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서자, 한 달 만에 뒤집다

1화

나는 태어날 때부터 결함이었다. 세 살 때 첫 진기 검사에서 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이 아이는 평생 무공을 익힐 수 없습니다." 단전이 비어 있다고 했다. 채워지지 않는 그릇이라고도 했다. 의원은 그 말을 하고 곧바로 돌아섰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다시 볼 필요가 없는 물건을 확인하듯이. 그날 이후로 내 이름 앞에는 항상 수식어가 붙었다. 장서하. 장가의 셋째 서자. 그리고 폐물. 하인들도 나를 대놓고 무시했다. 밥상은 늘 식은 것이 올라왔고, 옷은 늘 물려받은 것이었다. 소매 끝이 해진 옷을 입고 마당을 지나가면, 지나가던 시선들이 나를 위아래로 훑고는 그대로 흩어졌다. 관심조차 아니었다. 그저 스쳐 가는 눈길이었다. 아버지 장운동은 나를 볼 때마다 눈을 피했다. 어머니 유설이 사라진 뒤부터였다. 왜 사라졌는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사라졌다는 사실만 남아 나를 따라다녔다. 가끔 하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유설 부인이 어찌 되었는지 안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면 입을 다물었다. 물어봐도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가장 즐기는 사람이 있었다. 장빈. 제4첩 강씨의 아들이자,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아들. 그가 구석채 마당으로 들어섰다. 뒷짐을 지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폐물 형님, 오늘도 여전히 숨은 붙어 계시네요."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봤자 돌아오는 건 손찌검이었다. 장빈이 내 앞에 놓인 밥그릇을 발로 쳤다. 와그작. 그릇이 깨지며 밥알이 흙바닥에 흩어졌다. "어머니 없는 자식은 밥맛도 없나 봅니다." 주변에 있던 하인들이 웃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생존법이었다. 고개를 숙이면 매가 하나 줄었다. 입을 다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그게 내가 배운 전부였다. 그날 밤, 장빈은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왔다. 셋이었다. 하나같이 술기운이 얼큰하게 오른 얼굴이었다. "오늘은 재미있는 걸 해봅시다." 그들은 나를 끌고 뒷산 얼음 저수지로 갔다. 겨울 초입이라 얼음은 아직 얇았다. 발을 디디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장빈의 친구 하나가 그 소리를 듣고 웃었다. "이거 깨지는 거 아니오?" "깨지면 더 재미있지." 퍽! 등을 세게 밀렸다. 몸이 그대로 얼음 위로 나동그라졌다. 쩌적.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몸이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숨이 턱 막혔다. 손발이 곱아 움직이지 않았다. 물이 살갗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 살갗을 그대로 도려내는 것 같았다. 위에서 장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잘 쉬십시오, 형님." 발소리가 멀어졌다. 웃음소리도 함께 멀어졌다. 나는 물속에서 팔을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물속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 그게 죽음의 징조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죽는구나, 생각했다. 허무했다.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그 순간, 저 밑바닥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불이었다. 화로 속 장작처럼 타오르는, 낯설고도 익숙한 열기였다. 배 속 깊은 곳, 아무것도 없다고 했던 그 텅 빈 자리에서부터 시작된 불이었다. 얼어붙은 몸 전체로 서서히 번져갔다. 마치 오랫동안 꺼져 있던 화로에 누군가 처음으로 불씨를 던져 넣은 것처럼. 의식이 완전히 끊기기 직전, 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래 기다렸다는 목소리였다. 낯선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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