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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함성과 함께 달려든 형제들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여덟을 넘었는데, 선우결은 그 첫 파동을 마주한 순간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두려움의 마비인지 혹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풀려나는 신호인지 스스로도 명확히 규정할 수 없었다. 바람이 낮게 깔린 산등성이의 공기 사이로, 형제들의 발소리가 마치 짐승 떼가 몰려오는 듯한 진동을 만들어냈고, 그 진동은 오두막의 낡은 마루판을 통해 선우결의 발바닥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덟이라. 그것도 다들 무기까지 들고서.' 선우결은 그 숫자를 헤아리면서도 이상하게도 몸이 굳지 않았는데, 오히려 손끝에서부터 뭔가가 스멀스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지금껏 자신도 모르게 눌러두고 있던 힘의 실체라는 사실을, 그는 이 순간에도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거리를 좁혀온 자가 손에 든 검을 크게 휘두르며 그의 어깨를 노렸는데, 선우결은 상체를 살짝 비틀어 그 궤적을 흘려낸 뒤 손바닥으로 상대의 가슴팍을 가볍게 밀어냈을 뿐이었으나, 그 접촉의 순간 방류된 뇌전이 상대의 몸을 관통했다. 콰지지직! 둔중한 파열음과 함께 상대가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가 바위벽에 부딪혀 늘어졌고, 그 몸에서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한 다른 형제들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저, 저 새끼 뭔가 이상해!"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쳤으나, 이미 두 번째 형제가 부적을 태워 화염을 일으키며 근접해 오는 중이었는데, 붉은 불티가 그의 손끝에서 튀어 오르는 광경은 마치 살아있는 짐승의 아가리처럼 일렁였고, 그 열기가 선우결의 얼굴 가죽을 스치듯 다가왔다. 선우결은 그 화염이 완전히 형태를 갖추기 전에 지면을 박차고 낮게 파고들어 상대의 다리를 걷어차 균형을 무너뜨렸다. 쿠웅! 상대가 바닥에 처박히는 것과 동시에, 뒤이어 좌측에서 접근한 세 번째 형제가 등 뒤에서 기습을 노렸는데, 선우결은 마치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뒤돌지 않은 채로 손을 뒤로 뻗어 그 손목을 붙잡았다. 뚜두둑. 관절이 뒤틀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지자, 상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무릎을 꿇으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는데, 그 얼굴에는 고통보다도 먼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도, 이 정도도 아무것도 아니었다니.' 선우결은 자신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이 힘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여전히 명확히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순간 이 자리에 모인 형제들 중 누구도 자신에게 진지한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만큼은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 힘을 죽인 채로 살았다는 게, 오히려 우스울 지경이군.' 그는 짧게 그런 생각을 흘리면서도, 정작 이 힘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확신도 세울 수 없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가 동시에 좌우에서 협공해 왔을 때, 그는 두 다리로 지면을 박차며 낮게 회전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었고, 양손에서 동시에 방류된 전격이 각각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파지지지직!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 스파크와 함께 두 사람이 동시에 바닥으로 무너지는 광경을, 남은 형제들은 마치 얼어붙은 듯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발끝은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가도 다시 앞으로 나서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말도 안 돼." 낮게 흘러나온 그 중얼거림 속에는 지금까지 서자라 부르며 조롱하고 짓밟아왔던 대상이, 실은 자신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격의 존재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자의 절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 여섯 번째 형제가 그 절망을 뿌리치려는 듯 도끼를 치켜들고 달려들었으나, 선우결은 그저 반보 옆으로 몸을 옮겼을 뿐이었고, 상대가 휘두른 도끼가 허공을 갈랐을 때 그 손목을 낚아채듯 붙잡아 뒤로 꺾었다. 우지끈! 뼈가 뒤틀리는 소리에 이어 도끼가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고, 상대는 짧은 신음을 흘리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일곱 번째 형제는 이미 싸울 의지를 잃은 듯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발이 얽혀 넘어지면서 스스로 균형을 잃었고, 선우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가가 어깨를 짓눌러 완전히 제압했다. 선우결은 남은 몇 명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는데, 그 걸음걸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으며, 오히려 그 침착함이 상대들에게는 더욱 큰 공포로 다가오는 듯했다. 발밑에서 자갈이 부서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고, 그 소리 하나하나가 남은 형제들의 심장을 옥죄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 이걸 즐기고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속으로 그렇게 되새기면서도, 이 압도적인 격차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승리감인지 혹은 씁쓸함인지조차 스스로 규정하지 못한 채로 남은 두 명을 마저 제압해 나갔다. '어릴 때부터 저들에게 받은 매질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오히려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슬쩍 떠올랐다가도, 선우결은 이내 그것을 지워내며 스스로를 다잡았는데, 지금 이 순간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형제가 뒷걸음질 치며 무언가를 외치려는 순간, 선우결의 손끝이 그의 목덜미에 살짝 닿았고, 그와 동시에 미약한 전류가 흘러들어가 상대를 그대로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스르르륵. 힘없이 무너지는 몸을 바라보며 선우결은 짧게 숨을 몰아쉬었는데, 이 짧은 충돌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힘이 얼마나 소모되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주변에는 여덟이 넘는 형제들이 널브러진 채로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고, 그 광경을 내려다보는 선우결의 눈빛에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오히려 씁쓸한 무게감이 더 짙게 감돌았다. '이게 정말로 내 힘이란 말인가.' 그는 손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는데, 그 손끝에서 아직도 미약한 스파크가 남아 지지직거리며 사그라들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보면서도 여전히 이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오라버니!" 바위틈에서 뛰어나온 다인이 그에게 달려와 매달리듯 팔을 붙잡았는데,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함께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고, 그 작은 손끝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오라버니?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다인은 선우결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다급하게 물었는데, 그 목소리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긴장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괜찮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너나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아라." 선우결이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다인은 그 말을 듣고도 좀처럼 그의 팔을 놓지 못했다. "오라버니가 이렇게 강했는지, 저는 정말 몰랐어요." 다인의 그 한마디에, 선우결은 처음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자신이 지켜야 할 존재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는데, 그 감각은 여태 겪어본 어떤 전투의 긴장보다도 훨씬 낯설고 묘한 것이었다. '이 아이의 눈에는 방금 그 광경이 어떻게 보였을까.' 선우결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는데, 그 눈동자 속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짙게 자리한 것은 신뢰와도 같은 무언가였고, 그것이 그의 가슴 한구석을 묘하게 옥죄어 왔다. '지켜야 한다. 이 아이만큼은.' 그렇게 다짐하는 순간, 산 아래쪽에서 또 다른 기척 하나가, 지금까지 느껴온 어떤 것과도 다른 결의 서늘한 기운을 흩뿌리며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그 기운은 지금 바닥에 쓰러진 형제들이 풍기던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깊고 무거운 것이었는데, 마치 산 전체의 공기가 그 기운 하나에 짓눌려 숨을 죽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선우결은 그 기운을 느낀 순간 다인을 자신의 등 뒤로 슬며시 밀어 넣었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기운이 뻗어오는 방향, 산 아래쪽의 어둠을 향해 고정되었다. '이건··· 방금 상대했던 저들과는 격이 다르다.' 그는 손끝에 남아있던 미약한 전류의 잔재를 다시금 끌어올리려 했으나, 몸속 깊은 곳에서 그 힘이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 사실이 지금 이 순간 더욱 큰 불안으로 다가왔다. 그 기운의 방향은 정확히, 선우결이 서 있는 이 오두막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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