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쾅—
용의 발톱이 장갑판을 찍었다.
전차 전체가 옆으로 밀려나며 크게 흔들렸다.
나는 조종석 안에서 몸이 튕겨 나갈 뻔했다.
관자놀이가 해치 내벽에 부딪혔다.
찌릿한 통증이 눈앞을 하얗게 만들었다.
계기판이 붉게 물들며 경고음이 연달아 터졌다.
삐이익- 삐이익-
(장갑 손상률 40퍼센트. 이대로면 정말 못 버텨.)
숨이 가빠졌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전차 안은 이미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용의 그림자가 조준경 프레임 너머로 어른거렸다.
거대한 몸체가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진동했다.
나는 손끝의 떨림을 억누르며 마지막 남은 한 발을 장전했다.
철컥.
탄피가 포미에 걸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손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조준경 안에 용의 목덜미가 들어왔다.
비늘 사이 미세한 틈이 보였다.
(여기다.)
숨을 멈췄다.
검지에 힘을 실었다.
쿠웅—
두 번째 포탄이 용의 목을 때렸다.
용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 울음소리가 전차 장갑을 뚫고 들어와 귀를 찢는 듯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비늘은 여전히 단단했고, 상처는 얕았다.
검붉은 핏자국이 목덜미에 살짝 번졌을 뿐이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실탄을 장전하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탄약고가 비어 있었다.
손끝에 닿는 건 차가운 금속의 빈 공간뿐이었다.
(끝났다.)
등줄기로 소름이 훑고 지나갔다.
심장이 순간 멈춘 것 같았다.
용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분노에 찬 눈이 이쪽을 향했다.
그 눈동자 속에서 붉은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입안에서 다시 붉은 빛이 응축되는 게 보였다.
저 열기가 이 전차를 통째로 녹여버릴 걸 알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계기판 전체가 새파란 빛으로 물들었다.
낯선 문자들이 화면 위로 쏟아지듯 떠올랐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뭐야.)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무한 보급 기능이 확인되었습니다.]
[자동 수리 기능이 확인되었습니다.]
낯선 목소리가, 아니 낯선 문장이 머릿속에 직접 새겨지듯 흘러들어왔다.
그건 소리가 아니었다.
차라리 감각이었다.
누군가 내 머릿속에 손을 넣어 글자를 새기는 것 같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조준경을 다시 잡았다.
탄약 잔량 표시란에 숫자가 999로 바뀌어 있었다.
(말도 안 돼.)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999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장갑판의 손상률 표시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40퍼센트, 35퍼센트, 30퍼센트.
금속이 스스로 맞물리는 듯한 낮은 진동이 전차 전체를 타고 흘렀다.
찌긱- 하는 소리가 장갑판 아래에서 들렸다.
마치 뼈가 다시 붙는 소리 같았다.
(지금 이걸 믿어야 하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용이 다시 불길을 뿜었다.
화아아악—
열기가 조종석 유리창까지 밀려들었다.
숨이 턱 막혔다.
나는 전차를 옆으로 틀며 그대로 발사 스위치를 눌렀다.
쿠웅—
포탄이 정확히 용의 앞발 관절을 때렸다.
용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거대한 몸이 지면에 부딪히며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곧바로 다음 포탄을 장전했다.
철컥, 철컥.
손이 기계처럼 움직였다.
(된다. 진짜 된다.)
손끝의 떨림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쿠웅— 쿠웅— 쿠웅—
연속으로 세 발이 용의 몸통에 박혔다.
비늘 사이 틈으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땅바닥에 검붉은 웅덩이가 번져나갔다.
용이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렸다.
거대한 몸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렸다.
나는 마지막 조준을 맞췄다.
용의 눈과 눈 사이, 정확히 그 지점.
숨을 멈췄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쿠우웅—
포탄이 용의 머리를 관통했다.
거대한 몸이 옆으로 무너지며 땅을 흔들었다.
쿠웅—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그 먼지 속에서 용의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적이 흘렀다.
숨 막힐 듯한 정적이었다.
바람이 광장을 스치며 흙먼지를 흩날렸다.
그 바람 소리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조종석에 등을 기댄 채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끝난 건가.)
그런데 그 정적을 깨는 목소리가 있었다.
울음소리였다.
낮고 갈라진, 참으려 애쓰다 터져 나온 울음이었다.
여자였다.
조금 전 아이들을 감싸던 그 여자.
그녀가 광장 한쪽에 쓰러져 있었다.
용의 마지막 발톱질에 옆구리를 크게 다친 채였다.
그녀의 옷자락은 이미 검붉게 젖어 있었다.
나는 급히 해치를 열고 뛰어나갔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흙바닥에 발이 미끄러졌다.
무릎이 꺾일 뻔했지만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달렸다.
여자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의 숨은 이미 얕고 느려져 있었다.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게 겨우 보일 정도였다.
금발의 소녀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울고 있었다.
작은 손이 여자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안달하고 있었다.
"선영 언니… 선영 언니, 안 돼요."
소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흙바닥에 떨어졌다.
여자는, 강선영이라 불린 그 여자는 흐릿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 눈동자에는 이미 초점이 흐려지고 있었다.
입술이 흔들리며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이나 입술을 움직였지만, 숨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그녀의 손이 소녀의 손을 마지막으로 꽉 쥐었다가, 서서히 힘을 잃었다.
손끝에서부터 힘이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손가락 하나, 다시 손가락 하나.
그리고 완전히 멈췄다.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금발 소녀의 울음소리만이 그 정적을 채웠다.
아이는 여자의 몸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떨었다.
주변에 모여 있던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이 허공에 뜬 채로 굳어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왔더라면.)
괜히 그런 생각이 들어 목이 뜨거워졌다.
바람이 다시 불었다.
그 바람은 조금 전과 똑같았지만,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
낯선 파문이 가슴 한구석에 남았다.
나는 여자의 얼굴을 오래도록 내려다봤다.
그녀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지키려 했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멀리서 다른 아이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걸, 그 순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