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이층 복도는 아래보다 더 어두웠다.
등불 하나가 벽에 걸려 있었다. 심지가 다 타서 곧 꺼질 듯 흔들리고 있었다. 불빛은 벽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바닥에서 힘을 잃었다. 서준의 발밑에는 그 흐릿한 빛의 끝자락만 겨우 닿았다.
바닥은 오래된 나무였다. 걸음마다 낮게 삐걱거렸다. 서준은 그 소리가 신경 쓰였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발소리조차 누군가에게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도 끝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작고, 짧고, 끊어지는 소리였다. 사람의 고통이 담긴 소리였다.
서준은 그 소리를 향해 걸었다.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처음엔 조심스러운 걸음이었지만, 신음이 다시 들리는 순간 걸음은 거의 뛰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안을 들여다본 순간, 서준은 숨을 멈췄다.
작은 침대 옆, 바닥에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은색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소녀였다. 리본 드레스는 하얀색이었지만, 지금은 한쪽 소매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붉음은 아직 마르지 않은 채 천 위로 번지고 있었다.
서윤.
머릿속에서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 낯선 몸, 낯선 세계, 낯선 기억들 속에서도 그 이름 하나만은 선명했다.
서준은 몸을 던지듯 소녀에게 다가갔다. 무릎이 바닥에 닿는 순간 통증이 느껴졌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서윤아."
대답은 없었다. 얕은 숨소리만 들려왔다. 들릴 듯 말 듯한, 위태로운 숨이었다.
서준의 손끝이 소매를 걷었다. 팔뚝에 긴 자상이 나 있었다. 깊지는 않았지만,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처의 결이 일직선으로 나 있는 것을 보니,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처였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몸보다 머리가 먼저 떠올렸다. 지혈. 압박. 서준은 자신의 옷소매를 뜯어 상처 위를 눌렀다.
옷감이 찢어지는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갈랐다. 그 짧은 소리에도 서준은 흠칫했다.
손끝이 떨렸다. 세게 누르면 서윤이 아플까 두려웠고, 약하게 누르면 피가 멈추지 않을까 두려웠다. 두 개의 두려움 사이에서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압박을 하는 손끝으로, 서윤의 맥박이 느껴졌다. 빠르고, 약했다. 그 리듬이 서준의 심장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괜찮아. 오빠가 왔어."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서준은 다시 놀랐다. 오빠라는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이 낯선 몸의 기억이, 이 낯선 감정을 이미 갖고 있었던 것이.
혀끝에 남은 그 단어의 온도가 이상했다. 익숙한 듯, 낯선 듯.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삶에서 빌려온 말 같았다.
서윤의 눈썹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눈은 뜨지 않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에 서준은 안도했다.
"들려? 나야. 괜찮아."
서준은 계속 말을 걸었다. 대답이 오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목소리가 서윤에게 닿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혈을 계속하며, 서준은 방 안을 살폈다.
창문이 깨져 있었다. 유리 조각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조각들은 창가에서부터 방 안쪽까지 흩어져 있었는데, 그 흩어진 방향이 밖에서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밖에서 침입한 흔적이었다. 서윤은 이 방에서 혼자 저항하다가 다친 것으로 보였다.
침대 시트는 반쯤 바닥으로 끌려 내려와 있었다. 무언가를 붙잡고 버티다가 함께 끌려 내려온 흔적 같았다. 작은 발자국들이 바닥의 먼지 위에 어지럽게 겹쳐 있었다. 앞으로, 뒤로, 다시 앞으로. 도망치려다 다시 맞서 싸운 궤적이었다.
방구석에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서윤이 무기로 썼던 물건인 듯했다. 그 끝에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원래는 침대 머리맡 화병에 꽂혀 있던 장식용 나뭇가지였을 것이다. 그것을 부러뜨려 무기로 쓸 만큼, 서윤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서준의 눈이 그 나뭇가지에 오래 머물렀다.
이 아이는, 혼자 싸웠다.
그 사실이 문장이 되어 머릿속에 박히는 순간, 가슴 한쪽이 무너지듯 아팠다. 자신이 이 방에 없었던 그 시간 동안, 이 작은 몸이 홀로 버텨야 했던 시간을 상상하니 손끝이 저려왔다.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뜨겁게 치밀어 올랐다. 두려움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분노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단단한, 더 오래된 감정이었다.
지켜야 한다.
그 생각이 처음으로 명확한 문장이 되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서준은 지혈을 마무리한 후, 서윤을 조심스럽게 안아 침대에 눕혔다. 몸이 가벼웠다. 너무 가벼웠다. 열네댓 살쯤 되는 아이의 몸무게였다. 팔에 안긴 그 무게가, 오히려 서준의 걸음을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침대에 눕히는 동안, 서윤의 은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얼굴 위를 덮었다. 서준은 그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넘겨주었다. 손끝이 그 뺨에 닿았다. 차가웠다.
"조금만 참아."
서준은 방 안을 다시 살폈다. 응급처치 도구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시선이 방을 훑었다. 책상 하나, 작은 의자 하나, 그리고 서랍장 하나가 방 한쪽에 있었다. 그는 서랍을 열었다.
첫 번째 서랍에는 옷가지가 접혀 있었다. 두 번째 서랍에서, 서준이 찾던 것이 나왔다.
천 조각, 작은 병, 실과 바늘. 이 세계의 구급 도구인 듯했다. 서준은 병 하나를 집어 뚜껑을 열었다. 알콜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에 서준은 잠시 멈췄다. 이 세계에도 이런 것이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라 해도, 상처를 치료하는 방식에는 어딘가 공통된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처에 발랐다. 서윤이 낮게 몸을 떨었다.
"미안. 조금만."
서준의 손이 상처 주위를 천으로 감쌌다. 너무 조이면 혈액순환이 막힐까 걱정되어, 손끝의 감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매듭을 짓는 손끝이 서툴렀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처치를 마치고, 서준은 서윤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숨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안정된 것 같았다.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서준은 침대 옆에 무릎을 대고 앉아, 서윤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었다. 손가락 마디마다 아직 긴장이 남아 있었다. 잠든 순간에도, 이 아이의 몸은 여전히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몸속에서 다시 그 울림이 느껴졌다.
웅—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강했다. 눈앞이 잠깐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짧게, 별자리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점. 선. 물결. 탑.
네 가지 형상이 순서대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서준은 그 형상들을 놓치지 않으려 눈을 감았다. 하지만 형상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마치 물 위에 떨어진 잉크가 퍼지자마자 사라지는 것처럼, 붙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서준은 이 감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을 지켜줄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만은 분명했다. 그 확신에는 근거가 없었다. 그저 몸이 먼저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마당은 여전히 조용했다.
깨진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어딘가 젖은 흙냄새가 섞여 있었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섞여 있었다.
발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의 발소리였다. 규칙적이었다. 훈련된 사람들의 걸음이었다.
서준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소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하나의 리듬으로 정렬된, 여러 개의 발이 만드는 소리였다. 민간인의 걸음이 아니었다. 이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자들의 걸음이었다.
그는 서윤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얕은 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밖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커튼 사이로 조심스레 마당을 내려다보았다.
숨을 고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속을 살폈다. 처음엔 그저 나무의 그림자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림자는 움직이고 있었다. 일정한 속도로, 저택을 향해.
어둠 속에서, 붉은 사자 문양의 갑옷을 입은 그림자들이 저택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달빛이 그들의 갑옷 위에 닿을 때마다 문양이 번쩍였다. 사자의 벌린 입, 곤두선 갈기. 그 문양은 서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지만, 그 서늘한 형상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하나, 둘, 셋. 적어도 다섯이었다.
발걸음의 간격이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저택의 대문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였다.
서준의 손끝이 다시 차가워졌다.
이번엔 겁이 난 것이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창문 아래, 다섯 개의 그림자가 저택의 문 앞에 멈춰 섰다. 그중 하나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나머지가 그 신호에 맞춰 대문 양쪽으로 흩어졌다.
침입이 아니었다. 이것은, 명백한 포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