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빗소리가 창을 두드리는 밤이었다.
나는 편전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두 장의 서찰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무릎 아래로 스며드는 차가운 돌바닥의 감각이 선명했다. 하나는 청하 관문에서 온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화란국에서 온 것이었다.
'청하 관문 조정 임무를 수행하던 호위무사 강도현, 전투 중 실종.'
실종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문장을 세 번을 다시 읽었다. 글자는 그대로였다. 죽었다는 말도 아니고, 살았다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실종이었다.
'실종이라는 말은 대체 누구를 위한 말인가.'
죽었다고 하면 슬퍼할 수 있고, 살았다고 하면 안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종이라는 두 글자는 어느 쪽으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단어였다. 나는 서찰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제1공주 이서연, 화란국 왕자 한지원과 혼약을 발표한다.'
두 번째 서찰은 첫 번째 서찰보다 더 짧았지만, 문장의 무게는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나를 이용할 방법을 고민했을 사람이었다. 이제야 그 답이 나온 것뿐이었다.
'같은 날 도착한 두 장의 서찰이라니.'
나는 서찰을 접어 가슴에 안았다. 이상하게도 슬픔보다 먼저 든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어떻게 이 두 소식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단 말인가.
'우연일 리가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가, 곧 그 생각을 지웠다. 우연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군가 일부러 이 두 서찰을 같은 날 올리도록 손을 썼다고 믿는 것은, 나 자신을 지나치게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는 오만이었다. 그러나 그 오만을 지우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어머니 최인화 왕비는 내 표정을 살피며 짧게 말했다.
"슬퍼할 자리는 나중에도 있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슬퍼할 자리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렸다. 슬픔에도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강도현은."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실종이라 함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내 말에 어머니는 잠시 나를 응시했다. 그 눈빛에서 나는 이미 답을 읽었다. 어머니는 이미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어머니의 방식이었다.
"확인이 되는 대로 알려주겠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그저 절차였다. 나는 그 절차 안에서 슬퍼할 자격조차 얻지 못한 사람이었다.
'절차라는 것은 참 편리하다.'
절차는 감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절차는 그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그뿐이었다. 나는 그 편리함이 서글펐다.
강도현은 내가 다섯 살 때부터 내 곁을 지킨 사람이었다. 그때 그는 열두 살, 견습 호위무사였고, 나는 아직 걷는 것도 서툰 어린아이였다. 그는 나를 업고 정원을 뛰어다니며 웃었다.
"공주님은 너무 무거워요."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는 그의 등을 두드리며 화를 냈고, 그는 더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정원의 나무들 사이로 퍼져나가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웃음이 열여덟 해 동안 내 곁에 있었다.
열두 살 무렵, 내가 처음으로 검술을 배우겠다고 우겼을 때도 그는 반대하지 않았다.
"공주님이 원하신다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무 막대기를 깎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아버지는 그 일을 알고 크게 화를 냈지만, 강도현은 끝까지 내 편이었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공주님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
그 말이 얼마나 무모한 말이었는지, 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제 그 웃음이 실종이라는 두 글자 뒤에 숨어버렸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창을 열었다. 비가 그치지 않고 있었다. 창틀에 맺힌 물방울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차가웠다.
'이 비가 그치면 무언가 확인이 될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없었다. 비는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면 그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가.'
비가 그친다는 것은 어쩌면 소식이 확정된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소식이 내가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비 따위로 무엇이 바뀔 수 있다고.
혼약 발표는 사흘 후로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 사흘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슬퍼할 시간도, 화를 낼 시간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로 나는 그저 창밖의 비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녀 하나가 문을 두드렸다.
"공주님, 화란국에서 왕자님이 오늘 밤 도착하신다는 전언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이 나라는 내 슬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강도현의 실종 소식이 도착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다음 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겠다."
짧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했다.
시녀가 물러간 뒤, 나는 다시 서찰 두 장을 펼쳐보았다.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실종. 혼약. 그 두 단어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것이 시험이라면, 나는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정답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시험이 아니라 그저 삶이었다. 그러나 삶이 이렇게 한꺼번에 두 가지 무게를 얹어놓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비는 밤새 그치지 않았고, 나는 잠들지 못한 채 창가에 앉아 있었다. 촛불이 몇 번이나 꺼질 듯 흔들리다가 다시 살아났다. 나는 그 불빛을 보며 강도현의 웃음을 떠올렸다가, 곧 그 얼굴을 지웠다. 지금 그를 떠올리는 것은 사치였다.
그리고 그 밤, 나는 처음으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누구지.'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부름은 분명했다. 목소리도 아니었고, 소리도 아니었다. 그저 내 안에서 무언가가 반응하고 있었다.
나는 그 감각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로, 밤이 깊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