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괴물에게 손 내민 성녀

3화

오 년 전 그날의 만남 이후, 나는 서아와 같은 파티에 편성되어 두 달을 함께 훈련했다. 우리 파티는 총 여섯 명이었고, 매일 새벽 다섯 시부터 훈련장에 모였다. 검사 셋, 마법사 하나, 사제 하나, 그리고 성녀 후보인 서아가 그 여섯 명 중 하나였다. 훈련장은 신전 동쪽 끝에 붙어 있는 낡은 석조 건물이었고, 바닥에는 오랜 세월 검을 부딪힌 흔적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매일 두 시간씩 목검을 들고 기본기를 다졌다. 서아는 그 두 달 내내 나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훈련이 끝나고 물을 마실 때도, 그녀는 항상 내가 있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말을 걸 때도 항상 존댓말을 썼고, 필요한 말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강도윤 님, 오늘 훈련 일정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전달할 사항이 있을 때만 짧게 말을 건넸고, 그 외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그런 그녀가 유난히 조심스러운 성격이라고만 생각했다. '신관들은 원래 저런 건가.' 나는 그렇게 넘겨짚었을 뿐,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전 안뜰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나는 그날 마침 신전에 검을 맡기러 갔다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 안뜰은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고, 한가운데 오래된 분수가 서 있었다. 정오의 햇살이 그 위로 곧게 떨어지고 있었다. 나이 든 사제 세 명이 서아를 둘러싸고 있었다. 한 명은 은빛 자수가 놓인 회색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그 옷깃의 문양으로 보아 대사제급이었다. "성녀 후보씨, 요즘 훈련장 출입이 지나치다는 말이 들리던데." 대사제 중 하나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신관들은 검사들과 어울려선 안 된다는 교칙, 잊었나?" 다른 사제가 언성을 높였다. 세 번째 사제는 아무 말 없이 서아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마치 물건을 검사하는 사람의 눈빛 같았다. 서아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파티 임무 때문에 훈련장에 간 것뿐입니다." 서아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핑계 대지 마! 성녀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고 싶은 거냐?" 대사제가 소리를 높이며 서아의 어깨를 손으로 밀쳤다. 서아의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 그녀의 발이 대리석 바닥에 미끄러지듯 밀려났다. 나는 그 순간 참지 못하고 안뜰로 걸어 들어갔다. 내 발소리가 대리석 바닥에 크게 울렸다. "거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사제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대사제의 눈이 나의 허리에 매달린 검집을 향했다. "이 훈련은 왕실 명령으로 편성된 파티 임무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서아 앞을 가로막았다. "성녀 후보의 임무 참여를 방해하는 건, 왕실 명령을 방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사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의 입가가 몇 번 씰룩거렸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몇 마디 더 중얼거리다가, 결국 다른 사제들을 데리고 안뜰을 떠났다. 그들의 로브 자락이 대리석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아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감사합니다." 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어깨는 여전히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서아는 잠시 대답을 미루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전에서는... 검사들과 가까이 지내는 걸 안 좋게 봐요. 특히 저처럼 배경 없는 사람은요." "배경이 없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나는 다시 물었다. 서아는 그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끝을 흐렸다.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흘린 말 한마디를 마음속에 담아두었을 뿐이었다. '배경 없는 사람이라니.' '성녀 후보에게 배경이 왜 문제가 되는 거지.' 그날 이후로 서아는 조금씩 내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훈련이 끝난 저녁, 신전 뒤편 작은 정원에서 우리는 종종 마주쳤다. 그 정원에는 낡은 나무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저녁이면 그곳에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어 번쯤, 우리는 그 의자에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강도윤 님은 왜 검사가 되셨어요?" 서아가 어느 날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힘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게 이유의 절반쯤일까요." 나는 그렇게 웃으며 대답했다. 서아는 그 대답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그럼 나머지 절반은요?" 서아가 다시 물었다. "그건... 아직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묻지 않았다. 며칠 후, 저녁 정원에서 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신전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요." 서아가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정원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신전 문 앞에 버려져 있었대요. 세 살쯤 되었을 때요." "그래서 사제들이 저를 그렇게 대하는 거예요. 배경 없는 아이라고."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서아의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정원의 나무 사이로 저녁 바람이 지나갔고, 그 바람에 서아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흩날렸다. '배경 없는 아이라서 저런 대접을 받는다니.' 나는 그 말을 몇 번이고 속으로 되씹었다. '성녀 후보라는 자리가, 이 사람에게는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짐이었구나.' 그날 밤, 서아는 처음으로 내게 존댓말이 아닌 평범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고마워요, 도윤 씨. 아까 도와줘서."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기억이 되었다. 정원을 나서는 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문득 아까 대사제의 눈빛을 다시 떠올렸다. 그 눈빛에는 단순한 훈계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저 사람들이 서아를 감시하고 있는 건가.' 나는 그날 밤, 그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채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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