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타는 듯한 통증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살가죽 안쪽에서부터 뭔가가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턱뼈가 부서질 듯 아팠지만 그것도 참았다.
"버텨라."
강염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멀리서 들리는데도 귓속을 파고드는 듯한 울림이었다.
"이 몸은 단전을 키우는 게 아니다. 몸 전체를 화로로 바꾸는 거다."
화로.
그 말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대장간에서 아버지가 쓰던 낡은 화로가 떠올랐다.
밤낮으로 장작을 처넣어야 겨우 온기를 유지하던 그 화로.
장작이 타들어가듯 뜨거운 기운이 팔다리를 훑고 지나갔다.
혈관이 장작이 되고, 뼈가 아궁이가 되는 상상이 들었다.
콰아앙!
머릿속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고요해졌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지워진 것 같았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뒷산 폐기물 더미 위에 앉아 있었다.
부서진 항아리 조각들이 여전히 발밑에 흩어져 있었다.
손바닥의 봉령주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손금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게 오히려 어색했다.
대신 가슴 한복판에서 낮게 맥동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심장 옆에 작은 화로 하나가 새로 들어앉은 것 같았다.
"기분이 어떠냐."
강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들리는군요."
"당연하지. 이제 나는 네 안에 있다."
"방세는 안 받으실 겁니까."
"…"
머릿속에서 정적이 흘렀다.
강염이 대답을 골라내지 못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어보았다.
예전과는 다른 감각이었다.
손끝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뻗어 나왔다.
관절 하나하나가 새로 조립된 것처럼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보았다.
접고 펼 때마다 뜨거운 김이 새어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심가의 하급 무사가 나를 발견했다.
"거기 폐물 아니냐."
그가 조롱하듯 다가왔다.
걸음걸이부터가 사람을 낮춰보는 태였다.
"장로님들이 찾으신다. 어서 와라."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아채려 했다.
나는 대답 없이 그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주먹을 위에서 아래로, 가장 정직하게 내려찍었다.
퍽!
무사의 몸이 그대로 튕겨져 나가떨어졌다.
폐기물 더미 위로 그가 나동그라지며 항아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주먹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힘이 다르다는 걸 온몸이 알고 있었다.
강염의 목소리가 낮게 웃었다.
"제법이군. 나쁘지 않아."
쓰러진 무사를 부축해 데려간 것은 마침 지나가던 심유나였다.
그녀는 무사를 어깨에 걸치듯 부축하며 다가왔다.
"호진아. 너 방금."
그녀의 눈이 커졌다.
당황한 눈으로 나와 쓰러진 무사를 번갈아 보았다.
어릴 때부터 나를 유일하게 친구로 대해준 아이였다.
심가의 직계임에도 폐물이라 불리는 나를 한 번도 다르게 대한 적이 없는 사람.
"뭔가 좀 바뀐 것 같습니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좀? 방금 그건 좀이 아니었어."
그녀가 소매에서 작은 병 다섯 개를 꺼냈다.
유리병 안에서 붉은 액체가 찰랑거렸다.
"취령단이야. 몰래 챙겨왔어. 이거라도 먹고 시험 준비해."
"부모님이 아시면 큰일 나실 텐데요."
"괜찮아. 대신."
그녀가 목소리를 낮췄다.
주변을 한 번 살피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흑련가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가슴속 화로가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처음 듣습니다."
"오 년 전 너희 부모님 실종 사건. 그때 심가 원로들이 은밀히 조사했는데, 그 흔적에서 흑련가의 표식이 나왔대."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영왕 한 명과 영상 두 명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래. 심가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곳이라던데."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졌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괜히 얘기하는 거 아니야. 조심하라고."
강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낮게 울렸다.
전과는 다른 무게가 담긴 목소리였다.
"그 이름, 나도 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목구멍이 순간 바짝 말라붙었다.
"백 년 전, 그놈들 손에 내가 이 봉령주에 갇혔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심유나가 무언가 더 말하고 있었지만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속 화로만이, 아까보다 훨씬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