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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피닉스게임즈 사무실은 소민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정문을 지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공기 대신 젊은 스타트업의 활력이 느껴졌는데, 벽면 곳곳에 붙어 있는 알록달록한 포스터들과 자유롭게 배치된 소파,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게임 배경음악이 그 이질적인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었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직원들이 통유리 회의실 사이를 오가며 웃고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회사의 마스코트인 불사조 캐릭터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서, 소민은 그 활기찬 풍경 속에서 자신이 입고 온 단정한 블라우스가 유난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을 의식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현석 씨랑 잘 맞겠네.' 소민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저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민 씨, 여기예요!" 오현석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고, 편안한 웃음을 지은 그의 얼굴을 보자 소민의 어깨에서도 자연스레 긴장이 풀렸다. 그의 옆에는 짧은 머리에 편한 후드를 걸친 청년이 함께 서 있었는데, 옷차림만 보면 여느 대학생 같았지만 그 눈빛과 자세에서는 나이답지 않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강도윤입니다." 청년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는데, 그 태도에는 나이답지 않은 사업적 무게가 실려 있어서, 소민은 순간 그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는 걸 짐작했다. "저는 한소민이에요. 반갑습니다." 소민이 얼른 마주 인사를 건네자, 도윤이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현석 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서라 씨랑 태오 씨까지, 다들 자유롭게 지내신다고." 도윤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고, 소민은 그 말속에 어떤 편견도 섞여 있지 않다는 걸 느끼며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저희 얘기까지 아신다니 좀 부끄럽네요." 소민이 살짝 볼을 붉히며 대답하자, 현석이 옆에서 킥킥거리며 끼어들었다. "도윤 씨가 워낙 궁금해했거든요. 우리 같은 관계는 흔치 않다고." 현석의 그 말에 도윤이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지만, 그 얼굴에는 진심으로 신기하다는 표정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세 사람이 회의실 근처 라운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도윤은 회사의 최근 프로젝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소민은 그 열정적인 설명을 들으며 이 회사가 단순히 자유로운 분위기만 가진 곳이 아니라 나름의 체계와 야심을 갖춘 곳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저희가 개발 중인 신작이 이번 분기 목표라서, 요즘 야근이 좀 많아요." 도윤이 살짝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며 웃었고, 현석이 그 어깨를 툭 치며 격려하듯 말했다. "그래도 도윤 씨 회사 분위기는 좋잖아요. 우리 애들도 여기 놀러 오는 거 좋아하고." 그 말에 도윤이 미소를 지으며 커피잔을 들어 올리는 순간, 저 멀리서 서핑복을 입은 것처럼 헐렁한 셔츠를 걸친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도윤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었다. "브로, 오늘 라이브 스트리밍 편집본 확인했어?" 최준혁이라는 이름의 그 콘텐츠 매니저는 목소리부터 자유분방함이 넘쳤는데, 슬리퍼를 신은 발과 헝클어진 머리까지, 어느 하나 격식을 차린 구석이 없었다. 도윤은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준혁 씨, 지금은 좀…" 도윤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라운지 입구 쪽에서 서늘한 공기가 밀려드는 것을 소민은 피부로 먼저 느꼈다. 마치 온도계의 눈금이 순식간에 몇 도 떨어진 듯한, 설명하기 힘든 서늘함이었다. 강도현이 그곳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곧게 뻗은 체형에, 흠 잡을 데 없이 재단된 짙은 회색 수트를 걸친 그가 라운지로 걸어 들어오는 순간, 공간의 온도가 눈에 띄게 낮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방금까지 웃고 떠들던 직원들조차 슬며시 시선을 피하며 자세를 고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저 사람이 오니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네.' 소민은 그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자신도 모르게 등을 곧게 세웠다. "브로, 강도현 이사님도 커피 한 잔…" 최준혁이 여전히 그 어조를 버리지 못한 채로 인사를 건네자, 도현의 시선이 천천히 그를 향해 돌아갔다. 그 눈빛에는 어떤 격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무심함이 준혁을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듯했다. "방금 그 호칭, 다시 한 번 쓰면 자네 자리는 오늘부로 없어질 거야." 도현이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 말에 준혁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 주변의 소음이 순식간에 잦아들었고, 라운지에 있던 몇몇 직원들이 눈치껏 자리를 피하며 사라지는 모습이 소민의 시야 가장자리에 걸렸다. 도윤이 재빨리 형의 팔을 붙잡으며 낮게 속삭였다. "형, 여기 손님도 계신데." 그 말에 도현의 시선이 처음으로 소민을 향해 옮겨졌다. 순간 소민은 그 눈빛이 자신을 훑어 내리는 속도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익숙한 자의 습관을 읽어냈고, 등줄기가 저절로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값을 매기는 감정사의 시선 같았다. "한소민 씨, 맞습니까." 도현이 짐작이 아니라 확인하듯 물었고, 소민은 그 순간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저 남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미처 헤아릴 겨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데요, 어떻게 아셨어요." 소민이 조심스럽게 되묻자, 도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는데, 그 미소는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먹잇감을 확인한 포식자의 여유에 가까운 것이었다. 현석과 도윤은 그 짧은 대화 사이에 흐르는 긴장을 느꼈는지,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말을 아꼈고, 도현은 그런 두 사람의 침묵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소민의 맞은편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수트 안쪽 소매가 살짝 걷어 올려지면서 드러난 손목에는 값비싼 시계가 반짝였는데, 소민은 그 작은 디테일 하나에서도 이 남자가 살아온 세계와 자신이 살아온 세계 사이의 거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 소문이 좀 도니까요." 그가 짧게 대답하며 커피잔을 가볍게 손끝으로 매만졌고, 그 손끝의 여유로운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눈빛만은 소민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현석 씨 연인이라는 것도, 남편이 따로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도현이 별다른 감정 없이 그 사실들을 나열하자, 소민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타인의 삶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조사하고 발화하는 태도에, 소민은 불쾌함보다도 먼저 어떤 위압감을 느꼈다. "형!" 도윤이 낮게 소리치며 형을 저지하려 했지만, 도현은 눈짓 한 번으로 동생의 말을 막았다. "저에 대해 그렇게까지 알아야 할 이유가 있으셨나요." 소민이 담담하게 되묻자, 도현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는데, 그 시선의 길이가 어색할 정도로 길게 이어지면서 소민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그 침묵이 몇 초쯤 이어졌을까, 도현이 마침내 안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로 밀어 놓았다. 명함이 테이블 표면에 닿으며 나는 작고 마른 소리가, 소민의 귀에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거래를 하나 제안하고 싶어서요." 그가 짧게 말했고, 그 순간 라운지 안의 모든 소음이 소민의 귀에서 지워지는 듯했다. 현석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는 것이 시야 가장자리로 보였지만, 소민은 그것을 제대로 확인할 여유조차 없이 테이블 위의 명함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명함에는 금박으로 새겨진 이름과, 익숙하지 않은 직함이 나란히 박혀 있었는데, 소민은 그 종이 한 장을 내려다보며 이 만남이 결코 단순한 인사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거래라니, 대체 무슨 거래를.' 소민이 명함을 집어 들지도, 밀어내지도 못한 채 그저 응시하고 있는 동안, 도현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여유롭게 지켜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천천히 생각해보셔도 됩니다. 다만," 그가 말을 끊고 소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 대답이 늦어질수록, 잃는 쪽은 한소민 씨일 겁니다." 그 말이 라운지의 공기를 다시 한번 얼어붙게 만들었고, 소민은 자신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이 남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더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거래'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어 명함 위에 얹은 손끝만 가늘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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