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사실 저 안 약합니다

3화

손님이 떠난 뒤, 나는 소자에게 물었다. "저자를 아느냐." 단전 속에서 흐르는 감각은 미묘했다. 소자는 반응이 없었다. 전생의 나와도, 지금의 이 존재와도 얽힌 적 없는 상대라는 뜻이었다. 그 무반응조차 하나의 정보였다. 나는 그것을 머릿속 목록에 새겨 넣었다. 사독이라는 자는 낙하문과도, 이 소자를 남긴 전대의 누구와도 인연이 없는 새로운 변수였다. 새로운 변수는 위험하다. 읽을 수 없으니까. 나는 그 사내의 이름을 나중에야 알았다. 사독(蛇毒). 회풍문의 부수였다. 뒤에 섰던 왜소한 자는 유표(劉彪)라 불렸다. 둘 다 회풍문주 아래 독비 노인의 지휘를 받는 자들이었다. 이름부터가 노골적이었다. 독을 다루는 자, 그리고 그 독을 부리는 노인. 회풍문이 어떤 방식으로 세력을 넓혀왔는지, 이름만으로도 짐작이 갔다. 문소아가 그날 오후 늦게 알려준 이름이었다. 그녀는 낙하문에 남은 노복들을 통해 소식을 모으는 재주가 있었다. 사부가 살아 있을 때는 그저 잔심부름이나 하던 아이였을 텐데, 지금은 정보를 엮는 방식이 제법 능숙했다. 누구에게 물으면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어느 노복이 입이 가벼운지, 그녀는 이미 파악해둔 눈치였다. "저 사람들, 예전에도 회풍문 심부름으로 몇 번 왔었어요. 그때마다 땅문서 이야기를 꺼냈다고……" 그녀는 말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늠하는 눈이었다. 땅문서. 낙하문이 거느리던 세 마을의 땅이었다. 사부가 살아 있을 때는 감히 입도 대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지금은 삼키기 쉬운 먹이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세 마을이면 곡물과 인력, 그리고 은근한 세력권까지 함께 넘어가는 셈이었다. 회풍문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종잇장 몇 장이 아니었다. "알려줘서 고맙다." 나는 문소아에게 말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부엌 쪽으로 사라졌다. 뒷모습이 가벼웠다. 이 아이는 아직 이 판이 얼마나 무거운지 다 알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굳이 알려주지 않았다. 알려줘서 좋을 게 없었다. 나는 마을 어귀까지 걸음을 옮겼다. 몸을 단련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은 지형을 눈에 새겨두려는 목적이었다. 어느 골목이 좁고, 어느 지붕이 낮고, 담이 무너진 곳이 어디인지. 전생에는 이런 것들을 하루면 외웠다. 지금 몸으로는 반나절을 걸어도 절반밖에 눈에 담기지 않았다. 숨이 가빠질 때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벽에 손을 짚었다. 손바닥에 닿는 흙벽의 거칠함이 오히려 정신을 붙잡아줬다. 약당(藥堂)을 지나칠 때, 나는 처음으로 선유하를 보았다. 키는 크지 않았으나 서 있는 자세가 곧았다. 손끝에는 약초 다듬는 손놀림이 익숙하게 붙어 있었다. 마른 약재를 가르는 손이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손은 오래 본 적이 있었다. 전생에 의술을 다루던 사람들의 손. 계산이 아니라 습관으로 움직이는 손이었다. 얼굴을 마주하자 눈이 먼저 웃었다. 사독의 웃음과는 전혀 다른 종류였다. 사독의 웃음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가림막이었다. 이 여인의 웃음은 그냥 웃음이었다. "강 공자시지요."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소아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별말씀을." 나는 짧게 답했다. 그녀의 눈은 진짜로 웃고 있었다. 계산이 없는 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지금 이 판에서 귀한 종류의 존재였다. —계산 없는 눈은 무기가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 생각을 밀어두었다. 지금은 판단할 때가 아니라 관찰할 때였다. "안색이 좋지 않으세요. 열이 자주 오른다고요." 그녀가 손목을 짚어왔다. 손이 차가웠다. 나는 그 차가움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 전생의 그 어떤 손보다 이 손은 목적이 단순했다. 해치려는 손이 아니라 살피려는 손. "괜찮소." 나는 다시 그 말을 썼다. 이 말은 이제 습관이 되어 있었다. 몸이 괜찮지 않을 때도, 판이 괜찮지 않을 때도 나는 이 말을 뱉었다. 그녀는 믿지 않는 눈으로 나를 살폈다. 손목을 짚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맥을 읽는 손놀림이었다. "맥이 얕아요. 약한 몸에 무리한 수련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녀가 손을 거두며 말했다. "사부님 잃으신 뒤로 무리하시는 거, 소아가 걱정을 많이 해요." 그 말에는 진심이 실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기록해뒀다. 이 사람은 문소아의 벗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낙하문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약당을 지키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손. 판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필요해지는 손이 바로 이런 손이었다. "고맙소."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 한마디만큼은 위장이 아니었다. 선유하는 짧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약재 쪽으로 돌아섰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걸음을 돌렸다. 마을의 지붕선이 저물어가는 햇빛에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색이 오래 눈에 남았다. 그날 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문소아와 선유하가 자리를 뜬 뒤였다. 소자가 단전에서 미세하게 진동했다. 무언가 가까이 있다는 신호였다. 이 진동은 위협이 가까울 때만 울렸다. 나는 그것을 이미 몇 번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나는 담을 넘었다. 몸이 여전히 무거웠지만, 발끝의 감각만큼은 전생의 습관을 그대로 따랐다. 소리 없이 걷는 법. 숨을 얕게 쉬는 법. 담을 넘을 때 무릎을 굽혀 충격을 죽이는 법. 몸이 서툴러도 그 순서만큼은 몸이 아니라 기억이 기억하고 있었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냉기가 정신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회풍문 무리가 임시로 머무는 마을 어귀 객사 근처였다. 낮에 왔던 사독과 유표의 목소리가 담장 너머로 흘러나왔다. 나는 담벼락에 몸을 붙였다. 등에 닿는 흙벽의 냉기가 옷을 뚫고 스몄다. "…확실히 약해빠졌습니다. 손가락 떠는 걸 보셨습니까." 유표의 목소리였다. 낮에 들었던 것보다 한층 가벼운, 조롱이 섞인 어조였다. "약한 게 아니라 병약한 거지. 그게 그거 아니냐." 사독의 목소리가 낮게 웃었다. 웃음소리 끝에 담긴 여유가 거슬렸다. 저들은 이미 승패를 정해둔 눈치였다. 나는 벽에 붙어 숨을 죽였다. 등 뒤로 스치는 밤바람이 서늘했다. 저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 안에 담긴 이름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 "독비 노인께서 다음 방문 때는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라 하셨다." 사독이 말했다. 목소리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결과. 그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담장 안쪽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사독의 그림자가 창호지 너머로 어른거리다가, 문득 이쪽을 향해 돌아섰다. 나는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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