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박달구의 손목이 강도현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딱, 소리가 났다.
박달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뭐, 뭐야 이 새끼—"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강도현의 무릎이 그의 복부를 그대로 찍었다.
둔탁한 소리가 창고를 울렸다.
퍽.
박달구가 뒤로 튕겨나가 벽에 부딪혔다.
숨이 턱 막힌 소리를 냈다.
입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손목에서 힘이 완전히 빠져나갔다.
"박달구!"
이재춘이 놀라 소리쳤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작은 칼을 꺼내려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늦었다.
강도현이 이미 그 앞이었다.
칠 년을 검을 잡았다.
손이 무기가 없어도 몸은 검술을 기억했다.
영기가 손끝에서 미세하게 타올랐다.
이재춘의 손목을 낚아채 꺾었다.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이, 이게 무슨—"
이재춘의 눈이 흔들렸다.
방금까지 겁에 질려 떨던 놈이 아니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몸에 새겨진 습관처럼 나왔다.
칼 든 손을 잡는 각도, 체중을 옮기는 속도, 전부 계산된 것이었다.
이재춘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곱상해서 힘없어 보인다고 했었나요."
강도현이 낮게 물었다.
목소리에 억양이 없었다.
"누, 누구야 넌—"
"방금 전까지 형씨들이 저를 뭐라고 불렀죠."
강도현이 손목을 꺾은 채로 고개를 기울였다.
"곱상한 놈, 아가씨처럼 생긴 놈, 뭐 그런 거였던 것 같은데."
이재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네요."
강도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곱상하긴 하니까."
이런 말을 할 여유가 있다는 게 스스로도 웃겼다.
석 달 만에 처음으로 몸을 제대로 쓴 것 같은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
생각은 그 다음이었다.
강도현이 이재춘의 안주머니를 뒤졌다.
작은 봉지가 나왔다.
하얀 가루, 갱단이 유통하는 마약이었다.
이거 쓸모 있겠네.
"이거 당신들이 파는 물건이죠."
강도현이 봉지를 흔들며 물었다.
"그, 그건 아니야, 우린 그냥—"
"됐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도현이 봉지를 강제로 그의 입에 쏟아부었다.
이재춘이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손목이 꺾인 채로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음, 음, 으으—"
가루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이재춘의 눈이 점점 풀렸다.
동공이 흔들리더니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대로 바닥에 늘어졌다.
숨은 쉬고 있었다.
의식은 완전히 날아간 것 같았다.
박달구는 벽에 기댄 채 미약하게 숨만 쉬고 있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듯한 자세였다.
입에서 계속 피가 흘렀다.
죽지는 않겠지, 아마.
강도현은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고 안은 조용해졌다.
박달구의 숨소리와 이재춘의 헛소리만 낮게 흘렀다.
이 새끼들 원래 뭐 하러 온 거였지.
박정호가 보낸 물건을 뜯으러 왔다고 했다.
예물이라고 했던가.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제 문제는 이거다.
이 둘은 마봉구의 부하였다.
예물을 잃은 마봉구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갱단 두목의 변덕은 유명했다.
부하 두 명이 이 꼴로 발견되면 어떻게 나올까.
곱씹어봐도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그리고 박정호.
고용주가 이 일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까.
구해줄까, 아니면 위험한 짐이라며 내칠까.
계약서에 이런 상황에 대한 조항은 없었다.
그런 걸 미리 적어두는 고용주가 있을 리도 없고.
강도현은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 들었다.
손잡이가 낡았다.
칼날에 흠집이 많았다.
이런 걸로 사람을 위협한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강도현은 창고 철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틈으로 밤바람이 새어들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게 먼저다.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석 달 만에 영기를 두 번 썼다.
손끝이 아직 저릿했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이런 몸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답이 안 나오는 문제였다.
문을 열자 어둠이 펼쳐졌다.
골목 끝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나가 아니었다.
발소리가 두 개, 아니 세 개쯤.
리듬이 제각각이었다.
같은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마봉구 쪽에서 벌써 사람을 더 보낸 건가.
아니면 순찰이라도 도는 건가.
이 동네에 그런 게 있을 리도 없고.
강도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손끝에 남은 영기가 아직 미약하게 남아 있었다.
한 번 더 쓸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닥의 이재춘과 박달구를 다시 한번 내려다보았다.
이대로 두고 가야 하나.
아니면 끌고 가야 하나.
둘 다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셈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도현은 숨을 죽이고 문틀에 몸을 붙였다.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번엔 또 뭐가 튀어나오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