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다음 날, 교실 문을 열자마자 서연이 손을 잡아끌었다.
"야, 잠깐 나와봐."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도현은 가방을 채 내려놓지도 못한 채 끌려 나갔다.
교실 안 아이들의 시선이 순간 두 사람에게 쏠렸다가, 곧 다시 흩어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복도 끝, 인적이 드문 창가였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타고 비스듬히 들어와 바닥에 긴 그림자를 그렸다.
서연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화면에는 어제 그 영상이 떠 있었다.
"이거 너지."
이도현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이었지만, 옷과 배경, 클로의 각도까지 모두 익숙했다.
'이게 뭐야.'
숨이 턱 막혔다.
영상 속에서 자신이 스킬을 발동하는 순간이 그대로 재생되고 있었다.
그 짧은 몇 초가 이렇게 퍼질 줄은 몰랐다.
"이거... 클로가 찍은 거야?"
"자동 업로드 기능 켜져 있었어. 내가 미리 세팅해놨거든. 촬영 편해지라고 한 건데..."
서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미, 미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휴대폰 케이스 모서리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이도현은 조회수를 봤다.
숫자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자릿수가 바뀌었다.
댓글도 수백 개였다.
[히든 등급 확정임. 저런 이펙트 색 처음 봄]
[던전협회에서도 관심 가질 듯]
[저거 등급 미표시 스킬 맞지? 나 저런 색 처음 봐]
[이거 어디 던전이야 위치 아는 사람]
댓글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손끝이 저절로 떨렸다.
"위치는..."
"안 나와. 걱정 마. 내가 설정한 계정, 개인정보보호 최고 등급이라 신상 절대 안 뜨거든."
서연이 급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래도, 이거 던전 커뮤니티 상위 랭커들이 다 보는 거야. 걔들 은근히 집요해."
이도현은 그 말을 곱씹었다.
'상위 랭커라니.'
그런 세계와 자신은 전혀 상관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등급조차 제대로 없는 몸으로, 시스템 평가에서도 늘 최하위였다.
그런 자신이 저 화면 속 사람들 눈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나 등급 없는데."
"그러니까 더 난리인 거지. 등급 미표시 스킬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잖아."
서연이 목소리를 낮췄다.
주변을 한 번 살피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잘못하면 진짜 귀찮아질 수도 있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도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동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받지 않았다.
액정에 뜬 낯선 숫자들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곧 다시 울렸다.
같은 번호였다.
'뭐지, 이거.'
서연도 그 화면을 함께 봤다.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받지 마. 그냥 스팸일 수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 번째 벨이 울렸다.
복도의 정적 속에서 진동 소리만 유난히 크게 울렸다.
이도현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건너편에서 낮고 정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도현 학생 맞으십니까. 던전협회 관리1팀입니다."
이도현의 심장이 순간 얼어붙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개인정보는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성까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서연의 얼굴도 하얗게 굳었다.
그녀는 입술만 움직이며 뭐라고 물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 속 목소리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이어졌다.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편하신 시간에 협회로..."
목소리는 사무적이었다.
마치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통보만 하는 듯한 말투였다.
이도현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휴대폰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났다.
'어떻게 알아낸 거야, 이렇게 빨리.'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영상이 올라간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이름까지 알고 전화가 왔다.
서연이 다급하게 물었다.
"뭐, 뭐래? 뭐라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이도현은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산등성이 위로 옅은 안개가 걸려 있었다.
늘 다니던 그 산길이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더 이상 안전한 길이 아니었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해.'
머릿속에서 생각이 빠르게 정리됐다.
지금까지 다니던 길, 익숙한 던전, 알려진 경로.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위험해졌다.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도현은 조용히 결심을 굳혔다.
아무도 찾지 못할 만큼, 더 깊고 낯선 산속으로.
창밖의 안개는 여전히 그 자리에 걸려 있었다.
마치 앞으로 걸어갈 길을 미리 가려놓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