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서천 공작가의 병사들이 정원을 둘러싼 채 서 있는 광경은, 강도현이 전생에서 수백 번은 보았던 그 게임의 컷신 한 장면과 이상하게 겹쳐 보였다. 다만 그때는 화면 너머의 일이었고 지금은 그의 손이 검자루를 쥔 채 땀에 젖어가는 현실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앞장선 병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하께 여쭐 것이 있어 이렇게 실례를 범했습니다." 지나치게 정중한 그 어투 뒤로 숨은 위압감을, 황서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받아넘겼다. "물으라." 그녀의 짧은 대답에 병사는 살짝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두루마리 하나를 펼쳤다.
"지난 사흘간 황궁 내에서 궁인 세 명이 연이어 의문의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세 사망자 모두 최근 동뢰궁에 출입한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병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도현의 등줄기로 서늘한 감각이 퍼졌다. 연쇄 의문사. 그리고 그 죽음들이 향하는 손가락 끝이, 지금 막 칠 년의 유폐에서 벗어난 황서린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하는 말이겠지." 강도현이 앞으로 나서며 낮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손끝은 이미 검자루를 더 세게 감싸고 있었다. "의미라니요, 그저 조사의 일환일 뿐입니다." 병사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는데, 그 말투에서 진짜 목적이 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숨기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하께서는 잠시 근신하시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근신이라는 말은 결국 다시 문을 걸어 잠그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았다.
강도현은 그 순간 머릿속으로 게임 속 정보를 빠르게 되짚었다. 원작 '황실전기'의 초반 시나리오 중, 황서린이 연쇄 의문사의 배후로 몰려 결국 폐서인되는 지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 사건의 진범이 누구였는지까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서천 공작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었구나. 이 순간이, 원작에서 황서린의 몰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그 지점이었다.
명예. 그 단어가 강도현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황서린은 다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히게 될 것이었다. 그는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말했다. "조사에 협조하는 것과 근신은 다른 문제입니다. 근거 없는 혐의로 전하의 자유를 다시 제한할 권한은 당신들에게 없습니다." 그의 말에 병사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근거 없다니, 세 건의 사망이 모두 동뢰궁과 얽혀 있는데도 말입니까?" 병사가 되받아쳤으나, 강도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동뢰궁에 출입했다는 것과 살해했다는 것 사이에는 아직 아무런 증거도 없습니다. 물증이 나오기 전까지 전하는 조사 대상일 뿐, 근신의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때 정원 입구 쪽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느긋하고 과시적인 걸음걸이였는데, 그 소리만으로도 강도현의 어깨가 저절로 굳었다. 익숙한 발소리였다. 십여 년 전 기사학교 연무장에서, 검을 맞댈 때마다 스무 번이 넘게 그를 바닥에 처박았던 상대의 발소리였기 때문이다.
"이거, 이거. 소란스럽길래 와봤더니." 장태오가 서천 공작가의 예복을 걸친 채 여유롭게 등장하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강도현을 향하는 순간,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반가움과 불쾌함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 "강도현? 네가 여기 있을 줄이야." 그가 짧게 말했는데, 그 말투 속에는 옛 기억이 소환될 때 나오는 특유의 방어적인 날이 서 있었다. 강도현 역시 그를 바라보며 예를 갖추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감정이 요동쳤다.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이 남자가, 이제는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의 목을 겨누는 위치에 서 있었다.
장태오는 황서린을 향해 몸을 돌리며 갑작스레 어조를 바꾸었다. 격식을 차린 존댓말이었는데, 지나치게 과한 그 정중함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서 그 이면의 계산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전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런 흉사로 다시 얼굴을 뵙게 되어 심히 유감입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황서린의 반응을 즐기는 듯 번뜩였다. 황서린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대답도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 침묵이 장태오에게는 무시로 느껴졌는지, 그의 입가가 살짝 굳어졌다.
"조사는 정식 절차를 밟아 진행하겠습니다." 장태오가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말했지만, 그 말 속에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듯한 여유가 배어 있었다. 강도현은 그 여유가 어디서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서천 공작가의 힘, 그리고 그 힘이 지금 이 궁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었다. 병사들이 물러나고 정원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을 때, 황서린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저 자가, 다시 나를 가두려는 거겠지." 그 목소리에는 감정이 거의 담기지 않았으나, 강도현은 그 담담함 뒤에 숨은 오래된 상처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강도현이 답했고, 그 말에 황서린은 처음으로 그를 오래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