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해강성 외곽, 대책실이 관리하는 저택 한 채가 있었다. 겉보기엔 여느 관사와 다를 바 없었으나, 담장 안쪽에는 대책실 요원들이 교대로 상주하고 있었다. 담장 밖에서 보면 그저 낡은 기와와 좁은 마당뿐인 집이었다. 그러나 그 담장 안쪽에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요원들은 삼교대로 저택 주변을 돌았고, 누구 하나 자리를 오래 비우는 법이 없었다. 그 저택의 진짜 주인은 도윤이 아니라 서리였기 때문이다. 정안국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공공연하게 알렸다. 이곳은 서리를 위한 감옥이자 요람이었고, 도윤은 그 안에 함께 배치된 사람이었다.
저녁상이 차려졌다. 밥상 한가운데엔 계란말이가 가장 먼저 놓였다. 서리가 젓가락을 들기 전, 늘 그것부터 확인했기 때문이다. 도윤은 계란을 풀 때 항상 소금을 두 번 나눠 넣었다. 한 번은 간을 맞추기 위해서였고, 또 한 번은 서리가 유독 짠맛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저택에 배치되었을 때, 도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계란말이를 너무 짜게 만들었던 날, 서리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반이나 남겼다. 그날 이후로 도윤은 소금의 양을 다시 배웠다.
"오늘도 이거네." 서리가 계란말이를 반으로 가르며 중얼거렸다.
"싫으면 다른 걸로 바꿔줄게요." 도윤이 국을 뜨며 답했다.
"싫다고 안 했어." 서리의 목소리에 이미 웃음이 묻어 있었다.
서리는 도윤보다 두 살 많았다. 그러나 도윤 앞에서만큼은 나이 차가 무의미했다. 대책실 요원들 앞에서 서리는 존대를 받았고, 누구도 그녀에게 함부로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나 도윤 앞에서는 달랐다. 그녀는 계란말이 한 조각을 입에 넣고서야 비로소 눈매가 풀어졌기 때문이다. 그 눈매가 풀어지는 순간을 도윤은 매일 지켜봤다. 처음에는 신기했고, 나중에는 익숙했고, 지금은 그것이 하루의 순서처럼 자리 잡았다.
'이 사람 앞에서만 이렇게 된다.' 도윤은 매번 그렇게 생각했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천렬(天裂)이, 자신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반찬 투정을 부린다는 사실이 여전히 낯설었다. 천렬이라는 별호는 그녀가 처음으로 힘을 드러낸 날 붙었다. 그날 그녀는 검 한 자루로 산등성이 하나를 갈라냈다. 그 소식이 정안국 전체에 퍼지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서리는 한 검으로 산 하나를 갈라낼 수 있는 존재였다. 정안국이 그녀를 특급 개체로 분류하고 대책실까지 따로 세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특급 개체는 정안국 전체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다. 그들 각각에게는 전담 관리 조직이 붙었고, 서리에게 붙은 것이 대책실이었다. 대책실의 임무는 단순했다. 서리가 이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이 나라가 서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양쪽을 동시에 살피는 것. 그 균형을 맞추는 역할이 도윤에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정안국의 누구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모든 힘은, 도윤이 차려주는 밥상 앞에서는 조용히 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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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날 즈음, 대책실장 강혁이 찾아왔다. 그는 늘 그렇듯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강혁의 위장은 이 임무를 맡은 지 삼 년째부터 탈이 났다. 처음엔 신경성이라 여겼으나, 의원은 스트레스가 만성이 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강혁은 그 진단서를 서랍에 넣어두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속이 또 안 좋으십니까." 도윤이 물었다.
"그쪽 담당하고 나서부터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네." 강혁이 힘없이 웃으며 답했다.
서리는 강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책실장이라는 직함도, 그녀에게는 그저 배경 소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강혁이 처음 부임했을 때, 그는 서리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청했다. 서리는 그 인사를 받는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강혁은 그날 이후로 서리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강혁이 도윤을 조용히 불러 세운 건 그가 부엌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부탁이 하나 있소." 강혁이 목소리를 낮췄다.
"말씀하세요." 도윤이 손을 멈췄다.
"이틀만 자리를 비워줄 수 있겠소. 도성 남쪽 시장에서 재료를 좀 봐줘야 하는 일이 있는데, 자네만큼 향료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강혁의 말은 부탁이었지만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다. 대책실에서 향료를 살 줄 아는 요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남쪽 시장에서 들어오는 물건 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섞여 있었고, 그것을 감별할 수 있는 눈이 도윤에게 있었다. 도윤은 원래 약재상의 자식이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시장을 돌았고, 향과 색만으로 산지를 짚어내는 법을 배웠다. '눈으로 속지 말고 코로 확인하라. 사람의 말은 거짓을 담지만 향은 거짓을 담지 못한다.'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 가르침이 지금 그를 이 저택 밖으로 다시 불러내고 있었다.
도윤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서리를 두고 자리를 비운 적이 지난 몇 년간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요원들이 상주한다 해도, 식사를 준비하고 곁에서 시간을 채우는 일은 언제나 도윤의 몫이었다. 그것이 그의 일이었고, 동시에 그 이상의 무엇이기도 했다.
"이틀뿐입니다." 강혁이 다시 강조했다. "식사는 대책실 요원들이 대신 준비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도윤은 결국 승낙했다. 나라의 부탁을 거절할 방법이 그에게는 없었다. 대책실이 그를 이 자리에 앉힌 것도 결국 정안국의 결정이었고, 그 결정을 되돌릴 권한은 도윤에게 없었다.
강혁은 안도한 표정으로 배를 한 번 더 문질렀다.
"고맙네. 이런 부탁, 자네가 아니면 할 사람도 없어." 강혁이 덧붙였다.
"괜찮습니다. 다만..." 도윤이 잠시 말을 멈췄다. "이틀 동안 서리가 밥을 잘 먹는지, 그것만이라도 신경 써 주십시오."
"약속하겠네." 강혁이 답했다. 그러나 그 대답이 얼마나 지켜질지, 강혁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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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도윤은 짐을 챙겨 대문을 나섰다. 짐이라 해봐야 옷 몇 벌과 향료 감별에 쓰는 작은 상자 하나뿐이었다. 서리는 배웅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부엌 창가에 앉아, 손끝으로 식탁 모서리를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그 손끝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평소라면 아침 인사라도 건넸을 그녀였다.
"이틀이면 돌아와요." 도윤이 그 등을 향해 말했다.
서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을 뿐이었다. 창밖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마당의 나무 한 그루와 담장, 그 위로 지나가는 구름 몇 조각뿐이었다. 그러나 서리는 그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도윤은 그 침묵이 마음에 걸렸다. 서리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침묵은 처음이었다. 평소의 침묵은 편안함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지금의 침묵은 무언가를 억누르는 데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윤은 그 차이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이 먼저 알아챘다. 그러나 강혁이 마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괜찮을 거다. 요원들도 있고, 이틀뿐이니까.' 도윤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차에 올랐다. 마차에 오르면서도 그는 몇 번이나 뒤를 힐끔거렸다. 대문 안쪽에서는 요원 둘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겉보기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배치였다.
마차가 골목을 벗어날 때, 그는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서리는 여전히 창가에 앉은 그대로였다. 그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산 하나를 갈라낼 수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그렇게 작게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도윤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저런 표정은 처음 본다.' 도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차는 이미 속도를 내고 있었다. 되돌릴 수 없는 걸음이었다.
마차 바퀴가 돌길을 밟으며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강혁은 맞은편에 앉아 여전히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도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택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그 창가에 앉아 있던 뒷모습만은,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