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아버지, 또 죽이실 건가요?

5화

도성에 다시 발을 들인 지 사흘째 되던 날, 나는 마침내 헌원제 폐하 앞에 나아가 지난 반년의 결과를 보고해야 했다. 아침부터 그 생각뿐이었는데, 정작 대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실제로 얻은 것과, 폐하께 보고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동해에서 벌어진 일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고, 현록서의 참언은 더더욱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진실의 절반쯤만 들고 대전에 들어서는 셈이었는데, 그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어떻게 가려줄지는 나조차 자신이 없었다. 조정의 대전은 늘 그렇듯 향내가 자욱했다. 백단향인지 침향인지 구분하기 힘든 그 냄새는 대전 안의 모든 소리를 한 톤 낮추는 것 같은 효과가 있었는데, 실제로 그 안에서는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옥좌 위의 헌원제께서는 이제 오래 앉아 계시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셨다. 용포 아래로 드러난 손목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가늘어져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내 자리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몸이 나날이 약해지고 있다는 건 조정 신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그것을 입에 담는 것은 금기와 같았다. 마치 그 말을 꺼내는 순간 그 병이 진짜로 확정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두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이상한 공모가 그 대전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청 참인, 그간 장생불노약의 진척은 어떠한가" 하고 헌원제께서 물으셨다. 목소리는 여전히 위엄이 있었으나, 그 위엄 아래 숨은 절박함을 모르지 않았다. 폐하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나를 '참인(眞人)'이라 부르며 조정의 다른 술사들과는 다른 지위를 내려주셨는데, 그것은 순전히 나에게 대함대를 내어주고 동해로 출항하게 해준 배경이기도 했다. 다른 술사들이 궐 안에서 향을 피우고 부적을 그리는 것으로 소일하는 동안, 나는 배를 얻고 바다를 얻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신뢰가 어디까지 나에 대한 것이고, 어디까지 폐하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몰랐다. 절박함이 신뢰의 형태를 빌려 나타난 것이라면, 그것도 결국 신뢰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동해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아,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하고 나는 답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으나, 완전한 진실도 아니었다. 동해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 자체는 참이었다. 다만 그 기운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기운 한가운데서 도현이 무엇을 겪고 돌아왔는지는 여기서 밝힐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현록서의 참언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것을 발설하는 순간 조정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즉시 나를 도현과 함께 감시 대상으로 지정할 수도 있었고, 혹은 반대로 그 참언을 이용해 병력을 동원하려 들 수도 있었다. 어느 쪽도 지금 내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동해로 다시 출해할 것인가" 하고 병부 대신 한 명이 끼어들며 물었다. 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대전에서는 서로 관직으로만 부르는 것이 관례였기에 나는 그를 그저 병부 대신이라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경계가 섞여 있었는데, 그것이 나에 대한 순수한 우려에서 나온 것인지, 혹은 조정 내에서 내 위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에 대한 견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실제로 대전 안의 신료들 중 상당수는 내가 헌원제의 신임을 얻은 방식을 순전히 신선술의 신비로만 치부하고 있었고, 그 안에 어떤 계산이 숨어 있는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그저 운이 좋은 술사, 혹은 폐하의 병약함을 이용해 자리를 굳힌 요행아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그것이 정확히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사실 나도 확신이 없었다. 곁에 있던 예부 신료 한 명도 슬쩍 말을 얹었다. "청 참인의 함대가 이미 상당한 국고를 소진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그 말에는 노골적인 견제가 담겨 있었으나, 나는 그 말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한다는 것 자체가 그 말에 무게를 실어주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나는 잠시 침묵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출해하겠습니다" 하고 나는 대답했다. 대전이 순간 조용해졌다. 향 연기가 흔들리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정적이었다. "단, 이번에는 준비를 더 갖추고 나설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덧붙였는데, 그 말 뒤에 숨겨진 의미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었다. 준비를 갖춘다는 것은 단순히 배와 병력을 더 확충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도현을 그 배에 태울 것인지, 태우지 않을 것인지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 이 대전에 서 있었다. 도훈과의 대결에서 도현이 보여준 그 검술을, 다시 바다 한가운데로 끌고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그 아이를 아예 이 계획에서 떼어놓아야 하는 것인지, 나는 그 답을 알지 못했다. "청 참인의 판단을 믿겠소" 하고 헌원제께서 힘겹게 손을 들어 보이셨고, 그것으로 회의는 사실상 끝을 맺었다. 그 손짓 하나로 병부 대신도, 예부 신료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에도 폐하의 눈빛에서 어떤 기대와, 그 기대를 스스로도 의심하는 흔들림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었다. 그것이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나는 대전을 나서며 신료들의 시선이 등 뒤에 오래도록 머무는 걸 느꼈다. 등판이 따끔거릴 정도로 집요한 시선이었는데, 그것이 존경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에서 나온 것인지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신뢰라는 이름으로 방치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는데, 만약 그들이 현록서의 존재와 그 안의 참언을 알았더라면, 이 모든 계획은 그 순간 끝장났을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 무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셈이었고, 그 무지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보장해줄 수 없었다. 대전을 나와 궁궐 회랑을 걷는 동안, 나는 도현의 얼굴을 떠올렸다. 회랑의 붉은 기둥들이 규칙적으로 지나갔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빛이 바닥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만들었는데, 나는 그 그림자를 밟으며 도현이 도훈을 압도했던 그 순간을 다시 곱씹었다. 그 아이가 도훈을 압도한 검술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검로는 지나치게 정확했고, 그 정확함 속에는 여유마저 있었다. 그것은 마치 몸에 새겨진 경험이 다시 재생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었고, 그런 종류의 성장은 통상적인 수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도훈이 지금까지 쌓아온 세월을, 도현은 단 한 번의 항해 사이에 뛰어넘어버린 것이었다. '이 아이는 대체 무엇을 겪은 것일까.' 나는 그런 의문을 품은 채로, 다시 서재로 향했다. 서재로 가는 길에 나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성의 하늘은 동해의 하늘과는 전혀 다른 색이었는데, 그 옅고 마른 하늘 아래서 도현이 겪은 일들을 상상하려 해도 잘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가 돌아온 뒤로 유난히 말이 없어졌다는 것도, 유난히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캐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지, 나는 그 판단마저 서지 않은 채 서재의 문 앞에 도착했다. 서재에 도착하자, 문 앞에 서 있는 낯선 사자(使者)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미리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오히려 나를 관찰하듯 잠시 눈을 맞췄는데, 그 태도만으로도 그가 궁궐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옷차림은 궁궐의 것이 아니었고, 색도 무늬도 궐내의 규범과는 거리가 있었다. 허리춤에는 붉은 술이 달린 작은 목갑을 차고 있었는데, 그것이 어느 문파의 표식인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 목갑의 나뭇결과 금속 장식의 세공을 보면, 결코 흔한 문파의 물건은 아니라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태을선사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하고 그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 태을선사께서 직접 사람을 보내는 일은 지난 십수 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승님은 늘 산중에서 나오지 않으셨고, 필요한 말은 내가 직접 찾아가 들어야 하는 것이 그간의 규칙이었다. 그 규칙을 스승님 쪽에서 먼저 깬 것이었다. "...스승님께서 무슨 일로" 하고 나는 겨우 물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갈라져 나왔다. 사자는 목갑을 열어 그 안에 든 서찰 한 장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그의 손짓은 절제되어 있었고, 서찰을 건네는 순간에도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마치 그 서찰 자체가 모든 것을 설명해줄 것이라 믿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그 서찰을 받아 든 순간, 그 위에 적힌 단 한 줄의 글자를 보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현록서의 참언은 이미 한 번 어긋난 적이 있다.] 그 문장을 눈으로 읽고, 다시 한 번 소리 없이 읊었다. 어긋난 적이 있다. 한 번 어긋났다는 것은, 곧 이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참언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예언이 아니라, 어떤 조건 아래서 반복되고 어긋나는 하나의 흐름이라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현록서의 내용 전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동해에서 벌어진 일들과 도현의 변화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그 흐름의 반복 속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일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그 서찰을 쥔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사자에게 다시 물었다. "이것 외에 다른 말씀은 없으셨는가." "태을선사님께서는, 참인께서 직접 산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하고 그가 답했다. 그 말투는 담담했으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스승님이 사람을 보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이제는 나를 직접 부르는 것이었다. 그것은 서찰 한 장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서찰을 다시 접어 손에 쥔 채, 서재의 문턱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동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도현이 정확히 무엇을 겪고 돌아온 것인지, 이제는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내가 스승님을 찾아가야 할 차례였다. 그 산길이 얼마나 멀고, 그 끝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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