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쫓겨났더니 미소녀 유튜버라니

5화

다음 방송은 이틀 뒤였다. [윤하은 채널 구독자 210명] 도현은 준비를 하며 숫자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노트북 화면을 켜놓은 채 대본이랄 것도 없는 메모를 훑었다. 비명 지를 타이밍, 뒷걸음질 칠 구간, 체력바가 몇 퍼센트일 때 눈빛을 바꿀지. 전부 계산이었다. 오늘 목표는 2계위 던전. 난이도가 살짝 높아졌지만 도현에게는 의미 없는 숫자였다. 방송 시작. 딩. [윤하은 채널 라이브 시작] 윤하은의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늘도 무서운데 도전해볼게요. 실시간 시청자 수 63명. 첫 방송보다 열 배가 넘었다. 댓글창이 벌써 부산했다. 어제 그 슬라임 영상 보고 왔어요. 오늘도 반전 있음. 병약 소녀 언제 세지나 기대중. 저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엽냐. 도현은 카메라 밖에서 조용히 웃었다. 기대하는 대로 보여줘야지. 기대치를 채워주는 게 이 바닥 장사의 전부다. 2계위 던전은 낡은 폐사원 형태였다. 부서진 석상, 이끼 낀 기둥, 어둑한 복도. 습기 찬 돌바닥 냄새가 카메라 너머까지 전해질 것 같았다. [등급: 2계위 - 폐사원 지하] [등장 개체: 강철 골렘 3기] 도현은 골렘들을 확인하며 속으로 계산을 굴렸다. 2계위에서 강철 골렘 세 기면 원래 파티 단위로 잡는 몬스터였다. 혼자, 그것도 체력 낮은 클래스로 잡으려면 연출이 필요했다. 너무 쉽게 이기면 재미없고. 너무 오래 끌면 지루하고. 딱 죽기 직전까지, 딱 그 선까지만. 일부러 몸을 웅크리고 뒷걸음질 쳤다. 골렘의 주먹이 바닥을 부수며 스쳐 지나갔다. 콰앙. 돌가루가 화면 가득 튀었다. 무, 무서워요. 윤하은의 목소리로 떨리듯 말했다. 숨소리까지 섞어서. 체력바가 빠르게 깎였다. 80퍼센트, 50퍼센트, 20퍼센트. 댓글창이 요동쳤다. 죽는 거 아니야. 힐러 안 데려간 거임? 혼자 왜 저래. 관리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살려주세요 진짜 심장 떨림. 도현은 그 반응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걱정해주는 거 보니 낚였네. 낚였으면 됐다. 숫자만 오르면 그걸로 충분했다. 체력 10퍼센트. [특수 조건 충족 - 심연의 대체자 발동] 도현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손끝에 검은 마력이 응축됐다. 골렘 세 기가 동시에 돌진했다. 발밑 돌바닥이 그 무게에 짓눌려 갈라졌다. 도현은 낮은 자세로 파고들며 손을 뻗었다. 콰과광. 마력탄이 연쇄로 터졌다. 첫 번째 골렘의 가슴팍이 뻥 뚫렸다. 두 번째 골렘이 반으로 갈렸다. 세 번째는 손목 한 번 튕기는 것으로 머리가 날아갔다. 골렘 세 기가 순서대로 무너졌다. 2계위 몬스터가 통째로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3초였다. [퀘스트 클리어 - 이례적 속도 기록] 댓글창이 폭발했다. 방금 뭐야 진짜. 3초 클리어 실화냐. 이거 편집 아니고 실시간이잖아. 병약 캐릭터가 왜 저렇게 세. 누가 이거 클립 좀 따줘. 와 손이 안 보임. 동시 접속자 수가 실시간으로 뛰었다. 63명에서 200명, 500명. 숫자가 초 단위로 튀는 걸 보며 도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야 좀 되네. 방송이 끝난 뒤 관련 클립이 각종 커뮤니티에 순식간에 퍼졌다. [뒷세계 인기글 1위] [제목: 2계위 골렘 3기 3초컷 배포자 등장] 조회수는 몇 시간 만에 5만을 넘었다. 구독자 수가 210명에서 4,200명으로 뛰었다. 도현은 화면을 몇 번이나 새로고침했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숫자가 조금씩 더 붙어 있었다. 이 정도 속도면 두 달 안에도 가능성이 보였다. 머릿속으로 다음 방송, 다음 던전을 벌써 계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께름칙한 기분도 있었다. 너무 빨리 눈에 띄는 게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숨어서 벌어야 하는 판에 조명이 켜진 셈이었다. 그날 밤, 다른 채널의 라이브 방송에서도 그 영상이 언급됐다. [구여신의 성소 - 강리아 개인 채널] 리아가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며 말했다. 이 윤하은이라는 애 좀 이상하지 않아요? 리아가 화면을 캡처했다. 캡처한 이미지를 몇 번이나 확대해 다시 들여다봤다. 댓글창에 반응이 이어졌다. 요즘 뜨는 애임. 병약 컨셉인데 존나 셈. 리아 님도 관심 있어요? 설마 견제하는 거 아니죠 ㅋㅋ 리아는 그 댓글에 대꾸하지 않았다. 영상을 몇 번 다시 돌려봤다. 골렘을 처리하는 손동작, 마력탄이 터지는 방식. 정지, 재생. 정지, 재생.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리아의 눈썹이 살짝 좁아졌다. 이 마력탄 궤적,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리아는 화면을 정지시키고 확대했다. 손끝의 마력 응축 방식이 미묘하게 눈에 익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재생. 같은 구간을 프레임 단위로 넘겼다. 설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손이 먼저 화면을 캡처했다. 리아가 채팅창에 짤막하게 남겼다. 이 채널 좀 더 지켜봐야겠다. 방송은 그대로 끝났지만 리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화면 속 윤하은의 마지막 컷을 다시 재생했다. 확실히 뭔가 걸렸다. 턱을 매만지던 손이 멈췄다. 이 위화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창밖 저편, 뒷세계 최심층 어딘가에서 인간형 몬스터 하나가 조용히 걷고 있었다. 귀 피어싱, 투톤 단발. 발걸음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트렌드 실시간 1위, 목베는 참수귀. 그 시선이 문득 어딘가를 향해 멈췄다. 도시 쪽 게이트 방향이었다. 싱긋,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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