주 넘쳐 몸이 쇠약해졌다. 며칠에 한 번씩은 이마에 열이 오르고 손끝이 파랗게 질려서,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곁에서 죽을 끓이고 이마를 짚어주었다. 멀건 흰죽에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오래 끓여 삭힌 죽을, 나는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소하의 입에 넣어주었다. "선생님, 저 괜찮아요." 소하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는 못 들은 척 죽 그릇을 다시 들었다. 열이 내리고 나면 소하는 하루 온종일 잠만 잤고, 나는 그 옆에 앉아 낡은 부채로 바람을 부쳐주었다. 도현은 몸이 커지면서 마을 아이들과 싸움이 잦아졌다. 열 살 도현은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는데, 그 큰 몸을 이기지 못해 자주 사고를 쳤다. "또 싸웠어?" 내가 물었다. 도현의 왼쪽 눈두덩이 시퍼렇게 부어 있었고, 옷자락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쟤들이 먼저 소하 욕했어요." 도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라고 했는데?" 내가 다시 물었다. "마력도 못 다루는 계집애가 왜 여기서 밥을 얻어먹냐고... 그래서 제가 먼저 밀었어요." 도현이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도현의 상처를 소독약으로 닦아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독약이 스칠 때마다 도현은 이를 악물었지만, 아프다는 소리는 한 번도 내지 않았다. 붕대를 감아주는 동안 나는 속으로 계산했다. '약값이 두 닢, 저번에 깨진 그릇 값이 한 닢... 이번 달은 또 적자겠구나.' 그래도 도현의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소하가 갑자기 쓰러졌다. 저녁상을 물리고 뒷방에서 자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문 너머에서 쿵 소리가 났다. 나는 놀라서 방문을 열었다. 소하가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고 있었다. 마력이 폭주해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입술이 파랗게 질리고 눈은 반쯤 뒤로 넘어가 있었다. "소하야! 정신 차려!" 나는 소하를 안고 소리쳤다. 도현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을 떠 왔다. 물그릇이 흔들려 반쯤 쏟아졌지만, 도현은 그것도 모르고 내 앞에 그릇을 내려놓았다. "선생님, 어떡해요, 소하 죽는 거 아니에요?" 도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조용히 해. 도현아, 진정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나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총동원해 소하의 맥을 짚고, 몸을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했다. 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손끝으로 세는 것조차 힘들었다. '분당 백사십... 이건 너무 빨라. 침착해야 해. 침착해야 해.' 나는 속으로 되뇌며 소하의 목을 젖혀 숨길을 텄다. 도현에게는 찬 물수건을 계속 짜서 가져오라고 시켰다. 밤새 소하 곁을 지키며 찬 물수건을 갈아주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이마에 얹은 수건이 뜨거워지면 새 것으로 바꾸었고, 그사이 소하의 손발을 주물러 혈이 통하게 했다. 도현은 자기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듯 부엌에서 물을 데우고, 다시 식히고, 그 일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경련은 점점 잦아들었지만, 나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 나는 소하의 손을 꽉 붙잡고 속으로 빌었다. 새벽이 되자 경련이 멈추고, 소하는 가늘게 눈을 떴다. "선생님..." 소하가 힘없이 나를 불렀다. 목소리는 모래알처럼 갈라져 있었다. "괜찮아, 이제 다 지나갔어." 내가 소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손이 아직 차가워서 나는 그 손을 내 가슴께로 끌어당겨 온기를 나눠주었다. 도현은 방 한쪽 구석에서 밤새 울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도 못 내고 울다가, 소하가 눈을 뜨자마자 참았던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죽는 줄 알았어요." 도현이 훌쩍이며 말했다. "살아있잖아. 이제 걱정 마." 내가 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동이 트기 시작한 창밖으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방 안에는 여전히 긴장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날 두 아이에게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예전에... 아주 무서운 일을 겪었어."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 아이는 눈이 벌겋게 부은 채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떤 일이요?" 소하가 물었다. 목소리가 아직도 힘없었지만, 눈빛만큼은 또렷했다. "내가 살던 곳에서, 나는 아주 힘없는 사람이었어." 내가 말했다. 방 안의 촛불이 흔들리며 벽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내 남편이란 사람이... 나를 함부로 대했거든."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꺼내는 순간 손끝이 떨려서, 나는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을 꾸욱 맞잡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도망칠 수 없어서, 스스로 삶을 놓아버렸어." 내가 말했다. 소하와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방 안에는 촛불 심지 타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그래서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 내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힘없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내가 말했다. "그래서 너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 내가 두 아이의 손을 각각 잡으며 말했다. 도현이 내 손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이 내 손등에 그대로 느껴졌다. "선생님은 이제 혼자 아니에요." 도현이 말했다. 소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옷깃을 붙잡았다. 작은 손끝이 옷자락을 움켜쥔 채 놓지 않았다. 그날 이후, 세 사람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끈이 생겼다. 나는 그 끈이 오래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며칠 뒤, 시장에서 국수를 팔던 아주머니가 나를 붙잡고 이상한 말을 흘렸다. "저 아이, 마력 폭주하는 애 맞지? 요즘 영지에서 그런 아이들 찾아다닌다던데, 조심해."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애써 웃어넘겼지만, 그날 밤 내내 소하의 자는 얼굴을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보았다.
♡ 좋아요 0 · 로그인 후 좋아요/별점/댓글 참여 가능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