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채린은 술잔을 내려놓고 손끝으로 침대 시트를 매만졌다. 손톱 끝이 시트 위를 오가며 보이지 않는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오래 뜸을 들이는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보통이라면 채린은 원하는 걸 먼저 던지고 그다음 이유를 붙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반대였다. 이유부터,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당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이 있어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젖어 있었다.
"도현이…… 그 별채 여자한테서 완전히 못 벗어나게 만든 게, 나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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