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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장례는 간소했다. 산 뒤편 소나무 아래, 나는 사부를 홀로 묻었다. 땅은 단단했다.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라 흙이 얼어 있었다. 삽날이 튕겨 나갈 때마다 손목이 저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삽을 박아 넣었다. 손이 흙투성이였다. 손톱 밑까지 검은 흙이 파고들었다. 삽질을 몇 번이나 했는지 세지 않았다. 세다가 멈췄다. 숫자를 세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해가 중천을 넘어 서쪽으로 기울 때쯤에야 구덩이가 다 파였다. 나는 사부의 몸을 그 안에 눕혔다. 가벼웠다. 살아생전에도 마른 몸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가벼울 줄은 몰랐다. 흙을 덮는 손이 떨렸다. *전생에서 나는 누군가를 이렇게 묻어본 적이 없었다.* *장례는 늘 남이 치러주는 것이었다.* 이번 생에서는 내가 직접 흙을 덮었다. 돌무더기를 쌓아 올리고, 나는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숨을 내쉬자 하얀 김이 번졌다. 돌 하나하나를 올릴 때마다 사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검은 마음을 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웃었었다. 지금은 웃을 수 없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잠시 더 서 있었다.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솔잎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 도관으로 돌아오는 길은 짧았지만 멀게 느껴졌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발밑에서 눈이 뽀득거렸다. 도관 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먼지와 마른 약초, 그리고 오래된 나무의 냄새였다. 11년 동안 맡아온 냄새였다. 이제 다시는 맡지 못할 냄새이기도 했다. 허공의 판은 여전히 떠 있었다. [성망 : 0/100] [남은 시간 : 66시간 12분] 숫자를 보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저 숫자가 0이 되었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나는 방 안을 뒤졌다. 낡은 옷 몇 벌, 마른 육포, 그리고 사부가 쓰던 목검 한 자루. 옷은 해지고 낡았지만 깨끗했다. 사부가 손수 기운 자국이 여기저기 보였다. 육포는 얼마 되지 않았다. 넉넉잡아 사나흘 치였다. 그마저도 아껴 먹어야 할 것이었다. 진짜 검은 이미 그의 관 속에 넣었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사부가 평생을 쥐었던 검이었다. 땅속에서도 그의 손을 떠나지 않는 것이 맞았다. 이 목검만이 내게 남은 유품이었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쥐어 보았다. 나무의 결이 손바닥에 닿았다. 오랜 세월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다. 사부가 매일 이것을 쥐고 나에게 자세를 가르쳤었다. *"허리를 곧게. 어깨에 힘을 빼라."*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허리춤에 찼다. 무게가 낯설지 않았다. 11년을 곁에 두고 본 물건이었다. 거울 앞에 섰다. 깨진 자국이 하나 있는 낡은 거울이었다. 그 안에 하얀 눈썹이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고 했다. 사부는 그것을 두고 하늘이 내린 표식이라 했다. 나는 그 말을 반쯤 믿었고 반쯤 흘려들었다. *전생에서 나는 평범한 얼굴로 살았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거리를 걸어도, 시장을 지나도, 누구 하나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편했다. 동시에 외로웠다.* 이번 생에서는 눈에 띄는 얼굴이었다. 하얀 눈썹은 어디에서도 시선을 끌었다. 산 아래로 내려가면, 이 눈썹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이다. 사부는 늘 내게 말했었다. "세상은 다른 것을 두려워한다. 눈에 띄지 않게 살아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왜 그런 것인지 묻고 싶었다. 사부는 답을 주지 않았다. 다만 눈썹을 가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부엌에서 검댕을 조금 가져와 눈썹에 발랐다. 손끝이 검게 물들었다. 검댕은 차갑고 미끈했다. 눈썹 위에 얹자 이물감이 느껴졌다. 거울 속의 나는 이제 평범해 보였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았다. 빛을 받으면 하얀 기운이 언뜻 비쳤다. 나는 검댕을 조금 더 발랐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짐을 다 꾸리고 나서, 나는 도관의 문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11년을 산 곳이었다. 기둥 하나하나, 문지방 하나하나에 손때가 묻어 있었다. 저 문지방에 걸려 넘어졌던 날도 있었다. 저 기둥 옆에서 사부에게 처음으로 검을 배웠던 날도 있었다. 눈이 시렸다. 울지 않기로 했다. 울어봤자 사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몸을 돌려 산길로 향했다. 산길은 가파르고 좁았다. 눈이 채 녹지 않은 곳도 있었다. 돌부리가 눈 속에 숨어 있어 발을 헛디디기 쉬웠다. 나는 발을 조심스럽게 디뎠다. [성망 : 0/100] [남은 시간 : 64시간 40분] 판은 시야 한 귀퉁이에 계속 떠 있었다. 귀찮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려 애썼다. 시선을 돌려도 그 자리에 그대로 떠 있었다.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숨이 조금 가빴다. 허벅지가 뻐근했다. 11년을 산 위에서만 지낸 몸이었다. 이렇게 오래 걷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청화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회색빛 안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멀리 청석마을의 지붕들이 보였다. 작은 점들처럼 흩어져 있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도 몇 채 보였다. 나는 저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가본 적이 없었으니 아는 것도 없었다.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사부는 늘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말렸다. "청화산 밖은 위험한 곳이다." 그 말을 할 때 사부의 눈빛은 평소와 달랐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제는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발밑에서 마른 나뭇잎이 부서졌다.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숲은 고요했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 시각에 산새들이 울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없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들 사이로 그늘이 짙게 깔려 있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이유 없는 오한이었다. 몸이 먼저 위험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목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었다. 진검도 아닌 목검을 쥐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쥐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바위 뒤로, 눈이 닿는 모든 곳을 살폈다.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다만 공기가 조금 전보다 차가워진 것 같았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서늘하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내쉬자 하얀 김이 평소보다 짙게 퍼졌다. 마치 겨울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기분 탓이겠지." 혼잣말을 하며 다시 걸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걸음은 조금 더 빨라져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나 자신의 귀에도 크게 들렸다.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돌아본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하늘 한쪽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청석마을에 닿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밤이 되기 전에 산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나는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참지 못하고 결국 돌아보고 말았다. 숲은 여전히 고요했다. 나무들 사이로 스며든 그림자만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선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피부에 닿는 것도 아닌데, 분명히 느껴졌다. 나는 다시 앞을 보고 걸음을 재촉했다. 목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전생에서 나는 이런 감각을 느낀 적이 없었다.* *평온한 삶이었다. 아니, 무감각한 삶이었다.* 이번 생에서는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다. 산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나는 그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산길이 완만해지고 나무가 드문드문해질 무렵에야 등줄기의 오한이 조금 가셨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몇 번이나 손끝으로 목검의 손잡이를 어루만졌다. 그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사는 소리였다. 청석마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해는 이제 산등성이에 반쯤 걸려 있었다. 곧 어둠이 내릴 것이었다. 숲의 시선이 여전히 등 뒤에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앞만 보고 걸었다. 11년 만에 처음 밟는 산 아래 땅이었다. 낯선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흙냄새와는 다른, 사람과 짐승이 섞인 냄새였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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