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허수의 촉수가 다시 뻗어왔다.
강도현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낯선 몸이었지만 반응 속도는 그대로였다.
근육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였다. 다리가 꺾이고, 허리가 접히고, 어깨가 지면과 스치듯 낮아졌다.
촉수가 바닥을 후려쳤다.
콰앙!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강도현은 파편 사이로 몸을 굴렸다. 등에 닿는 아스팔트의 열기, 무릎에 박히는 잔돌의 통증.
'아프다. 이 몸도 아픈 건 똑같네.'
그 와중에도 시선이 자꾸 자신의 몸으로 향했다. 흘러내리는 치맛자락, 리본이 달린 소맷단, 반짝이는 신발.
'생각할 시간이 없는데, 왜 자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스마트폰 카메라 수십 개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렌즈마다 붉은 불빛이 깜박였다.
채팅창이 실시간으로 폭발하듯 올라갔다.
누군가 소리쳤다.
"저거 남자야? 마법소녀가?"
"실검 터졌다 지금!"
"목소리 들어봐, 남자 목소리인데 저 옷은 뭐야ㅋㅋㅋ"
"저거 진짜 사람 맞냐? 특수효과 아니고?"
강도현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수치심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귓불까지 뜨거워지는 감각.
'죽을 판인데 저것들은 구경이나 하고 있다니.'
하지만 손목 위로 이상한 감각이 스몄다.
따뜻하고, 간지럽고, 무겁게 밀려드는 무언가.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그 온도는 마치 수백 개의 손이 동시에 그를 만지는 것 같았다.
【실시간 시청자 214,832명의 감정 에너지가 유입되었습니다.】
【호기심 62%, 흥분 21%, 경악 17%.】
【해당 에너지는 변신 유지 및 스킬 발동에 사용됩니다.】
강도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사람들이 날 구경하는 게 힘이 된다고?'
금빛 여우가 그의 어깨 위에서 낮게 말했다.
"그게 네 연료야. 사람들이 널 보고 느끼는 감정."
목소리가 처음으로 인간처럼 들렸다.
강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장난해? 사람들 시선이 힘이 된다고?"
"불만 있으면 지금 죽든가."
금빛 여우, 아니 금호는 짧게 대답했다.
여우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눈꼬리가 살짝 휘어지는 게,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강도현은 대꾸할 틈이 없었다.
촉수가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엔 두 개였다. 왼쪽과 위쪽에서 동시에.
강도현의 몸이 반사적으로 낮아졌다.
서걱—
촉수 끝이 그의 옆머리를 스쳤다.
금빛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흩날렸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맞았으면 목이 날아갔다.'
손끝이 떨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소리가 귓속까지 울렸다.
하지만 몸속에서 뭔가 차오르고 있었다.
뜨겁고, 낯설고, 거부하고 싶은 감각.
혈관을 타고 흐르는 그 이물감은, 마치 누군가의 손가락이 핏줄 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고객님, 현재 축적된 에너지량으로는 기본 방어 스킬 1회 시전이 가능합니다.】
【추가 시청자 유입 시 상위 스킬 개방이 예상됩니다.】
"방어 스킬이 뭔데."
강도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금호가 짧게 말했다.
"손을 뻗어. 그리고 믿어."
"뭘 믿어. 처음 써보는 거잖아."
"그럼 죽든가."
똑같은 말이 두 번째였다.
'저 여우는 나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잖아.'
촉수 세 개가 동시에 강도현을 향해 쏟아졌다.
선택할 시간이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강도현은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빛이 응집됐다.
처음엔 작은 점 하나였다. 그 점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반투명한 막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촉수들이 막에 부딪혔다.
쿵! 쿵! 쿵!
충격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뼈가 떨리는 진동, 관절이 삐걱거리는 느낌.
어깨뼈가 뒤로 밀리는 압력에 강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막은 부서지지 않았다.
촉수가 튕겨나가 바닥을 갈랐다.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발밑을 타고 올라왔다.
강도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팔이 저렸다. 손끝부터 어깨까지 감각이 무디게 퍼졌다.
'된다, 되긴 하는데.'
안도할 틈도 없었다.
건물 잔해 너머, 허수의 몸통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냈다.
예상보다 훨씬 컸다.
강도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촉수는 몸통에서 뻗어나온 일부일 뿐이었다.
중심부는 검은 육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덩어리, 크기가 건물 두세 층을 뒤덮을 정도였다.
표면이 꿈틀거릴 때마다 검은 점액이 뚝뚝 떨어져 아스팔트를 녹였다.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썩은 살 냄새와 화학약품이 뒤섞인 듯한, 형용할 수 없는 냄새였다.
강도현의 얼굴이 굳었다.
'저걸 정면으로 상대한다고?'
건물 골조가 이미 반쯤 무너진 상태였다.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정면으로 힘을 부딪히면 남은 구조물마저 붕괴할 것이 뻔했다.
'저거 무너지면 저 밑에 있는 사람들은 다 죽어.'
금호가 낮게 말했다.
"정면으로 가면 죽어. 지금 상태로는."
"그럼 뭘 어쩌라고."
강도현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숨어. 그리고 기다려."
"기다리면 뭐가 달라져?"
"시청자가 늘면 힘도 늘어. 지금보단 나아져."
금호의 대답은 여전히 간결했다.
강도현은 헛웃음을 삼켰다. '결국 저 카메라들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잖아.'
촉수가 다시 꿈틀거리며 방향을 바꿨다.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그것은 여전히 강도현을 겨누고 있었다.
강도현은 소녀 쪽을 돌아봤다.
소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였다.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눈동자만 크게 뜬 채 허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애를 두고 갈 수 없다.'
머릿속에서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소녀를 안고 뛰면 등이 노출된다. 여기서 방어막을 다시 쓰면 에너지가 바닥날지도 모른다.
그는 잔해 사이로 몸을 낮췄다.
먼지와 콘크리트 가루가 코를 찔렀다.
무릎이 깨진 벽돌 조각에 눌려 찌릿한 통증이 올라왔다.
허수의 거대한 몸통이 서서히 그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이 흔들렸다.
쿠구구궁.
한 걸음. 또 한 걸음.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걸음이었다.
강도현은 숨을 죽였다. 소녀의 어깨를 붙잡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죽는다.'
카메라 렌즈들이 여전히 그를 향해 있었다.
채팅창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219,004명.
강도현은 그 숫자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더 필요해. 훨씬 더.'
허수의 몸통에서 새로운 촉수가 갈라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다섯 개.
여섯 개.
숫자를 세는 동안에도 계속 늘어났다.
강도현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