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신통 셋, 무림을 삼키다

4화

차오르던 무언가가, 마침내 넘쳐흘렀다. 정하람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혈만신통(血蟒神通). 적색 파충류의 형상이 그의 팔을 타고 감겨 올랐다. 비늘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윤재현의 도가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캉! 혈만의 형상이 도날을 튕겨냈다. 쇳소리가 연무장 전체를 울렸다. 윤재현의 눈이 커졌다. "뭐, 뭐냐 이건……" 목소리가 갈라졌다. 방금 전까지의 여유는 온데간데없었다. "비도신통(飛刀神通)." 정하람의 손끝에서 삼치칠분(三寸七分) 길이의 비도가 튀어나왔다. 쉬익. 비도가 허공을 갈랐다. 윤도경이 검을 들어 막으려 했으나, 늦었다. 푸욱. 비도가 그의 손바닥을 정확히 꿰뚫었다. "크아악!" 짧은 비명이 터졌다. 윤도경이 검을 놓치며 뒤로 물러섰다.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윤재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동생이 당하는 걸 본 순간, 이성이 끊어진 듯했다. "이 자식이……!"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도가 다시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정하람의 등 뒤로 아홉 층의 형상이 솟아올랐다. 보탑신통(寶塔神通). 구층 보탑형의 기막이 도풍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퍽. 기막에 부딪힌 도풍이 힘없이 흩어졌다. "말도 안 돼……" 윤재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정하람이 앞으로 나섰다.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비도가 다시 손끝에서 뻗어 나왔다. 푸욱. 이번엔 윤재현의 손이었다. 도를 쥔 손바닥 한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했다. 윤재현이 도를 놓치며 무릎을 꿇었다. "내, 내 손이……" 피가 뚝뚝 떨어졌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정적이 흘렀다. 지원자들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누군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한 소년이, 력무경 팔중의 사내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그것도 두 명을 동시에. 아무도 그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웅성거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정하람은 곧바로 정하빈에게 달려갔다. 무릎을 꿇고 형의 상태부터 살폈다. "형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하빈의 눈꺼풀이 힘겹게 떨렸다. "하람아…… 네가……."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정하람의 손끝이 떨렸다. 형의 몸에 남은 상처를 보는 순간, 다시 무언가가 치솟아 오르려 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그것을 눌러 담았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윤재현과 윤도경, 두 형제가 각자의 손을 부여잡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자들의 눈빛. 그 눈빛만큼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두려움과 경외가 뒤섞인, 낯선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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