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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다음 날 아침, 마을 어귀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새벽부터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강 하류 쪽에서 큰 물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뭔데 저게.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강을 가리켰다. 수면 아래 거대한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물살이 이상하게 출렁였다. 누군가는 새벽에 물을 뜨러 갔다가 그 그림자를 보고 물동이를 놓치고 도망쳤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밤새 강가에서 짐승 울음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말이 부풀려질 때마다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렸다. [긴급 의뢰: 강 하류 괴어 퇴치 - C급] 게시판에 급하게 붙은 종이였다.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채로 붙어 있었다. C급이면 우리 마을 애들로는 힘든데. 서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종이를 읽었다. C급이 뜬 게 얼마 만이죠. 옆에 서 있던 길드원이 중얼거렸다. 협회에 지원 요청 넣을까요. 다른 길드원이 서연을 향해 물었다. 지원 요청 넣으면 최소 사흘은 걸려요. 서연이 미간을 좁히며 대답했다. 그 사흘 동안 저게 마을로 올라오면요. 길드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는 그 소란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강 쪽을 바라보던 시선이 문득 어깨로 옮겨갔다. 낚싯대를 만졌다. 손끝에 닿는 낡은 나무의 감촉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왠지 이걸 써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근거 없는 느낌치고는 이상하게 확신이 강했다. 제가 해볼게요. 준호가 손을 들었다. 주변 시선이 일제히 준호에게 쏠렸다. 뭘로요, 검으로요? 서연이 눈을 크게 떴다. 낚싯대로요. 준호가 대답했다. 서연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지금 장난하는 거예요? 서연이 되물었다. 한번 해볼게요, 별일 없을 거예요. 준호가 웃었다. 웃음이 너무 태연해서 서연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이 사람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서연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강가로 나가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물가 근처엔 이미 안전선을 치듯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 서 있었다. 정말 낚싯대 들고 오네. 정도현이 팔짱을 끼며 비웃었다. 미친 거 아니야. 누군가 중얼거렸다. 낚싯대로 뭘 어쩐다는 거야. 또 다른 누군가 코웃음을 쳤다. 준호는 그 말들을 다 듣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원래 이런 반응엔 익숙했다. 준호는 강기슭에 자리를 잡고 낚싯줄을 강물에 던졌다. 촤악. 물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낚싯대 반응 감지: 대상 포착] 손끝에 알림음이 떨렸다. 뭔가 걸렸다. 낚싯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준호는 두 손으로 낚싯대를 꽉 잡았다. 무게가 상상 이상이었다. 검을 쓸 때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 팔뚝에 힘줄이 섰다. 이거 진짜 잡히는 건가.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이 다 스쳐갔다. 이러다 낚싯대 부러지는 거 아닌가. 이러다 내가 강으로 끌려가는 거 아닌가. 강물이 크게 요동쳤다. 괴어의 머리가 수면 위로 솟았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괴어의 울음소리가 강가에 울렸다. 몸통만 봐도 성인 몸통 몇 배는 되어 보였다. 비늘 사이로 검푸른 물이 뚝뚝 떨어졌다. 준호는 낚싯대를 놓지 않았다. 낚싯줄이 괴어의 아가리 안쪽 어딘가에 정확히 박혀 있었다. 놓치면 안 된다. 준호는 발을 강기슭 흙에 박고 버텼다. 신발이 흙 속으로 파고들었다.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부러지기 직전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저러다 낚싯대 부러지겠다. 정도현이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목소리에서 조금 전의 비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특수 효과 발동: 자유인 - 도구 특성 최적화] 알림음이 귓가에 울렸다. 뭔데 이건. 순간 낚싯대를 쥔 손에 힘이 실렸다. 아니, 정확히는 낚싯대 자체가 준호의 힘을 흡수해 되돌려주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손아귀가 편해졌다. 무게가 줄어든 건 아닌데, 버티는 게 훨씬 쉬워졌다. 이거 뭐야, 낚싯대가 나 도와주는 건가. 준호는 속으로 실소했다. 괴어가 크게 몸부림쳤지만, 낚싯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물살이 준호의 무릎까지 튀어 올랐다. 준호는 천천히 줄을 당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괴어의 거대한 몸이 강기슭으로 서서히 끌려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온 몸통이 바닥을 뒤덮을 만큼 컸다. 쿠웅. 괴어가 바닥에 처박히며 큰 진동이 일었다. 땅이 흔들리는 걸 발바닥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낚싯대로 잡았다고. 정도현의 입이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낚싯대로. 검 한 자루도 아니고 낚싯대로.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다시 시작됐다. 방금 그거 봤어. 봤지 그걸 어떻게 안 봐. C급 괴어를 낚싯대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서 하나의 소음으로 뭉쳐졌다. [퀘스트 완료: 강 하류 괴어 퇴치] [보상 지급: 은화 200냐, 낚싯대 등급 상승 - 낡은 낚싯대 → 이름 없는 낚싯대] 등급이 오른다는 알림이 뜨자 준호는 잠시 멍해졌다. 이게 그냥 낚싯대가 아니었나. 낡은 낚싯대라고만 생각했었다. 시장에서 헐값에 산 물건 취급도 못 받을 만큼 낡은 물건이었는데. 이름 없는 낚싯대라니. 이름이 없다는 것도 이상하게 걸렸다. 서연이 달려와 낚싯대를 살폈다. 두 눈이 반짝거렸다. 이거 어떤 물건이에요? 서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운이 좋았어요. 준호가 또 그 말을 했다. 서연은 그 대답이 성에 안 찬다는 듯 낚싯대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운이 좋다고 이런 게 걸려요? 서연이 되물었다. 운이 좋다고 넘어가기엔 방금 그 장면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주변 길드원들도 하나둘 다가와 낚싯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만져봐도 돼요. 한 명이 손을 뻗었다. 준호는 대수롭지 않게 낚싯대를 넘겨줬다. 별거 없는데. 만진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겉으로는 그냥 낡은 나무 막대기처럼 보였다. 이름 없는 낚싯대라는 게 어울리지 않게 평범한 모양이었다. 태호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사람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였다. 그의 눈은 낚싯대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선이 낚싯대를 훑고 준호를 훑고 다시 낚싯대로 돌아갔다. 저거, 그냥 낡은 물건이 아니라니까. 태호가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확신이 섞여 있었다. 강기슭에 쓰러진 괴어의 몸뚱이 위로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태호의 입가에 알 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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