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다음날은 실제로 비가 내렸다.
하늘은 아침부터 잿빛으로 낮게 깔려 있었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규칙적으로 방 안을 채웠다.
하루 종일 창밖으로 빗줄기가 이어졌다.
가끔은 굵어졌다가 다시 가늘어지기를 반복하며, 마당의 흙바닥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어냈다.
나는 창가에 앉아 그 풍경을 오래 바라봤다.
(이런 날엔 밖에 나갈 수도 없으니, 차라리 잘됐어.)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 공책을 다시 읽어봤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종이 특유의 냄새가 났다.
오래된 잉크와 습기가 뒤섞인,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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