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가주님, 저 폐물 아니었어요

4화

심유나가 준 취령단은 하루에 하나씩만 먹으라 했다. 작은 목함 안에 놓인 다섯 개의 검붉은 알약을 나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하루에 하나. 그렇게 약속했었다. 하지만 나는 다섯 개를 한꺼번에 삼켜버렸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뱃속에서 불덩이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심장이 화로 속 쇳덩이처럼 벌겋게 달아올랐고, 핏줄 하나하나가 장작처럼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미친놈." 강염이 혀를 찼다. 그의 눈초리가 사납게 일그러졌다. "몸이 화로라도 한계는 있다." "버틸 수 있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이 타는 듯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다. "...정말이지 겁이 없군." 강염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떴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온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참아냈다. 이불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오히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사흘 뒤, 심가 내부에 소란이 일었다. 창고에서 흑련가의 표식이 새겨진 영패가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것을 훔치려던 잠입자 셋이 붙잡혔다는 것이다. 심가 전체가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러워졌다. 하인들은 발소리를 죽이며 눈치를 살폈고, 무사들은 창을 들고 창고 주변을 에워쌌다. 장로들이 급히 회의를 열었다. 나는 그 틈을 타 창고로 몰래 숨어들었다. 경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담벼락을 넘어 창고 뒷문으로 스며들었다. 어둠 속에서 향내 나는 목재 상자들 사이를 지나쳐, 안쪽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창고 안, 포박된 세 사내가 눈을 부라렸다. 밧줄에 손발이 묶인 채 벽에 기대어 앉은 그들의 몰골은 초라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애송이가 여긴 왜 왔나."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물었다. 콧수염이 짙고 눈매가 매서운 사내였다. "흑련가 소속입니까." "..." 그의 표정이 굳었다. 침묵이 곧 답이었다. "오 년 전, 제 부모님을 데려간 게 당신들입니까."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써 힘을 주었다. "모르는 얘기다." 뻔한 거짓말이었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바닥을 밟는 발소리마저 창고 안에 무겁게 울렸다. "솔직히 말하면 밥 한 끼는 사드리겠습니다." 사내의 얼굴이 일순 멍해졌다. "이 상황에 밥 얘기가 나오나." 그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모르는 얘기라면 배고파서 하는 헛소리라 치겠습니다."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에서 뜨거운 기운이 뭉쳐들었다. 취령단의 열기가 아직 몸속에 남아있었는지, 손바닥이 유난히 뜨겁게 달아올랐다. "말할 생각이 없으시면." 위에서 아래로, 가장 정직하게 내려찍었다. 콰앙! 창고 바닥이 그대로 갈라졌다. 나무 상자들이 진동에 흔들려 우르르 쏟아졌다. 사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옆에 묶인 두 사내도 헛숨을 들이켰다. "영왕님은 살아 있다! 그것만 안다!" 그가 소리쳤다.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당신 부모는 지금 흑련가 본단, 흑암동에 있다는 소문만 들었다!" 나는 손을 멈췄다. 숨이 턱 막혔다. 오 년 만에 처음 듣는 확실한 실마리였다. 가슴 한구석이 뻐근하게 조여왔다. 흑암동이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그때 창고 문이 벌컥 열렸다. 장로들과 심태준이 들이닥쳤다. 발소리와 함께 등불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저놈이 잠입자를 심문하고 있었습니다!" 심태준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는 고소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로 한 명이 눈을 부릅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심호진, 네가 무슨 짓을 벌인 거냐." 호통에 창고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갈라진 바닥을 슬쩍 내려다보고는, 포박된 세 사내를 가리켰다. "이자들 다 제압했습니다. 상 안 주십니까." 장로의 입이 딱 벌어졌다. 옆에 선 다른 장로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침묵이 창고 안을 무겁게 채웠다. 심태준의 얼굴만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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