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사랑을 의심한 연금술사

3화

신전은 도시 중심에 있었다. 하얀 석조 건물, 끝이 뾰족한 첨탑. 입구에는 향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시우는 태오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세 살, 그리고 한 달이 지났을 뿐이었다. 원래라면 다섯 살이 되어야 정식으로 감정을 받는 게 맞았지만, 태오의 요청으로 순번이 앞당겨졌다. 계단은 길었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다가 그만두었다. “긴장되니?” 태오가 물었다. “아니요.” 짧게 답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긴장보다는 궁금함이 더 컸다. 이 세계의 시스템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의 몸에 무엇이 심어졌는지. 전생에서는 이런 게 없었지. 게임 속에서나 보던 걸 실제로 겪는 기분이었다. 태오의 손이 조금 땀에 젖어 있었다. 자기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았다. “아버지가 더 긴장하신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태오가 헛기침을 했다. 시선을 피했다. 거짓말이었다. 누가 봐도 티가 났다. 감정실 앞에는 이미 다른 아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여덟, 아홉 살은 되어 보였다. 세 살배기는 시우뿐이었다. 키가 작아서 더 눈에 띄었다. 다른 아이들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쟤는 왜 저렇게 어려?”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속삭였다. “조용히 해.” 그 부모가 아이의 입을 막았다. 시선이 쏠렸다. 불편했지만 익숙한 감각이었다. 전생에서도 언제나 시선을 받는 아이였다. 다만 그때는 조롱의 시선이었고, 지금은 호기심의 시선이었다.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남작가 자제라던데.” “그래도 세 살이 뭘 안다고 감정을 받아.” “뭐 위에서 정한 거니 저희가 뭐라 할 수 있나요.”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우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 말들은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관심 있으면 와서 직접 물어보든가. “강시우 님, 들어오시죠.” 신관 한 명이 이름을 불렀다. 순서를 건너뛴 것이었다. 영지 남작가의 자제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몇몇 부모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한 아이의 부모가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태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가자.” 태오가 시우의 어깨를 살짝 짚었다. “다녀올게요.” 태오에게 인사하고 감정실로 들어섰다. 문이 닫혔다. 철컥. 감정실 안은 어두웠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수정구만이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공기가 서늘했다. 바깥의 향 냄새와는 다른, 축축한 돌 냄새가 났다. “앉아라.”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노년의 사제였다. 하얗게 센 머리, 깊게 팬 눈가. 눈빛만은 형광처럼 맑았다. 시우는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몸에 비해 컸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사제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세 살이라고 들었는데.” “네.” “이례적인 경우군.” 사제의 목소리에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그냥 사실을 확인하는 투였다. “손을 얹어라.” 수정구 위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었다. 윙, 하는 진동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처음엔 미약했다. 그러다 점점 세졌다. 손바닥 전체가 저릿저릿했다. 사제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이상하군.” “뭐가요?” “마력의 파장이 일반적인 아이와 다르다.” 사제가 미간을 좁혔다. 수정구 안에서 빛이 요동쳤다. 붉은빛, 푸른빛, 초록빛이 뒤섞이다가 이내 낯선 갈색빛으로 수렴했다. 시우는 그 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색이 계속 바뀌네. 저게 정상인가. “이런 색은 처음 보는데.” 사제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시우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처음 본다고? 수십 년 동안 아이들 감정을 봐 왔을 사제가 그렇게 말한다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보통은 어떤 색이 나와요?” “대개는 하나의 속성색이 뚜렷하게 나온다. 붉은빛이면 화속성, 푸른빛이면 수속성.” “그럼 갈색은요.” “……모른다.” 사제가 솔직하게 답했다. 그 정직함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졌다. 수정구가 계속 진동했다. 빛의 소용돌이가 점점 커졌다. 윙, 하는 소리가 이제는 거의 비명처럼 들렸다. 순간 수정구가 강하게 흔들렸다. 덜컹. 감정실 전체가 진동했다. 책상 위 촛대가 흔들리다가 넘어졌다. 불이 꺼졌다. “……!” 사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언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적이 있었나요?” 시우가 물었다. 목소리는 태연했지만, 손바닥은 이미 뜨거워지고 있었다. “없다.” 사제가 짧게 대답했다. 이마에 땀이 배어 나왔다. 수정구의 갈색빛이 감정실 벽까지 번져나가며, 마치 자신의 정체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 격렬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빛이 벽을 타고 올라갔다. 천장까지 물들였다. 감정실 밖에서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문 너머 태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시우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쾅쾅쾅. 사제가 다급히 손을 들어 무언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입술이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빛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시우는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손이 수정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붙어버린 건가. 당황스러웠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어차피 당황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그럴 땐 지켜보는 게 낫다. 수정구 안의 갈색빛이 점점 응축되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 형태를 갖추려는 것처럼. 사제의 눈에는 이제 두려움이 스며 있었다. “대체 뭐가 나오려는 거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감정실을 채웠다. 빛의 중심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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