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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숲 저편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는 처음엔 바람 소리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희미했다. 나는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발밑의 마른 잎을 밀어내며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는데, 그 소리가 두 번째로 울렸을 때는 확실히 짐승의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 층위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몬스터 마중을 나오는 건가.'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걸음을 멈췄고, 시스템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화면 한쪽에 작은 경고등을 띄웠다. "전방 350미터 지점에서 다수의 생체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이동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동을 권장하지 않으면 뭘 어쩌라는 건가, 여기서 야영이나 하라는 소린가?" 나는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이 그렇게 대꾸했는데, 정작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음소리가 세 번째, 네 번째로 겹쳐 들려왔고,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걸 느끼며 나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감각을 애써 무시했다. 소리는 점점 커지며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튀어나온 것은 몸통 전체가 짙은 회색 털로 덮인 네 발짐승이었는데, 몸길이가 어른 두 명을 나란히 눕힌 것보다 길었고, 등줄기를 따라 뾰족한 뼈 돌기가 촘촘하게 솟아 있었으며, 입가에는 누런 이빨이 침과 함께 번뜩였다. 눈동자는 탁한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그 눈이 정확히 나를 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손끝이 저절로 떨려왔다. '늑대라고 부르기엔 너무 크고 흉포해 보이는데.' 나는 그 짐승들을 눈으로 훑으며 속으로 중얼거렸고, 시스템은 그 짐승들의 정체를 곧바로 브리핑했다. "골각랑입니다. 최하위 층위 서식종 중에서도 무리 사냥을 즐기는 개체로, 개체당 위협도는 낮으나 세 마리 이상이 협공할 경우 초심자에게 치명적입니다." "세 마리라니, 지금 보이는 게 딱 세 마리인데." 나는 숫자를 세며 헛웃음을 흘렸는데, 그 헛웃음 뒤에 숨은 건 순전한 긴장이었다. 전생에서도 이런 식으로 딱 맞춘 숫자로 사람을 몰아붙이는 상황은 늘 최악으로 끝났던 기억이 스쳤고, 나는 그 기억을 애써 밀어내며 손을 들어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초심자라니,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는데, 손끝에서 붉은 입자들이 모여들다가 이번에는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화살처럼 길쭉한 빛의 다발이 손가락 사이에서 응축되는 걸 보며 나는 짧게 숨을 들이켰고, 그 열기가 손바닥을 타고 팔뚝까지 번지는 감각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질 뻔했다. '이거 처음 쓸 때보다 뜨겁잖아.' 나는 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가장 앞서 달려오는 골각랑을 향해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예상보다 느리게 날아갔지만, 정확히 짐승의 앞다리에 박혀 들며 붉은 불꽃을 터뜨렸는데, 그 짐승은 고통스러운 울음을 내지르며 옆으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도 다리를 허공에 휘저으며 몸을 뒤집으려 애쓰는 모습이 우스울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오, 이거 되는군.' 나는 그 순간 짧은 성취감을 느꼈고, 속으로 스스로를 향해 작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 감상에 취해 있을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남은 두 마리가 나를 향해 좌우로 갈라지며 협공을 시작했고, 그 움직임이 마치 사전에 합의라도 한 듯 정확해서 나는 짧게 욕설을 삼켰다. '무리 사냥이라더니 진짜로 팀워크가 좋군.'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굴려 오른쪽 짐승의 도약을 피하며 두 번째 화살을 급하게 뽑아 들었는데, 이번엔 마력이 제대로 응축되지 않은 탓에 화살이 흐릿한 빛만 남긴 채 흩어져 버렸다. 손끝에서 느껴지던 뜨거운 감각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리는 걸 느끼며 나는 짧게 신음을 흘렸다. '이런, 연속 사용은 아직 무리인가.'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지만, 왼쪽에서 달려든 짐승의 이빨이 내 팔뚝을 스치고 지나가며 뜨거운 통증이 치솟았다. 살갗이 찢어지는 감각과 동시에 뜨거운 액체가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끼면서도 나는 억지로 몸을 비틀어 뒤로 빠졌다. 시스템의 음성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경고. 출혈 발생. 마력 소모량이 임계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그럼 대안을 좀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소리치며 몸을 뒤로 빼는 동시에 다시 손을 들어 마력을 끌어모았는데, 이번엔 어깨가 저릴 정도의 격통이 함께 밀려왔다. 마치 뼈 사이사이로 뜨거운 못이 박히는 듯한 감각이었고, 나는 그 통증을 억누르며 손끝에 남은 마력을 억지로 짜냈다. 시스템은 곧바로 대답했다. "근접 회피 후 재장전이 권장됩니다. 현재 마력 잔량으로는 두 발 이상의 형상화가 불가능합니다." "두 발이라니, 상대는 아직 두 마리나 남았는데 그런 계산은 나도 알겠다고!" 나는 억지웃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는데, 발이 나무뿌리에 걸려 균형을 잃었고, 그 순간 세상이 잠깐 기울어지는 것 같은 감각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골각랑 한 마리가 몸을 낮춰 도약해 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그 짐승의 무게가 그대로 어깨를 짓누르며 바닥에 나뒹굴었고, 갈비뼈 어딘가에서 둔탁한 통증이 치솟아 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다시 몸을 뒤틀어 짐승의 아래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짐승의 침이 뺨에 튀는 감각과 함께 뜨거운 숨결이 코앞까지 닿는 걸 느끼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얼굴이 뜯어 먹히면 전생보다 더 억울한 죽음이겠군.' 그런 생각이 스치는 것조차 우스웠지만, 지금 이 순간엔 그런 실없는 생각조차 붙잡고 있어야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몸을 옆으로 굴려 짐승의 아래턱이 바닥을 긁는 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겨우 거리를 벌렸다. 팔뚝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소매를 적시며 손끝까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고, 그 온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감각이 오히려 더 섬뜻했다. 마지막 남은 마력을 손끝에 모으며 나는 이를 악물고 눈앞의 짐승 얼굴을 향해 시위를 당겼는데, 그 순간 화살이 예상보다 밝게 타올라 짐승의 눈을 정확히 관통했고, 짐승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 비명은 숲 전체를 울릴 정도로 크고 날카로웠고, 나뭇잎들이 그 진동에 파르르 떨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온몸에서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나는 무릎을 꿇었고, 시야 한구석에 흐릿한 붉은 경고 문구가 떠올랐다. [경고: 마력 고갈로 인한 신체 부담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참 성실하게 경고문을 띄워주는군.' 나는 헛웃음을 흘리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시야가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저리다 못해 감각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고, 무릎을 꿇은 채로도 몸이 자꾸 옆으로 기울어지려는 걸 억지로 붙잡고 있어야 했다. '이러다 정신줄이 먼저 나가겠는데.' 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손끝을 들어 마지막으로 마력을 짜내려 애썼지만, 이제는 붉은 입자조차 제대로 모이지 않은 채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 그 순간 아직 남아 있던 마지막 골각랑이 다시 자세를 낮추며 달려들었는데, 나는 몸을 일으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짐승의 발톱이 바닥의 흙을 파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그 속도가 조금 전보다 배는 빨라 보였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경고. 치명적 공격이 임박했습니다. 회피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럼 대체 나한테 뭘 어쩌라는 건가." 나는 그렇게 속으로 내뱉으며 눈을 질끈 감았고, 짐승의 이빨이 목덜미를 향해 짓쳐 들어오는 감각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 순간,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 위로 스치고, 뭔가 날카로운 것이 살갗에 닿기 직전의 그 미세한 간극까지 온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곤두섰다가, 세상이 통째로 암전되며 모든 감각이 끊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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