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사형, 제가 지켜드릴게요

2화

장례는 사흘 만에 끝났다. 청송산 뒤편 작은 무덤가에 현암도인을 묻었다. 흙은 붉고 축축했다. 삽을 뜨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청송파의 제자는 모두 넷이었다. 서영, 최천, 최설, 그리고 나. 넷이 흙을 덮었다. 최천은 덩치가 컸다. 어깨가 넓고 손이 두꺼웠다. 회색 복장을 입은 그는 삽질을 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콧물까지 훔치는 통에 소매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최설은 오빠보다 작고 야윈 체구였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둘 다 눈치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사부에 대한 정만큼은 진짜였다—그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서영은 말이 없었다. 무덤 앞에서 오래도록 서 있었다. 검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그녀의 옆얼굴을 몇 번이나 훔쳐봤다.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눈가는 붉었다. 울지 않으려고 참는 얼굴이었다. 장례가 끝난 다음 날, 나는 문파 내 서고를 뒤졌다. 비급의 정체를 알아야 했다. 낡은 책자와 죽간 사이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먼지가 쌓인 목갑을 열 때마다 헛물만 켰다. 청송파의 기록은 부실했다. 이 문파는 이미 오래전부터 쇠락해 있었다—사부 한 사람의 이름값으로 겨우 버티던 문파였다. 이틀, 사흘, 나흘. 서고를 뒤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배유라는 이름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가 노렸던 것, 사부가 죽어가며 나에게 넘긴 것—그 정체를 모르는 채로 상대를 맞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다. 엿새째 되는 날 저녁이었다. 대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발소리가 무거웠다. 자갈을 밟는 소리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귀에 박혔다. 나는 창문으로 밖을 살폈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곧았다. 걸음이 무거웠다—한 걸음마다 땅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였다. 검은 장포를 걸쳤고 손끝이 유난히 창백했다. 눈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 온기가 없었다. 마치 사람의 형상을 흉내 내는 무언가를 보는 기분이었다. —배유다. 확신이 왔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손이 차가워졌다.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훑고 지나갔다. "청송파 대사형을 뵈러 왔소."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이 오히려 위협적이었다. 마치 잘 벼려진 칼을 비단으로 감싼 느낌이었다. 나는 문을 나섰다. 도망칠 곳도 없었고,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어차피 언젠가 마주칠 자였다. 지금 도망친다면 서영과 최천, 최설에게까지 화가 미칠 것이었다. "내가 유신후요."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평가하는 시선이었다. 옷차림, 걸음걸이, 손의 위치까지 하나하나 재는 눈이었다. "현암 사형이 남긴 게 있을 텐데." 에두르지 않았다. 직설적이었다. 나는 침묵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섣부른 말 한마디가 목숨을 가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르는 말이오." "모른다." 그가 웃었다. 눈은 여전히 웃지 않았다. 입꼬리만 움직이는 웃음이었다. "거짓말이 서투르군." 그 말과 동시에 그의 손이 움직였다.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였다. 손끝에서 검은 기운이 번뜩였다. 독기였다. 공기가 순간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반응하지 못했다. 몸이 알던 초식은 이런 속도를 따라잡을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실전 경험이 전무한 몸이었다. 다리가 얼어붙었다. 머릿속으로는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였지만, 몸은 명령을 듣지 않았다. 그때였다. 옆에서 은빛 검광이 스쳤다. 서영이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내 앞을 막고 있었다. 검이 배유의 손을 튕겨냈다. 쇳소리가 짧게 울리고 사라졌다. "대사형에게서 물러서시오."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눈빛이 형형했다. 두려움의 흔적조차 없는 얼굴이었다. 배유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흥미가 스쳤다. "제법이군. 노화순청까지 갔나." 서영은 답하지 않았다. 검을 곧추세운 채 자세를 낮췄다. 그녀의 발끝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청송검법의 초식이었다—몸이 기억하는 이름과 일치했다. 사부가 살아 있을 때 마당에서 몇 번이나 반복하던 그 자세였다. 둘의 손이 부딪쳤다. 검광과 독기가 얽혔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관찰할 뿐이었다. 서영의 검은 빠르고 정확했다. 한 치의 낭비도 없는 궤적이었다. 배유의 손은 느슨했지만 닿기만 하면 치명적이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마치 속도와 무게의 싸움 같았다. 서영이 밀렸다. 배유의 손끝이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악!" 짧은 비명이 터졌다. 그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독이 퍼지는 속도가 빨랐다. 어깨의 옷자락이 검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서영!" 나는 그녀를 향해 몸을 던졌다. 계산 같은 건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뒤늦게야 위험하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발이 땅을 박찬 뒤였다. 배유는 물러섰다. 흥미로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서두르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 그는 등을 돌렸다. 걸음이 여전히 무거웠다. 그러나 그 무게가 이번엔 여유였다—사냥감을 놓아주는 여유였다. "비급은 곧 받으러 오겠소." 그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밤안개 속으로 흡수되듯이. 발소리조차 남기지 않았다. 나는 서영을 안았다. 그녀의 몸이 뜨거웠다. 열이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팔 안에서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최천! 최설!" 소리쳤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둘이 뛰어나왔다. 최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누, 누님?"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최천이 서영을 업었다. 등 위에 실린 그녀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최설이 앞장서 방으로 뛰었다. 발이 마당의 흙을 거칠게 파헤쳤다. 서영의 숨이 얕아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열이 오르는 몸인데 손끝만은 얼음장 같았다. 독기가 손끝부터 심장을 향해 기어오르는 게 눈에 보이는 듯했다. "괜찮을 거요." 확신 없는 말이었다. 그저 해야 할 말이었다.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그녀가 흐릿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입술이 조금 움직였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눈빛만은 또렷했다—무언가를 전하려는 듯한, 다급한 빛이었다. 방 안으로 옮기는 동안 그녀의 눈이 감겼다. 숨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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