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왕립 마법학원의 아침은 언제나 소란스러웠다.
귀족 자제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마차를 비교하는 소리, 신입 조교들이 강의실을 정리하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뒤섞여 학원 특유의 공기를 만들어냈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 위로 발소리가 겹겹이 쌓여 마치 하나의 합주처럼 울렸다.
나는 그 소음을 뚫고 강당으로 향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치맛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귓가에 남았다.
오늘은 신입 편입생의 소개식이 있는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학원 전체가 그 이야기로 들썩였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평민 출신의 편입생이라니, 흔치 않은 일이다.'
이 학원은 신분이 곧 자격이었고, 자격이 곧 대우였다.
그런 곳에 평민이 발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예외였다.
강당 안은 이미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귀족 영애들 몇몇이 나를 발견하고 가벼운 목례를 보냈다.
나는 그 인사에 짧게 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의자의 나뭇결이 손끝에 닿는 감촉이 유난히 차가웠다.
'모두의 관심이 오늘의 신입생에게 쏠려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라면 나를 향해 있던 시선들이 오늘은 죄다 무대 쪽을 향해 있었다.
그 사실이 묘하게 낯설었다.
무대 위로 학원장이 올라섰다.
그 뒤를 따라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갈색 머리를 짧게 자른, 체구가 작은 소녀였다.
교복은 새것이었지만 그 안에 몸을 넣는 태도는 어딘가 어색했다.
어깨선이 맞지 않아 소매를 자꾸 끌어당기는 손짓이 눈에 들어왔다.
손끝의 굳은살이 눈에 들어왔다.
'검이 아니라 노동에서 생긴 굳은살이다.'
검을 쥔 손의 굳은살은 손가락 마디에 몰려 있는데, 저것은 손바닥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
밭일이든 물긷기든, 오랜 시간 몸을 써서 만들어진 흔적이 분명했다.
신발도 새로 산 것이었지만 발볼이 좁아 불편한 듯 자꾸 발끝을 움직이고 있었다.
'평민 출신이라는 것이 겉모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값비싼 것으로 겉을 채워도, 몸에 새겨진 습관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었다.
"소개하겠습니다. 이번에 편입한 한소이 학생입니다."
소녀가 고개를 숙이며 밝게 웃었다.
"안녕하세용! 잘 부탁드려용!"
강당 안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귀족 영애들 특유의 절제된 말투와는 완전히 다른, 통통 튀는 말투였다.
몇몇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았고, 몇몇은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그 순간 왜 선유헌이 그렇게 서둘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밝음은, 이 답답한 곳에서 낯선 공기다.'
이 학원의 공기는 늘 팽팽하게 당겨진 실 같았다.
말 한마디, 몸짓 하나까지 계산되어야 하는 곳에서, 저런 웃음은 이물질처럼 튀었다.
강당 맨 앞줄, 특별석에 앉아 있던 선유헌의 표정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순간에도 보인 적 없는 미소였다.
수많은 연회에서, 수많은 회의에서 본 그의 얼굴은 늘 정제된 예의로 덮여 있었다.
지금 그 얼굴에 걸린 미소는, 계산되지 않은 것이었다.
'저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나.'
낯설고, 동시에 낯설어서 더 눈에 밟혔다.
소개식이 끝난 뒤, 나는 복도에서 그 소녀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어! 저기, 혹시 청하 공작가 영애님이신가요?"
한소이가 눈을 크게 뜨며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눈동자가 유난히 맑았다.
계산이 담긴 눈빛과는 거리가 먼, 그저 궁금함으로 가득 찬 눈이었다.
"그렇습니다."
나는 짧게 답했다.
"소문 들었어용. 왕태자 전하의 약혼자시라고!"
그 말에 나는 순간 감정을 숨기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왜 이 학생이 그 사실을 벌써 알고 있지.'
편입한 지 채 한나절도 되지 않았을 텐데, 이미 왕태자와의 관계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걸렸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정보였다.
"약혼이라기보단 정략적인 관계입니다."
"그런 것도 있구나. 어렵네용."
한소이는 아무런 악의 없이 순수하게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나는 오히려 더 경계심이 들었다.
'악의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 무섭다.'
악의를 가진 상대라면 그 의도를 읽고 대응할 수 있었다.
칼을 든 상대는 칼을 보고 대비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순수한 호감으로 다가오는 상대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맨손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무기를 겨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 광마법이라는 거, 영애님도 쓰실 수 있나요?"
그 질문에 나는 순간 표정을 굳혔다.
'이건 우연히 나온 질문이 아니다.'
광마력에 대한 이야기는 청하 공작가 안에서도 극히 소수만 아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편입 첫날의 학생이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낮게 깔렸다.
"전하께서 말씀해 주셨어용! 청하 공작가에 광마력을 가진 분이 있다고."
나는 그 대답에 속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목덜미를 타고 찬 기운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전하가, 나에 대한 정보를 이 학생에게 넘겼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곧바로 계산에 들어갔다.
선유헌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지켜온 비밀을, 이 학생에게는 별다른 경계 없이 말했다는 뜻이었다.
그 신뢰의 깊이가 짧은 시간 안에 어디까지 쌓인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몇 달, 아니 몇 년을 함께한 나조차도 그 비밀 앞에서는 늘 조심스러워야 했던 사이였는데.
'그런데 저 학생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내주었다.'
그 무게의 차이가 가슴 한쪽을 서늘하게 눌렀다.
"저도 조금은 쓸 수 있습니다."
나는 최소한의 정보만 내주며 대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나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우와, 신기해요! 저는 원래 시골에서 밭일만 했었는데, 갑자기 빛이 손에서 나오는 거예용. 처음엔 저도 무서웠어요."
한소이가 자신의 손을 펼쳐 보이며 웃었다.
손바닥 위로 옅은 빛이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그 웃음에는 계산이나 경계가 전혀 없었다.
'저것이 진짜라면,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유형이다.'
순진함으로 무장한 호의는 어떤 방패보다 단단했다.
날카로운 말로 찔러도 흡수해버리는, 그런 종류의 단단함이었다.
나는 짧게 목례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등 뒤로 한소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저, 다음에 또 이야기해도 되나요용?"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답이라는 것을,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복도를 걸으며 나는 방금 나눈 대화를 되짚었다.
'왕태자가 스스로 정보를 흘렸다는 건, 이미 저 학생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특별함이 향하는 방향은, 명백히 나의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정략으로 묶인 관계에서, 이런 감정의 흔들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강의실로 들어가기 전, 나는 창문 너머로 정원을 바라보는 선유헌과 한소이의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그 사이로 두 사람의 실루엣이 겹쳐졌다.
그 웃음소리가 유리창을 통해서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 있었다.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가슴 한쪽이 알 수 없는 열기로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숨을 들이쉬어도 그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나는 나 자신을 배신하는 걸까.'
정략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관계에, 이런 흔들림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 열기는, 허락과 무관하게 가슴을 밀고 올라왔다.
그 반문에 대한 답을 찾기도 전에, 강의실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종소리는 유난히 길게, 내 귓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애써 표정을 지운 채 강의실 문을 열었다.
문 너머로, 오늘 하루가 얼마나 더 길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