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정체는 숨기고 오르겠습니다

3화

빛의 근원은 돌문이었다. 덩굴로 덮여 있었지만, 안쪽에서 스스로 빛을 뿜고 있었다. 오래된 돌인데도 이끼가 자라지 않았다. 손을 뻗었다. 차가웠다. 그러나 손끝에 닿는 순간 빛이 손등을 타고 번졌다. 문이 열렸다.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이, 마치 오랫동안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안은 좁은 석실이었다. 낡은 침상 하나. 그 위에 앉은 채로 굳은 유해가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뼈마디마다 새겨져 있었다. 좌팔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검은 쇠로 이루어진 팔, 관절 마디마다 정교한 톱니가 물려 있었다. 증기 의수였다. 벽을 훑었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귀수선사(歸水仙師). 유해의 손, 앙상한 손가락 사이에 옥간이 쥐어져 있었다. 오랜 시간 그 손에서 놓이지 않았던 듯 손가락뼈가 옥간을 감싸듯 굽어 있었다. 집어들었다. 서늘한 기운이 손끝을 타고 올라와 팔뚝까지 번졌다. 몸속 어딘가가 반응했다. 순간, 지금까지 참아온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전생의 칼끝, 병기청의 냉대, 장태석의 목소리, 성벽 밖으로 버려진 밤. 하나씩이 아니라 전부가 동시에 목을 조르듯 밀려들었다. 울지 않으려 했다. 입술을 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끝내 울었다. 소리 없이, 오래도록. 어깨가 떨렸다. 숨이 자꾸 끊겼다. 눈물이 옥간 위에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그 순간 옥간이 옅게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세하게, 이내 점점 또렷하게. 돌바닥이 미세하게 떨렸다. 먼지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유해의 눈, 이미 오래전 감겼어야 할 그 자리에서, 희미한 청광이 새어나왔다. 나는 뒤로 물러날 수조차 없었다. "…받아들였구나." 낮고 오래된 목소리가 석실을 울렸다. 벽을 타고 몇 번이나 되돌아왔다. 나는 숨을 멈췄다. 죽은 자의 목소리였다.
♡ 좋아요 0 · 로그인 후 좋아요/별점/댓글 참여 가능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