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그날 밤, 강남구치소 3사동.
소등이 지나고도 몇몇 방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 이불 뒤척이는 소리가 뒤섞였다.
강도윤은 침상에 누워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집에 있을 어머니 얼굴이 자꾸 생각나네.'
'죄인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면서도 나 하나 걱정할 사람.'
천장의 얼룩진 자국이 어머니의 얼굴처럼 보였다가, 다시 그냥 얼룩으로 돌아왔다.
강도윤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잠은 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쩌저적!
복도 쪽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뭐, 뭐지?"
같은 방 수감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이미 벽 쪽 창살을 향해 있었다.
비상벨이 곧바로 울렸다.
삐이이익-!
사동 전체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여기저기서 발소리, 욕설, 그리고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겹쳐 들렸다.
방문이 강제로 열렸다.
복도에 서 있는 건 교도관이 아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었다.
손에는 곤봉과 흉기가 쥐어져 있었다.
어깨가 벌어진 체구, 걸음걸이마저 일정하게 맞춰진 듯 부자연스러웠다.
"뭐, 뭡니까 당신들!"
간수 하나가 소리쳤지만, 곧 바닥에 쓰러졌다.
콰직!
비명이 사방에서 터졌다.
강도윤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숨이 턱 막혀왔다.
같은 방 수감자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도, 도윤아. 저 사람들... 눈빛이 이상해."
그의 말이 맞았다.
습격자들의 눈은 초점이 없었다.
마치 뭔가에 조종당하는 듯했다.
동공이 풀려 있었고, 입가에는 미세한 경련이 일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온 사내가 곤봉을 휘둘렀다.
콱!
강도윤 옆에 있던 수감자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피가 튀었다.
바닥에 붉은 얼룩이 순식간에 번졌다.
"이, 이 사람 죽었어...!"
누군가 절규했다.
강도윤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죽는다. 여기서 진짜로...'
'아무것도 못 하고, 이런 데서.'
사내의 곤봉이 강도윤을 향해 떨어졌다.
시야가 느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곤봉이 허공을 가르는 그 짧은 순간이, 강도윤에게는 몇 초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가슴 한복판에서 뜨거운 것이 확 터져 나왔다.
의식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번쩍!
곤봉이 강도윤의 몸에 닿기 직전, 보이지 않는 힘이 그것을 튕겨냈다.
"뭐, 뭐야!"
사내가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등이 벽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다.
강도윤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했다.
'내가... 지금...?'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뭔가 낯선 감각이 온몸을 채우고 있었다.
피부 아래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것처럼, 원래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같은 방 수감자가 강도윤을 멍하니 바라봤다.
"너, 너 지금 뭐 한 거야..."
강도윤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몰랐으니까.
사내가 다시 곤봉을 치켜들었다.
강도윤은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앞으로 뻗었다.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덤벼봐라."
낮고 단정한 목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에 강도윤 스스로도 놀랐다.
방금까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 직전이던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쾅!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사내를 벽까지 밀어붙였다.
사내는 정신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곤봉이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짧게 울리다 멈췄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강도윤의 방 앞만 조용해졌다.
복도 저편에서는 여전히 비명과 신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강도윤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이게... 뭐지?'
아무런 표식도,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손등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그저 손끝이 여전히 뜨거웠다.
심장 박동이 손끝까지 전해지는 것처럼 맥이 뛰었다.
같은 방 수감자는 벽에 등을 붙인 채 강도윤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을 걸지도, 다가오지도 못했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과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
비상등이 붉게 돌아가는 사동 안, 곳곳에서 부상자들의 신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팔을 붙잡고 주저앉아 있었고, 누군가는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교도관들이 뒤늦게 몰려들었다.
손전등 불빛이 어지럽게 복도를 훑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곧 강태석의 휴대폰으로 전해졌다.
밤늦은 시각,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강 대장님, 3사동에서 습격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명피해가... 다수 있습니다."
강태석의 손에서 휴대폰이 미끄러질 뻔했다.
손바닥에 순식간에 땀이 배었다.
"도윤이는!"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커졌다.
"확인 중입니다. 무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목격자들 진술이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무슨 소립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곤봉을 든 습격자가 도윤 씨한테 접근했다가, 갑자기 튕겨나갔다고 합니다. 마치...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강태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화기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이 안 된다고 부정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백무진은, 잠시 눈을 가늘게 좁혔다.
소파에 앉아 있던 몸이 천천히 앞으로 기울었다.
'튕겨나갔다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아주 짧은, 그러나 분명한 미소였다.
"흥미롭군."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확신이 섞여 있었다.
마치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듯한 태도였다.
강태석이 겉옷을 챙겨 들며 문으로 향할 때, 백무진도 조용히 뒤를 따랐다.
현관을 나서는 백무진의 눈빛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구치소 담벼락 너머, 아직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