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서자, 한 달 만에 뒤집다

5화

별채로 옮긴 첫날 밤,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럿이었다. 발소리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만큼 더 또렷하게 들렸다. 흙바닥을 밟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숨을 참는 소리까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살짝 열었다. 달빛 아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마당을 에워싸고 있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어림잡아도 열은 넘었다. 한 명이 낮게 말했다. "오늘 밤 안에 끝내라 하셨다." 목소리에 망설임이 없었다. 이런 일을 처음 해보는 자들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누구의 지시인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별채로 옮긴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사람을 붙일 정도라면. 나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밤바람이 차가웠다. 마당의 흙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밤늦게 손님이 많으시네요." "...!" 놈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스르릉. 달빛이 칼날에 부딪혀 잘게 부서졌다. 열 개가 넘는 칼날이 동시에 번쩍이는 모습은, 인정하자면 볼만한 광경이었다. 나는 마당에 세워둔 도끼자루를 집어 들었다. 화목용으로 쓰던 낡은 도끼였다. 자루에는 오래 써서 반질반질해진 손잡이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무게가 손에 익었다. 검보다 무겁고, 검보다 둔했다. 하지만 상대할 검이 종잇장처럼 느껴질 만큼은, 충분히 무거웠다. 첫 번째 놈이 달려들었다. 퍽! 위에서 아래로, 그대로 내려찍었다. 검이 반으로 갈라지며 놈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부러진 칼날이 허공을 그리며 마당 구석으로 날아가 박혔다. 두 번째, 세 번째가 동시에 좌우에서 파고들었다. 나는 몸을 낮추며 가장 정직하게 도끼를 휘둘렀다. 콰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둘 다 바닥을 굴렀다. 하나는 팔을 감싸 쥐고, 하나는 숨을 못 쉬는 듯 헐떡였다.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남은 자들이 주춤거렸다. 검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바닥에 나뒹구는 동료들을 보며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이만 물러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 "도끼값도 만만치 않게 나가서요." "..."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 남은 하나의 목덜미를 붙잡아 바닥에 눌러 앉혔다. 놈의 검은 이미 손에서 떨어져 흙바닥에 박혀 있었다. "누가 보냈습니까." "...말할 수 없다."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겁에 질린 게 분명한데도 입은 열지 않았다. 배짱은 있는 놈이었다. 아니면 배짱보다 더 무서운 걸 등 뒤에 두고 있는지도. "그럼 말할 수 있는 걸 물어보지요." 목덜미를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이 가문 밖에, 어머니 일에 손을 댄 자가 있습니까."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침묵이 길어졌다. 나는 기다렸다. 도끼를 쥔 손도, 목덜미를 잡은 손도 그대로였다. "가문 밖의... 손이 있다는 것만... 압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더는 알지 못한다는 게, 표정에서도 느껴졌다. 더 캐물으려는 순간, 담장 너머에서 하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가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전천우 가주님이 직접 오셨습니다!" 순식간에 마당의 공기가 달라졌다. 검을 뽑아 들고 있던 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방금까지 나를 노려보던 눈이, 이제는 담장 밖을 향해 있었다. 전가. 청풍도 육대 호족 중에서도 장가보다 격이 높은 가문이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검을 든 자들의 어깨가 움츠러드는 게 보였다. 그 가주가, 이 야심한 밤에 직접 이곳까지 왔다는 뜻이었다. 보통 일로는 오지 않을 시간이었다. 보통 일로는 오지 않을 사람이었다. 나는 붙잡고 있던 놈의 목덜미를 놓아주었다. 놈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남은 자들도 하나둘 검을 거두며 담장 쪽을 살폈다. 나는 손에 쥔 도끼를 내려다보았다. 장작을 패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게가 느껴졌다. 날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얇게 묻어 있었다. 그것을 옷자락에 슥슥 문질러 닦아내는 동안에도, 담장 너머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언가 더 큰 것이 이 가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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