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보름날 밤, 신전 지하 제단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언제나 그렇듯 서늘하고 길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그 서늘함이 뼈까지 스며드는 것 같아서 나는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오늘은 뭔가 다르다.' 벌써 아홉 해째 성녀로서 내려오던 계단이었다. 처음 이 계단을 내려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시녀 둘이 양쪽에서 부축해야 했는데, 지금은 눈을 감고도 계단 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길이었다. 서른일곱 개의 계단, 그 끝에 놓인 낡은 돌바닥과 신성수의 뿌리. 그런데 오늘은 그 익숙함마저 낯설게 느껴져서, 마치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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