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닭 잡던 손에 검이 깃들다

3화

통로를 따라 걸었다. 습기 찬 바닥,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축축한 벽을 타고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곰팡이 냄새와 비릿한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이도현은 손등으로 코를 슬쩍 문질렀다. 이 냄새, 진짜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네. 발밑에서 뭔가 바스락거렸다. 깃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부스러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바닥은 계속 미끄러웠고, 걸음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통로는 길었다. 꺾이고 또 꺾였다. 같은 자리를 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단조로운 벽면이 이어졌다. 이거 진짜 끝이 있긴 한 거야. 끝에 도달하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마치 지구의 도축장 같았지만, 규모는 훨씬 컸다. 천장이 높았고, 위쪽엔 철제 프레임 같은 구조물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낮은 우리 안, 새 같은 것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닭이었다. 다만 크기가 이상했다. 일반 닭보다 두 배는 컸고, 눈이 붉었다. 이도현은 우리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붉은 눈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돌아갔다. 소름이 살짝 돋았다. 저거 왜 이렇게 사람 쳐다보듯이 봐. [낡은 도살장. 최하급 마수 서식지로 분류됩니다.] [대상: 적안혈계(赤眼血鷄).] 닭이라며. 닭인데 마수라고 부르네. 이도현이 중얼거렸다. 이름 붙이는 사람 취향이 독특하다, 진짜. 확인해보자. 이도현은 조용히 상태창을 열었다. [초급 현사 시스템] [등급: 초급] [전투 가능 대상: 적안혈계 한정] [특기: 없음] 초급. 이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이거 완전 최하급 시스템이잖아. 하필 잡을 수 있는 게 저 닭 하나뿐이라니. 특기도 없어. 전투 가능 대상도 딱 하나. 등급도 초급.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얻어걸린 게 있으면 좀 쓸만해야 되는데. 대박은 무슨. 닭 잡이 시스템이었네. 이도현은 실소를 흘렸다. 좋게 생각하면 뭐 없는 것보단 낫지. 어쩔 수 없다. 일단 부딪혀본다. 이도현은 어깨를 가볍게 풀었다. 목을 좌우로 꺾자 우두둑 소리가 났다. 닭 한 마리가 우리 밖으로 튀어나왔다. 부리가 날카로웠다. 눈동자가 이도현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다가온다. 한 걸음, 두 걸음. 거리가 줄어들었다. 푸다다닥. 닭이 날개를 펼치며 달려들었다. 이도현은 몸을 낮췄다. 부리가 어깨를 스쳤다. 따끔했다. 생각보다 세네. 옷이 살짝 찢어졌다. 피는 안 나는 것 같은데, 확실친 않았다. 지금 그거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도현은 발끝으로 바닥을 밀며 닭의 다리를 걸었다. 닭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바닥에 부딧히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 위로 팔을 내리쳤다. 퍼억. 닭이 그대로 늘어졌다.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적안혈계 처치. 경험치 30 획득.] 숫자가 뜨는 게 신기하긴 한데. 30이 큰 건지 작은 건지 감이 안 온다. 기준이 없으니 감이 안 잡히지, 당연히. 이도현은 손바닥을 몇 번 털었다. 쓰러진 닭을 힐끗 내려다봤다. 그저 큰 닭 한 마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도현은 다음 닭을 향해 다가갔다. 비슬거리며 다가오는 두 번째 닭. 움직임이 조금 굼떴다. 이번엔 좀 쉽겠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다리를 걸고, 내리쳤다. 퍼억. [적안혈계 처치. 경험치 60 획득.] 어. 왜 두 배야. 이도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숫자가 이상하다. 혹시 잘못 본 건가. 이도현은 상태창을 다시 열어 확인했다. 분명 60이라고 떠 있었다. 세 번째 닭을 잡았다. 이번엔 확실히 지켜봤다. 퍼억. [적안혈계 처치. 경험치 120 획득.] 또 두 배. 30, 60, 120. 정확히 두 배씩 뛰고 있었다. 이거 뭔가 규칙이 있다. 이도현이 침을 삼켰다. 연속으로 잡을 때마다 경험치가 배로 뛴다면. 이건 그냥 닭 잡이가 아니다. 머릿속으로 숫자를 굴려봤다. 30, 60, 120, 240, 480. 이 속도로 계속 오른다면, 열 번째쯤 얼마나 커질지 감도 안 왔다. 이도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초급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었네. 그래, 이게 진짜라면. 최하급 마수 사냥터가 최고의 사냥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도현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펴며 다음 우리를 살폈다. 안에서 붉은 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네 번째 닭이 우리에서 뛰쳐나왔다. 이번엔 두 마리가 동시였다. 푸다다닥, 푸다다닥. 이도현은 자세를 낮췄다. 두 마리가 좌우로 갈라지며 거리를 벌렸다. 협공할 생각인 게 뻔했다. 숫자가 배로 뛴다면 다음은 얼마야. 240일까, 아니면 다르게 계산되는 걸까. 두 마리를 한 번에 잡으면 배율이 또 바뀔 수도 있다. 가정만 늘어날 뿐, 확실한 건 없었다.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도현의 눈빛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이 어렸다. 좋아, 한번 보자고. 닭 두 마리가 양쪽에서 동시에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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