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그날의 일이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보름 뒤, 아버지가 나를 불러 앉혔다. 사랑방 안에는 화로 하나가 놓여 있었고, 아버지는 그 앞에서 손을 쬐고 있었다.
"백두파에서 이번 입문 대회를 연다더구나."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윤 성주의 따님이 너를 추천했다."
숨이 턱 막혔다. 화로의 열기가 갑자기 뜨겁게 느껴졌다.
"윤서연 소저가... 왜 그런 일을 했답니까."
"내가 알겠느냐. 다만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없다."
아버지의 눈빛에는 계산이 서려 있었다. 백두파와 인연을 맺으면, 그 뒤로 윤씨 가문과의 연도 두터워질 것이다. 상단의 이익이 거기 걸려 있었다.
"참가비는 얼마입니까."
"...그것부터 묻느냐."
"떨어지면 돈만 날리는 것 아닙니까."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대회 당일, 백두파의 연무장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깃발이 사방에 걸려 있었고, 노점에서 풍기는 만두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배가 고팠지만 그런 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각지의 후보들이 모여 실력을 뽐냈다. 화려한 초식이 연이어 펼쳐졌다.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나는 그저 구석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내 이름이 불렸을 때, 관중석에서 실소가 터졌다.
"상단 셋째 아들이라며. 재능 없다고 소문난 그 자식 아닌가."
"저런 애가 여기 왜 나왔지."
무시하는 시선을 등지고 무대에 올랐다. 나무 바닥이 발밑에서 삐걱거렸다. 오래 써서 결이 갈라진 판목이었다. 그 결을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상대는 녹죽파의 파주, 백도경이었다.
청룡문 대고수 백강산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옷차림부터 값이 나가 보였다. 검집에는 금박이 둘러져 있었다.
"상단 아들 상대는 처음이군."
백도경이 여유롭게 검을 뽑았다. 스르릉, 검신이 빛을 받아 번쩍였다.
"살수는 두지 않겠소. 다치기 전에 물러나시오."
"물러나면 대회 참가비는 환불해 줍니까."
관중석이 잠시 조용해졌다. 여기저기서 픽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백도경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물어봤을 뿐입니다. 돈이 걸린 일이니까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낮췄다. 발끝에 힘을 모으고 자세를 잡았다.
달빛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낮의 태양빛에도 몸이 반응했다. 정수리 위로 쏟아지는 볕이 살갗을 데우자, 몸속 열기가 화로처럼 끓어올랐다.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백도경이 먼저 파고들었다.
화려한 검격이 연달아 쏟아졌다. 좌에서 우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궤적이었다. 관중석에서는 벌써 감탄이 흘러나왔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도끼로 장작을 패듯, 화려한 것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결대로 쪼개듯이, 가장 단순한 동작으로 검을 내리쳤다.
콰앙!
백도경의 검이 튕겨 나갔다. 손잡이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그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관중석이 순간 얼어붙었다. 방금까지 웃음을 흘리던 이들의 입이 하나둘 다물렸다.
숨을 몰아쉬며 검을 늘어뜨렸다. 팔뚝이 뜨거웠다. 마치 방금 화로에서 꺼낸 쇳덩이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백도경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들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끝이 아니면 언제 끝납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무대를 내려갔다. 등에 걸린 금박 검집이 유난히 초라해 보였다.
연무장 구석에서 윤서연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는 놀라움과 함께, 무언가 계산이 서려 있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 시선을 마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대회가 결코 단순한 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