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 5화
회복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왼팔의 부목을 푼 지 열흘이 지나자, 나는 예전과 거의 비슷하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주먹을 쥐는 것조차 힘들었다.
관절이 삐걱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손을 폈다 접었다 하기를 반복했다.
사범님이 가르쳐준 대로 매일 아침 손목을 돌리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천천히 꺾어보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자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붓을 쥐고, 검을 쥐고, 밥그릇을 드는 평범한 동작들이 다시 익숙해졌다.
다만 그 이상한 문양은 그 뒤로 한 번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가끔 손등을 들여다보며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검붉은 빛이 새겨졌던 자리, 뜨겁게 타오르던 감각.
지금은 그저 평범한 살갗일 뿐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기에는, 그때의 통증이 너무도 선명했다.
그날은 족장 강대풍이 직접 수련장을 순회하는 날이었다.
드문 일이었다.
1년에 한두 번, 그것도 계절이 바뀔 무렵에나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옷깃을 다시 여미는 아이도 있었고,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아이도 있었다.
나 역시 오른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수련장 마당에는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 빛 아래 서 있는 아이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강대풍은 큰 걸음으로 아이들 사이를 지나쳤다.
발소리 하나하나가 마당의 흙을 눌러 다지는 듯 무거웠다.
그가 지나칠 때마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잠깐씩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의 시선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
나는 그 짧은 정지를 놓치지 않았다.
(왜…나를 보시는 거지.)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길게 느껴진 것은 착각이었을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단순한 무시가 아닌, 뭔가 다른 것이 담겨 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확인하는 듯한 눈빛.
마치 오래 묻어둔 물건의 먼지를 슬쩍 걷어내고, 그것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은.
나는 그가 완전히 마당을 벗어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수련이 끝난 뒤, 아이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
나는 물통을 씻으러 뒤뜰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두 사범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담벼락 뒤에서, 목소리를 낮춘 채였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러니까 그때 그 애를 그냥 주워온 거잖아. 족장님이 직접."
"그 얘기 아직도 하는 사람이 있나."
"이번에 그 손 사건 때문에 다들 다시 궁금해하잖아. 대체 어디서 온 애인지."
걸음이 멈췄다.
숨을 죽였다.
등 뒤로 담벼락의 서늘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주워온 아이라니까. 산 아래 어디였다지.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그 왼손이 이상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왜 굳이 무가에 들이신 거야. 보통 그런 애는…"
"몰라. 족장님만 아시겠지."
"들리는 얘기로는, 그 애를 발견했을 때 손등에 이미 뭔가 새겨져 있었다던데."
"쉿,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하지 마. 여기서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담벼락에 등을 붙인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손에 쥐고 있던 물통이 미끄러질 뻔했다.
겨우 다시 붙잡았다.
(주워온 아이…)
그 말이 낯설지는 않았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뭔가 다른 무게로 가슴을 짓눌렀다.
부모도, 출신도,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산에 들어와 3년을 살았다.
그 사이 나는 늘 궁금했다.
왜 나만 이 손이 이상한지, 왜 나만 이 산에서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이곳에서 자랐는지.
그리고 왜 족장은, 그런 나를 굳이 무가에 들여 이렇게 키우고 있는 것인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날 밤, 나는 처소 마루에 앉아 왼손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손등은 이제 평범했다.
아무 문양도, 빛도 없었다.
달빛이 마루 위로 스며들어 손등의 살결을 옅게 비추었다.
하지만 그 안에 뭔가가 여전히 잠들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치 얇은 껍질 아래 씨앗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것처럼.
나는 손가락을 접었다 펴며 그 감각을 다시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저 밤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만 마당을 채웠다.
"이휘."
선아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자 그녀가 마당 어귀에 서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진지한 표정이었다.
어깨에 걸친 겉옷을 여미며, 그녀는 조용히 마루 쪽으로 걸어왔다.
"할 얘기가 있어."
그녀는 마루에 걸터앉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주변을 한 번 살피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 몸짓만으로도 이 대화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문양, 나 계속 조사해봤어."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뭔가…나왔어요?"
"확실한 건 없어. 그런데."
선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
바람이 마당을 스치며 나뭇잎을 흔들었다.
평소라면 그저 평온한 소리였을 텐데, 오늘은 유난히 신경을 긁는 것 같았다.
마치 그 소리 속에 숨겨진 낯선 파문이 섞여 있는 듯했다.
"…예전 기록 중에, 신청령 체계 밖에 있는 힘에 대한 얘기가 아주 조금 있었어. 아주 오래된 문서에."
"밖에 있는 힘이요?"
"그래. 무가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거야. 위험하다고, 다들 그렇게만 적어놨어."
"그럼 그 힘이 제 손에…"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가능성은 있어."
선아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이전과 다른 종류의 결심이 담겨 있었다.
평소의 장난스러운 기색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휘, 나 도와줄게."
"…네?"
"네 왼손, 그 힘. 제대로 알아내야 해. 이대로 두면 위험해. 너한테도, 그리고…"
그녀는 말을 멈췄다.
마지막 말을 삼킨 듯했다.
나는 그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일지 짐작할 수 없었다.
"몰래 수련하자. 밤에, 아무도 없을 때."
짧은 정적이 흘렀다.
멀리서 밤새 우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나는 그녀의 제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족장의 딸이, 아버지도 모르게, 이방인인 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는 것.
"…왜 그렇게까지 해주세요."
선아는 대답 대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섞여 있는 듯했다.
잠깐 흔들리는 눈빛이 스쳤다가, 다시 담담해졌다.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그녀가 일어서서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달빛이 그녀의 등 뒤로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렸다.
나는 그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마당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밤에, 아무도 없을 때.)
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것이 시작이라는 걸, 그때는 아직 알지 못했다.
다만 왼손 손등 위로, 아주 희미하게, 잊고 있던 그 낯선 문양이 다시 한번 옅게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을, 나는 분명히 보았다.
그 짧은 빛은 마치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깜빡였다.
그리고 다시,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손등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