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소년이 발끝으로 상인의 어깨를 툭 밀었다.
상인은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물건값도 제대로 못 맞추는 놈이 감히 내 눈앞에 나타나?"
소년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냉소였다.
정하람이 걸음을 옮겼다.
정하빈이 낮게 그를 불렀다.
"하람아, 굳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형님."
정하람은 대답을 남기고 앞으로 나섰다.
"그만하시지요."
소년의 시선이 처음으로 그를 향했다.
위아래를 훑는 눈빛.
"넌 또 뭐냐."
"지나가던 이입니다. 사람을 짐승처럼 다루는 꼴이 보기 좋지 않아서요."
소년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하, 이것 봐라."
짧은 웃음이 그의 입가에 걸렸다.
"이름이 뭐냐. 청하성에서 이런 무례한 놈을 처음 본다."
"정하람입니다."
"윤도경이다. 청하성 윤가의 차남이지. 기억해 둬라. 오늘이 네 마지막 날이 될 테니."
윤도경.
청하성 대가족 윤가의 이름이 정하람의 귓가에 걸렸다.
력무경 칠중, 열일곱. 그러나 그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짙은 내력이었다.
약물로 다져 올린 힘이라는 것을, 정하람은 아직 알지 못했다.
윤도경이 손을 뻗어 검자루를 쥐었다.
스릉.
검이 반쯤 뽑혔다.
"무릎을 꿇고 빌면 목숨은 살려주마."
정하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 침착함이 오히려 윤도경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건방진 것."
검이 완전히 뽑혀 나왔다.
그 순간, 뒤편 숲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클클, 도경아.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구나."
짙은 술 냄새가 바람을 타고 번졌다.
장신의 사내가 나무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검붉은 무복, 어깨에 걸친 거대한 도(刀).
윤도경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형님!"
윤재현.
력무경 팔중, 천층랑 무기 육중.
윤가의 진짜 힘이 이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하빈의 손끝이 떨렸다.
이 자리,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