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십육 분이 남았을 때, 나는 다시 인터컴을 눌렀다.
손끝이 이미 차가웠다.
"팀장님, 좌표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대답이 없었다.
나는 초조하게 화면과 인터컴을 번갈아 봤다.
십 초.
이십 초.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나는 하늘을 돌아봤다.
하늘은 자기 자리에서 서브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하늘 님, 팀장님 사무실 쪽으로 좀 가주실 수 있어요? 저는 여기서 계속 모니터링할게요."
하늘이 벌떡 일어나 뛰어나갔다.
의자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요란했다.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좌표값이 소수점 단위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던전 좌표는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고정해 놓은 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값은, 마치 누군가 손으로 계속 조정하고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좌표는 이제 확실하게, 원래 지점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지상 센터 방향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는 좌표 변환식을 다시 돌렸다. 혹시 내가 잘못 읽은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그 목적지 옆에 있어야 할 이름표, 등록된 위치명이 뜨는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등록 좌표]
두 글자를 보는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안 돼."
나는 강제로 게이트 활성화를 중단시키려 했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강제 종료 버튼을 눌렀다.
손이 키보드 위에서 떨렸다.
하지만 시스템이 나를 튕겨냈다.
[권한 없음 — 해당 작업은 2차 승인자만 가능합니다]
말도 안 됐다.
나는 다시 시도했다. 세 번, 네 번.
같은 메시지가 반복해서 떴다.
관리 보조에게는 강제 중단 권한이 없었다. 그건 오직 서준혁, 그리고 그 위의 몇 명만 가진 권한이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누군가 미리 권한을 걸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다시 인터컴을 붙잡았다.
"팀장님! 좌표가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승인을 취소하거나 게이트를 멈춰야 합니다!"
목이 갈라질 것 같았다.
한참 만에 대답이 왔다.
"...알겠어. 내가 볼게."
목소리가 이상했다.
너무 차분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의 목소리처럼.
나는 그 짧은 대답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는데 저렇게 차분할 수 있는 건,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뿐이었다.
나는 방송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백하은이 마지막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왔다. 채팅창은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와 방금 그거 뭐였어요ㅋㅋㅋ
하은 언니 최고
오늘도 무사 귀환 각
그녀가 귀환 게이트 쪽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던전을 클리어한 뒤의 안도감이 화면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강도현 씨."
그녀가 헤드셋 너머로 내게 말을 걸었다. 방송용이 아닌, 개인 채널이었다.
"네, 하은 님."
"오늘도 무사히 돌아갈게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목이 메었다.
그녀는 늘 귀환 직전에 이 말을 했다. 마치 나에게 약속하듯이.
"하은 님, 지금 게이트 좌표가 이상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상하다고요?"
그녀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긴장이 섞였다.
"네. 확인 중이니까, 최대한 게이트에서 떨어져 계세요."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화면 속에서 그녀가 뒤로 반걸음 물러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게이트가 이미 활성화되고 있었다.
[귀환 게이트 활성화]
화면 위 알림이 떴다.
"안 돼, 잠깐만요!"
나는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촤아아아앙ㅡ
빛이 던전 화면을 가득 채웠다.
백하은의 몸이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그녀의 표정이 마지막으로 잡혔다. 당황한 얼굴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것처럼.
[전송 완료]
그리고 몇 초 후.
지상 센터 쪽 귀환 게이트가 텅 빈 채로 열렸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카메라가 텅 빈 게이트 앞을 비추는 시간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방송 채팅창이 순식간에 물음표로 뒤덮였다.
하은 님 어디 있어요??
왜 안 나와요
뭐야 이거
운영진 뭐하냐고
설명 좀요
나는 화면을 붙잡고 다시 좌표를 확인했다.
손이 마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해서 두 번이나 헛클릭했다.
전송된 좌표는, 지상 센터가 아니었다.
[미등록 좌표 — 도달 완료]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느꼈다.
이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새로고침했다. 혹시 오류일까 봐. 혹시 내가 잘못 본 걸까 봐.
같은 결과였다.
'그녀가 다른 곳으로 갔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준혁 사무실 쪽으로 뛰어갔다.
복도를 달리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발밑에서 형광등 불빛이 어지럽게 지나갔다.
문을 벌컥 열었다.
쾅ㅡ
서준혁이 하늘과 함께 서 있었다. 하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팀장님, 백하은 탐색자가 미등록 좌표로 전송됐습니다!"
숨이 차서 말이 끊어질 듯했다.
서준혁이 나를 쳐다봤다.
그 표정에는, 놀람이 없었다.
"...알아."
"아신다고요?"
나는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느낌이었다.
"팀장님, 지금 사람이 실종됐습니다. 구조대를 보내야 합니다!"
"보낼 거야. 상황 정리 좀 하고."
"지금 당장 보내야 합니다!"
내 목소리가 사무실 벽에 부딪혔다.
서준혁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강도현 씨, 목소리 낮춰. 여기 밖에 기자들 대기 중인 거 몰라?"
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사람이 실종됐는데, 기자들 눈치를 본다는 게.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하늘이 겨우 입을 열었다.
"도현 씨, 저... 저 로그 봤는데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뭘요?"
하늘이 서준혁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좌표 재설정 명령이... 팀장님 계정으로 찍혀 있었어요."
순간,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사무실 안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서준혁을 쳐다봤다.
그가 하늘을 향해 서늘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하늘 씨,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하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냥... 본 대로 말씀드린 거예요."
하늘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서준혁이 나와 하늘을 번갈아 봤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이 일, 오늘 여기서 본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했다.
입막음.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팀장님, 이건 은폐가 아니라 사람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강도현 씨."
서준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당신, 계약직인 거 알지?"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위협은 명확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목구멍 안쪽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그대로 걸려버렸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심하고 있었다.
'이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
그날 저녁, 뉴스 속보가 떴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있는데, 텔레비전 화면 하단으로 자막이 흘러갔다.
[S급 탐색자 백하은, 심층 던전 공략 중 사망 추정]
나는 그 자막을 보고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리모컨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사망이라니.
그녀는 실종됐을 뿐이었다.
생체신호는, 분명히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 있었다.
나는 밤새도록 로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전송 직전, 그녀의 생체신호 그래프.
심박수 정상. 마나 수치 정상.
그래프 위의 선들이 어느 하나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뻗어 있었다.
죽은 사람의 신호가 아니었다.
'누가 사망이라고 발표한 거야.'
나는 화면을 노려보다가, 문득 이상한 걸 발견했다.
로그 기록 하나가, 원본과 다른 시간에 저장되어 있었다.
파일 속성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타임스탬프가, 실제 사건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찍혀 있었다.
두 시간이면, 누군가 조용히 방에 들어가 서버에 접속해서 값을 조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로그를 손댔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화면 속 숫자들이 흐릿하게 겹쳐 보였다.
이건 실종 사고가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녀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망 발표까지 만들어낸 거였다.
그렇다면 서준혁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노트북을 덮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백업해 둔 로그 사본과 캡처 화면을 밤새 다시 대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