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식탁 위에 놓아둔 휴대폰 화면이, 하필 그 순간에 켜져 있었다.
'설마.'
손이 먼저 떨렸고, 그다음에야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젓가락을 주우려던 손을 멈추고, 나는 그대로 몸을 숙여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박았다.
검색어를 누르자마자 뜨는 영상 썸네일이, 낯익은 통로 사진이었다.
그 균열 구역이었다.
영상 조회수 백이십만.
올라간 지 세 시간도 안 됐는데.
'이게 왜..'
재생 버튼을 누르는 손끝이 축축했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고, 나는 그대로 화면을 확대했다.
영상 속에서, 흔들리는 카메라 사이로 나는 정확히 방벽을 펼치고 있었다.
얼굴은 다행히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동작, 스킬의 형태, 그 규모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가 봐도, 저건 평범한 방벽이 아니었다.
댓글창을 열었다.
'저거 뭐임 ㅋㅋㅋ 저 정도 방벽 규모 처음 봄'
'41층에서 저런 스킬 쓰는 사람이 있다고?'
'혹시 특급 길드 소속 아닌가'
'얼굴 좀 크게 나온 거 없나요 구합니다'
'이 정도면 랭커급인데 왜 정보가 하나도 없지'
댓글을 하나씩 읽어 내려갈수록,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최악이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소망이 이렇게 산산조각 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번이나 새로고침을 누르며 조회수가 오르는 걸 지켜보았다.
백이십만이 백사십만이 되었고, 백육십만이 되었고, 곧 이백만을 넘어섰다.
숫자가 오를 때마다, 마치 내 심장 박동수도 함께 오르는 것 같았다.
'이러다 정말로 신상 털리는 거 아냐.'
다행이라면, 영상 속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헬멧캠 특유의 어두운 필터, 그리고 통로 안쪽의 조명 부족이 얼굴을 가려준 셈이었다.
그나마도 위안이 될 수 있을지, 나조차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안심도 오래가지 못했다.
[속보] 던전 41층 신원불명 강자, 탐험가 커뮤니티 발칵
뉴스 기사까지 뜨는 걸 보고, 나는 휴대폰을 뒤집어 엎어놓았다.
그러고도 십 분 정도는, 그저 식탁 위 반찬 그릇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식어버린 국물 위로 기름막이 얇게 떠 있었다.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
그날 밤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휴대폰을 몇 번이나 다시 켜서 조회수를 확인했고, 그때마다 숫자는 계속 늘어나 있었다.
새벽 두 시쯤에는 이백오십만을 넘겼고, 나는 결국 알림을 꺼버렸다.
다음 날, 나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던전에 다시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영상이 이렇게 퍼진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등록금 마감일은 여전히 사흘 남아 있었고, 계좌 잔액은 여전히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통장 앱을 켜서 숫자를 다시 확인해봤지만, 어제와 다를 게 없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벌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오늘 하루만 벌면, 내일 하루만 더 벌면, 그렇게 계산해도 여전히 빠듯했다.
결국 나는 다시 던전으로 향했다.
다만 이번엔 41층 근처, 균열 구역을 피해 다른 경로를 택했다.
지도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최대한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구간을 골랐다.
다시는 그런 규모의 스킬을 쓸 일이 없기를, 다시는 카메라 근처를 지나갈 일이 없기를 바라며.
그 바람이 얼마나 허망한지는, 몰랐다.
41층으로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저 앞에서 시끌벅적한 무리를 발견했다.
조명 장비, 카메라 짐벌, 그리고 그걸 든 사람들.
방송 팀이었다.
'하필.'
발걸음을 멈추고, 나는 통로 기둥 뒤로 몸을 슬쩍 숨겼다.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스태프들 사이로,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여러분! 오늘도 오채담과 함께하는 던전 탐험, 시작해볼까요!"
오채담.
구독자 62만을 자랑하는 유명 탐험 방송 팀.
그 이름을, 나는 던전 안에서까지 피할 수 없었다.
밝은 톤으로 인사를 건네는 그 목소리의 주인은, 화면 밖에서보다 실제로 보니 훨씬 작고 가벼운 체구의 여성이었다.
헤드셋을 쓰고,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낯익었다.
짧게 자른 머리, 활짝 웃는 표정, 그리고 저 멀리서도 눈에 띄는 화려한 장비.
'유나팔레트.'
구독자 62만의 그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집에서 쉬는 날 무심코 틀어놓았던 방송에서, 몇 번이나 본 얼굴이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나는 조용히 방향을 틀어 그들과 반대편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그림자 속으로 몸을 붙였다.
카메라 렌즈가 혹시라도 이쪽을 향할까 봐,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제발, 그냥 지나가자.'
한 걸음, 두 걸음.
등 뒤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느끼며, 나는 안도의 숨을 조금씩 내쉬었다.
그 순간, 41층 전체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