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카메라라는 걸 눈치챈 순간, 나는 세 가지를 동시에 깨달았다.
첫째, 이 던전은 처음부터 D등급이 아니었다. 둘째, 누군가 이 던전 안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셋째, 그 누군가가 나까지 촬영하고 있었다면 얘기가 심각해진다는 것.
셋 중에 제일 심각한 건 세 번째였다. 앞의 두 개는 죽으면 끝날 문제고, 세 번째는 살아남아도 끝나지 않을 문제였으니까.
무면허 헌터가 걸리는 건 벌금 문제가 아니다. 무면허 상태로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은 게 영상으로 남으면, 그 영상은 관리국이 아니라도 누구든 신고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신고 포상금까지 있다. 나는 나 자신이 걸어다니는 포상금 봉투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삼 년 동안 잘 숨기고 다녔던 걸, 이 던전 하나가 몽땅 까발리려는 참이었다.
렌즈에 뜬 댓글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ㅇㅇ: 잠깐 저거 카메라 맞음? 나 방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헌터왕: 설화 채널이잖아 저거 저 사람 드론이잖아"
"ㅁㅁ: 아 그 스트리머? 던전 탐사 방송하는?"
"헌터왕: 저거 걔 드론이면 지금 생방 켜져 있을 수도 있는데??"
설화 채널. 나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던전 탐사 라이브를 하는 여자 스트리머라는데, 나는 방송 볼 시간이 없어서 이름만 알고 있었다. 구독자가 몇십만이라던가. 그리고 지금 그 채널 드론이 내 뒤통수를 찍고 있었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이거 지금 생방이면 어떡해요."
음성으로 다급하게 물었는데, 댓글은 한동안 조용했다.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뒤에서 달려드는 걸 반쯤 몸을 돌려서 베어내는 동안에도 댓글창은 조용했다. 검이 놈의 어깨를 파고들 때 뼈가 걸리는 느낌이 손목까지 전해졌다. 퍼억, 소리가 나고 놈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런데도 댓글창은 조용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몇 초 동안 던전갤 안에서는 완전히 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헌터왕: 야 이거 지금 우리끼리 알려주는 게 맞냐?"
"ㅁㅁ: 뭔소리야 당연히 알려줘야지"
"헌터왕: 저거 방송 나가면 도훈이 무면허인 거 다 들킨다 근데 우리가 지금 저기 개입해봤자 방송 이미 나가고 있으면 늦은 거 아니냐"
"ㅇㅇ: 그럼 그냥 방관하자고?"
"헌터왕: 아니 방관은 아니고 그냥... 지금 알려줘봤자 상황이 바뀌냐고. 저 안에서 도훈이 뭘 할 수 있는데"
"ㅁㅁ: 그래도 말은 해줘야지 사람이"
"헌터왕: 말해준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이미 카메라는 저기 떠있고"
나는 이걸 나중에 캡쳐본으로 봤다.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그저 댓글이 안 올라오는 몇 초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을 뿐이다.
이럴 때 사람 심리가 재밌는 건, 도와줄 사람이 조용해지면 방치당했다는 느낌보다 먼저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삼 년을 같이 해온 사람들인데, 지금 이 순간 그들도 나처럼 계산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게 있다면 나는 내 목숨을 계산했고 그들은 개입의 효용을 계산했다는 것. 그 계산에는 아마 내 목숨이 변수로도 안 들어가 있었을 거다.
말이 많아진다.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손끝의 감각이 아까보다 더 흐릿해졌다. 검을 쥔 손이 남의 손처럼 낯설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붙잡아야 하는데, 정작 정신은 딴 데 팔려서 댓글창만 확인하고 있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남은 미노타우로스는 여덟 마리 정도였는데, 그중 몇 마리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게 보였다. 뿔을 낮추고, 발굽으로 땅을 긁으면서,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자세로. 짐승이 후퇴하는 건 대개 둘 중 하나다. 더 강한 뭔가가 왔거나, 명령을 받았거나. 둘 다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나한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광장 안쪽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가까웠다. 무겁고 규칙적인 발소리였다. 쿵, 쿵, 하는 그 소리에 맞춰서 바닥에 흩어진 자갈들이 미세하게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 발소리에 맞춰서, 땅이 흔들렸다.
'저건 우두머리다.'
영감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짧게 끊겼다. 평소처럼 놀리는 투가 아니라, 진짜로 뭔가를 재고 있는 목소리였다. 그게 더 무서웠다. 이 영감은 위기 상황에서도 시답잖은 소리를 늘어놓던 인간인데, 지금은 침묵을 고르고 있었다.
"우두머리? 무리 있는 던전엔 원래 그런 게 있어?"
'있다. 다만 D등급 던전에는 없어야 마땅한 것이지.'
"그럼 여긴 대체 몇 등급인데요."
'그건 나도 몰라. 다만 저게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이 던전을 만든 놈이 등급을 속였다는 증거다.'
속았다. 정확히는 두 번 속았다. 던전 등급표에 속고, 이 상황에 또 속고.
나는 검을 고쳐 잡았다. 손끝이 이미 저려서 감각이 둔했다. 마력을 두 번 끌어올린 후유증이었다. 지금 세 번째로 끌어올리면 코피가 날 게 확실했다. 실제로 코끝이 벌써 시큰거렸다. 등줄기로는 식은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는데, 그게 더위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형체가 걸어나왔다. 다른 미노타우로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뿔에는 검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근육이 갑옷처럼 뭉쳐 있는 몸통이 걸음마다 삐걱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는데, 그건 D등급 몬스터의 눈이 아니었다. 붉은빛이 살아있는 불씨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던 드론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각도를 낮췄다. 마치 이 장면을 놓치면 안 된다는 듯이. 나는 그 순간 저 드론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과, 저게 내 마지막 모습을 기록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실용적인 것과 비참한 것 사이에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도훈, 도훈, 여기 도훈아, 지금 이 상황 진짜 심각한데 던전갤에서도 지금 난리났음. 나 지금 뭘 도와줘야 될지 모르겠다."
댓글창에 갑자기 반말로 다급하게 올라온 이 글, 실명까지 걸린 이 계정은 삼 년 전 처음 나를 훈련시켜준 유저 중 한 명이었다. 그동안 조용하던 이유가 뭐였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진심으로 당황한 것 같은 말투였다.
그리고 그 글 아래로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ㅁㅁ: 야 지금 상황 설명해줘 뭐가 나온건데"
"ㅇㅇ: 미노타우로스 우두머리 나왔다는데 진짜냐"
"헌터왕: 이거 진짜면 D등급 아니야 저건 최소 B등급이상 몬스터인데"
"ㅁㅁ: 그럼 도훈이 지금 뭐하는거야 도망쳐야하는거아니냐"
배신할지 도와줄지 갑론을박하던 던전갤이 드디어 결단을 내리려는 순간, 눈앞의 그 우두머리가 붉은 눈으로 정확히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