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강남경찰서 형사대 대회의실.
새벽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각이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십여 명의 형사들이 굳은 얼굴로 늘어서 있었다.
조인석 대대장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중년의 나이에도 눈빛이 매서웠다.
그 눈빛만으로도 회의실 안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는 다섯 명."
그가 서류를 훑으며 말했다.
종이를 넘기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습격자들 신원은?"
"모두 신원 미상입니다. 지문도, 안면인식도 조회가 안 됩니다."
부하 형사가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국과수에서도 별다른 소견이 없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처럼요."
조인석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는 잠시 서류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사건, 언론에는 절대 나가지 않게 해."
"예?"
부하 형사의 눈이 커졌다.
사람이 다섯이나 다쳤는데, 언론 통제라니.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다."
부하는 더 묻지 못했다.
조인석의 목소리에는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무게가 있었다.
회의실 안의 다른 형사들도 서로 눈치만 주고받을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건 단순 사건이 아니다.'
조인석은 속으로만 되뇌었다.
그리고 서류를 접어 옆구리에 끼운 채, 무거운 걸음으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 시각, 강태석은 구치소 접견실에서 아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좁은 방 안에는 형광등 불빛만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철제 탁자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강도윤의 표정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아버지. 저 진짜, 뭔지 모르겠어요."
그가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몸에 이상은 없냐."
"없어요. 오히려... 더 힘이 넘치는 느낌이에요."
강도윤이 손을 펼쳐 보였다.
아무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손바닥 안쪽에서 무언가가 은근하게 맥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 그 사람들... 눈빛이 이상했어요. 사람 같지 않았어요."
강도윤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강태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아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접견실 문이 열리며 백무진이 들어섰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누구세요?"
강도윤이 경계하듯 물었다.
낯선 남자의 등장에 어깨가 저절로 굳었다.
"백무진이다. 네 아버지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
강도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강태석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할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백무진은 강도윤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시선에는 어떤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마치 오래 찾아 헤매던 무언가를 마주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어젯밤, 뭘 느꼈는지 말해봐라."
"...뜨거운 거요. 가슴에서 뭔가 확 터진 것처럼."
강도윤이 가슴을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백무진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등급조차 없는 힘이군."
"등급이요?"
강도윤이 되물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말이었다.
"보통 사람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자질이다. 대마경에서도 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종류의."
강도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뭔가 자신의 몸속에서 낯선 힘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 힘은 잠들어 있으면서도, 언제라도 눈을 뜰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험해보고 싶은데."
백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시험이요?"
"제대로 발동시키는 법을 익혀야지. 안 그러면 다음에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
강태석이 놀란 눈으로 백무진을 바라봤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무슨 소립니까. 여기서 뭘 더 시험한단 말입니까."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
"어젯밤 습격은 우연이 아니다."
백무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누군가 조종한 인간들을 보냈다는 뜻이지.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자는 흔치 않다."
강태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목 안이 바싹 말라오는 것 같았다.
"그, 그럼... 도윤이가 표적이었다는 겁니까?"
백무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접견실 밖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확실한 대답처럼 느껴졌다.
강도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손끝이 저려오는 걸 느꼈다.
'표적이라니. 내가?'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불안감만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그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또각또각.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조인석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의 시선이 먼저 강태석에게, 그다음 강도윤에게, 마지막으로 백무진에게 머물렀다.
"강 대장. 아들 면회는 그쯤 끝내지."
조인석의 눈빛이 백무진을 향해 잠시 머물렀다.
그 시선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었다.
경계심이 섞인 눈빛이었다.
"그리고 이쪽 분은... 관계자가 아니신 것 같은데."
"제 집에 머무는 사람입니다."
강태석이 서둘러 대답했다.
조인석은 미심쩍은 눈으로 백무진을 훑어봤다.
백무진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마주 보았다.
"어젯밤 사건, 공식적으로는 단순 소요 사태로 처리됩니다."
"소요 사태요? 사람이 다쳤는데도요?"
강태석이 항의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위에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조인석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그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걸, 강태석은 직감했다.
'이건 은폐다.'
하지만 그가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경찰서 안에서, 대대장의 말은 곧 법이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조인석이 물었다.
그 말투에는 더 이상의 질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강태석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할 말은 많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조인석이 자리를 뜨자 접견실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문이 닫히는 소리마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백무진만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그림이군."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뭐가 흥미롭다는 겁니까."
강태석이 물었다.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섞여 있었다.
"저자는 뭔가를 감추고 있다. 그리고 감추는 자 뒤에는, 늘 더 큰 게 숨어 있지."
백무진의 눈이 어둡게 빛났다.
마치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경찰 조직 안에도 저런 자가 있다는 건, 이 사건이 생각보다 훨씬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강태석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기운만을 느낄 뿐이었다.
강도윤은 그 대화를 들으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몸속에서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무언가가, 조용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접견실 밖 복도 어딘가에서 발소리 하나가 다시 멈춰 섰다.
조인석이었다.
그는 문 앞에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방금 전 회의실에서 보인 무표정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